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은하수 너머, 정당(政黨)이 정당(正當)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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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은하수 너머, 정당(政黨)이 정당(正當)할 세계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 승인 2025-03-09 11:37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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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2025년 3월, 우리 사회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이라는 운명공동체는 또 하나의 큰 위기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전 사례를 토대로 이번 주에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상당 기간의 혼란과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8년 전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그 순간 탄핵 기각을 외치던 태극기집회의 분위기는 과열됐다. 이날만 시위대와 경찰 측을 포함해 1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경찰은 가장 높은 비상근무 태세인 갑호 비상을 발령한다고 한다.

지난달 대전에서는 탄핵 찬성·반대 측의 대규모 집회가 같은 날에 열렸다. 집회를 마치고 이동하는 반대 측과 행진하던 찬성 측이 은하수네거리에서 맞닥뜨렸다. 경찰이 통제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갈등과 대립 상황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헌정질서와 정의를 구현하고, 공동체를 통합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헌정질서의 회복과 법치주의의 수호가 우선이다. 둘로 갈라진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안정시키는 일이 비단 헌법재판소만의 과제일까? 이것은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이 시대의 핵심적인 과제다. 우리가 힘을 합쳐 새로운 민주주의 원리와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끝없는 광장의 대립과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은하수네거리의 외침 너머 우리는 협력과 연결의 민주주의와 만나야 한다.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는 이제 실질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 시스템과 제도 정치로 연결돼야 한다. 나는 그 연결의 지점에 정당이라는 중요한 플랫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당은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한' 정당이어야 한다. 은하수 너머 우리가 만나야 할 세계는 정당(政黨)이 정당(正當)한 세상이다.

문제는 지금의 정당(政黨)이 과연 정당(正當)하냐는 물음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국민인식조사(2023.01.)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정당정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에 관해 물어본 결과, '정당 정치인과 다수 유권자 간 괴리(19.4%)' 등이 제시됐다.

가장 많이 나온 과제는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 주의적 정치구조(25.9%)'였다. 지난 몇 년간 거대 양당은 극한 대립의 경쟁 속에서 폭발적으로 당원 수를 늘려왔다. 한국 사회는 유례가 없는 1000만 당원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주요 정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실제 월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은 등록 당원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핵심은 플랫폼이 되어야 할 정당이 비어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의 당원모집은 활발하지만, 일상적인 풀뿌리 당원 활동이 부족하다. 광장에서 터져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에 담긴 세대, 성별, 의제, 소수자, 동네, 생태계 등의 이야기들을 귀담아 낼 모임과 활동이 필요하다. 좋은 가치관과 신념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정치 경험을 통해 삶의 현장으로부터 정치인을 만들어내고 공천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간 이유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간 이들이 피땀 흘려 지켜 온 사회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이 회복된 이후의 우리는 다시 일상과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부와 의회에 반영되고, 더 많은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민주주의의 공동체는 질문하고 대화하는 사회다.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얼굴을 마주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자료를 바탕으로 정치 양극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2022.01)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의 기간 동안 전체적인 국민들의 이념 분포는 안정적이다. 중도층의 비율도 거의 같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지지자 간의 정서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질문과 대화, 협력과 연결의 민주주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이 바로 정당의 역할이다. 정당을 통해 시민의 뜻을 모으고, 그 뜻을 반영한 정치인들이 당선되지 못하면, 광장의 정치와 제도의 정치는 단절된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당과 정치를 어색해하거나,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활동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당을 정당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없이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은하수 너머 만나야 할 세계는 정당(政黨)이 정당(正當)한 세계다. /권인호 스페이스해킹 대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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