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기회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기회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5-02-24 16:59
  • 신문게재 2025-02-25 1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중도일보_최화진 증명사진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대학 시절 작은 밴드부에서 활동했었다. 교내 행사나 길거리 버스킹이 주 무대였던 굶주린 청년들에게 기업 세미나 초청공연이라는 나름의 큰 미션이 주어졌다. 청춘들은 방학을 모두 바쳐 무대를 준비했다. 합주실이 땀 냄새로 가득 차 습기가 찰 정도로 열심이었다. 열정페이란 비웃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설 수 있는 무대가 있음에 신이 났다.

결론적으로 공연은 무산됐다. 주관사 내부적으로 대학생 공연을, 그것도 악기 설치하기 번거로운 밴드공연을 열 필요가 있냐는 논란이 일어 없던 일로 하게 된 것이다. 페이를 못 받는 다는 말에도 괜찮던 속이 공연 무산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혼자 자그맣게 외쳤다. '뺏어갈 게 없어서 기회를 뺏어가냐!'



비슷한 일이 올해 대전에서 일어났다. 36년을 별 탈 없이 이어온 대전광역시 미술대전이 올해 첫 무산위기에 놓이면서다. 누군가는 처음 듣는 행사일 수도 있겠지만, 대전광역시 미술대전은 매년 1000여 명의 참가자를 유치해온 지역 미술계 큰 행사다. 지역 대학생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해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거나 간혹 미술계 만학도들의 특별한 데뷔무대가 돼 왔다. 더군다나 미술대전은 대전에서 가장 대표적인 미술관인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려 신진 작가들에겐 아주 영광스런 데뷔무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올해는 이 무대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11월 4일 대전미술협회는 미술대전을 개최하기 위해 대전시립미술관 대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며칠 뒤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고, 이어 11월 25일 열린 재공고에도 탈락했다. 그 사이에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려 대전 미술대전의 특혜 논란 등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당시 행감에서는 대전의 이름을 걸었지만 출품비로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과 대관 결정 당시 대전시립미술관 운영위원회의 정족수가 미달된 점이 거론됐다.

당시 행감에서 언급된 미술대전 집행 규모는 왜 실제 집행 규모와 차이가 나는지, 미술대전의 미술관 대관과 시 지원은 왜 하필이면 2025년도에 약속한 듯이 취소가 됐는지, 대전시립미술관 운영위원회에는 언제부터 대전미술협회 회원이 5명이나 포함돼 있었는지 등등 아직도 풀어야 할 질문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가장 궁금한 건 올해 미술대전은 개최될 수 있는가이다.

여러 유관 기관이 기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신진 작가들은 출품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여름엔 고흐의 작품이 걸리는 그 곳에 겨울에는 내 작품이 걸려 있을거야'라는 희망 섞인 고뇌를 뱉어내고 있을 것이다.

유관 기관이나 관계자와 취재하며 꼭 마지막에 물어본다. 올해 대전 미술대전 개최에 대해 논의하고 계신 바가 있으신가. 다들 장황하게 대답한다. 협회가 어쩌구 기관이 저쩌구. 그래서, 작가들 계속 출품 준비해도 될까요?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4.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5.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1.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2.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3.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4.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5. 대청호 조류경보 발생 139일만에 전부 해제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