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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소리들' 시사회가 열린 대전 탄방동 영화관에서 관객과 영화제작자들이 참여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상호씨 제공) |
이날 오후 7시 30분 서구 탄방동의 영화관에서 개최된 시사회는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와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조합원 그리고 사전에 참여를 신청한 일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제주4·3사건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희생 사건을 말한다. 경찰과 군, 극우청년단체인 서북청년회가 '빨갱이 사냥'을 한다는 구실로 제주도에서 주민들을 강경진압작전을 벌이면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확정한 당시 인명피해는 2만 5000명에서 3만 명으로, 가옥 4만 채가 불탔다.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7년 5개월간 이어진 4·3사건으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영화는 4·3사건의 잔혹한 학살이 이뤄지던 때 제주도를 살아간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1948년 12월 14일 토산리 알토산에서 18세에서 40세까지 남성 150여 명이 집단 학살되고 일주일 뒤 여성들도 학살됐다. 영화는 토산리 달빛 사건의 유일한 여성 생존자인 김은순(91) 할머니의 기억을 따라간다. 애월읍 하귀리 비학동산에서 임산부 살해 사건의 목격자인 김용열 할머니, 제주 구좌읍 세화리 습격사건 때 큰고모할머니의 살해를 목격하고 철창으로 일곱 군데를 찔려 겨우 살아남은 홍순공 할머니의 기억이 영화에 담겼다.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등으로 제주4·3과 여성을 연구한 조정희 연구자의 인터뷰와 사료 조사를 뒤쫓는 방식으로 영화는 사실감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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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소리들'을 제작한 김옥영 프로듀서와 지혜원 감독이 임재근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상호씨 제공) |
지혜원 감독은 "제주4·3사건은 7년 넘은 기간에 벌어졌는데 이것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고, 당시 10대 여성들이 느꼈을 감정과 슬픔을 제주의 자연풍경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라며 "제주도 주민들도 모르던 풍경을 영화에 담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함을 느꼈고, 오랜 시간 아픔을 가슴에 담아 속병을 앓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봤다.", "국가폭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면서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한 사건은 왜 국가로부터 사과받기 어려운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목소리들'은 4월 3일 시민들이 전국에서 섭외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인데, 현재까지 87개 극장이 확보됐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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