대전살이 43년차 이봉걸, 씨름 부활의 열쇠는 근성과 사명감

  • 스포츠
  • 스포츠종합

대전살이 43년차 이봉걸, 씨름 부활의 열쇠는 근성과 사명감

전설의 씨름인 이봉걸, 후배들에게 당부의 메시지
부상과 장애와 싸우고 있는 천하장사 그의 삶
제2의 고향 대전, 내가 말하는 대전 그리고 충청도
씨름의 부활, 지도자-선수 사명감 가져야

  • 승인 2025-02-03 15:49
  • 수정 2025-02-03 17:34
  • 신문게재 2025-02-03 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DSC03474
이봉걸 대전씨름협회 고문이 지난달 23일 대전씨름협회장 이취임식에 참석 후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선수와 지도자 모두 근성이 있어야 해요, 사명감을 가져야 씨름이 부활합니다."

천하장사 이봉걸(대전씨름협회 고문)이 민속씨름의 부활을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10대·12대 천하장사와 백두장사 4회를 거머쥐며 씨름계의 전설로 불렸던 이봉걸은 은퇴 이후 대전에 정착하며 43년째 살고 있다. 대전씨름협회 전무이사와 대전씨름협회장, 대전지체장애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전씨름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달 23일 대전씨름협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이봉걸 고문은 오랜만에 만난 씨름계 후배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행사장에는 90년대 중반 '씨름계 황태자'라 불렸던 이태현 용인대 무도 스포츠학과 교수도 참석했다.



이 고문은 시종일관 자리에 앉아 인사를 받았다. 선수 시절 잦은 부상이 은퇴 후 후유증으로 이어져 2002년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수년 전 골다공증이 더해지며 지팡이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하다. 이 고문은 "지금은 척추가 내려앉은 상황이다. 얼마 전 허리를 세우는 시술을 하고 집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데 재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고문에게 대전은 제2의 고향이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충남대 진학을 계기로 대전과 인연 맺었다. 그는 "40년 넘게 대전에 살고 있으니 고향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람들은 좋은데 사실 속을 잘 모르겠다. 모든 면에서 한 번에 결정하는 법이 없다"며 "우리 경상도 스타일과는 다른 점이 많아 아직도 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민속씨름이 전성기였던 80년대 중반 이만기, 이준희와 더불어 모래판 3대 장으로 불렸다. 이만기와의 천하장사 결정전 당시에는 9시 뉴스까지 뒤로 미뤄 중계할 정도로 최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이 고문은 "전성기 시절도 기억에 남지만 1989년 천하장사 결정전이 기억에 남는다. 당일 아침을 먹다 머리카락이 목에 걸리며 구토까지 했다. 오죽하면 자기 코너도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로 몸이 지쳐있었다"며 "경기 전 먹으려 했던 초밥도 누가 훔쳐 먹어서 허기진 상태로 결승에 임했는데 결국 2-3으로 역전패했다. 그날이 나의 마지막 천하장사 결정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DSC03415
이봉걸 대전씨름협회 고문이 지난달 23일 대전씨름협회장 이취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금상진 기자
과거의 명성과는 비교가 불가하지만 지금도 많은 씨름인이 전통 민속 씨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고문은 "요즘은 선수들도 지도자도 씨름에 대한 애착이 덜하고 열의도 예전 같지 않다. 씨름은 근성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선수에게 끌려다니는 상황에서 뭐를 더 할 수 있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내가 선수 생활에는 연습 한 번에 100판 넘게 뛰었다. 그만큼 근성이 있어야 한다. 선수 본인의 노력이 8할이면 2할은 지도자가 이끌어 줘야 한다. 사명감이 없으면 씨름이 부활도 발전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 씨름인들에게도 한 마디 남겼다. 이 고문은 "대전은 물론 씨름인들 모두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본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떤 일에 임하든 열정을 갖고 재미를 느껴야 다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다. 대전에도 많은 후배들이 있다. 이들이 내가 씨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나도록 이끌어준다면 씨름의 전성기는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2.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3.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4.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5.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1. [세상보기]시한부 도시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3.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4. 실패와 편견 딛고 환경보전 실천한 빛나는 얼굴들…"금강환경대상이 큰 원동력"
  5.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