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새내기 공무원의 진솔한 공직 이야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새내기 공무원의 진솔한 공직 이야기

현진솔 세종 보람중 주무관

  • 승인 2025-04-10 10:06
  • 수정 2025-04-10 11:27
  • 신문게재 2025-04-11 18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현진솔 주무관(증명사진)
현진솔 세종 보람중 주무관. 사진=시교육청 제공.
임용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 이 글을 써 내려가기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

막 공직에 발을 들인 나에게는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럽기만 했고, 그런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이 '새내기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 들었을 때,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나의 이름처럼 '진솔'하게, 주무관으로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을 꾸밈없이 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 네 명이 함께 근무하는 중학교 행정실에서 막내 주무관으로 근무 중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원인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선생님들의 요청을 메모하고 처리하며,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과 프로그램 속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하루에도 수차례 되묻고 확인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질문과 고민이 교차하는 이 시기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내게도 값진 기회다.

문득 교복을 입고 중학생이었던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그 시절 나는 행정실이라는 공간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 교과 선생님, 급식실, 체육대회와 방학만큼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정작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행정실은 기억 속에 흔적조차 없다. 어쩐지 과거의 나에게 괜히 서운해지기도 했다.



"그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공간, 바로 그게 행정실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행정실을 인간의 몸에 비유해보고는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내장기관처럼, 행정실은 학교 운영의 핵심을 조용히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예산 집행부터 시설 관리, 각종 공문과 문서 업무, 학생들을 위한 각종 지원까지, 학교라는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바닥에서 묵묵히 닻을 내려주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가장 많이 맡는 업무 중 하나는 민원 대응이다. 재학증명서, 생활기록부,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를 발급해 드리며 민원인들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응대가 익숙하지 않아 긴장도 많았지만,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인사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이 일이 단순한 서류 발급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드릴 수 있다는 자부심이 조금씩 생겼다.

학교의 시설이나 물품을 관리하는 일도 행정실의 중요한 업무다. 어느 날은 교실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수리 업체를 급히 불러야 했고, 또 다른 날은 교무실 책상을 새로 들이기 위해 물품 구매 절차를 알아보고 견적서를 비교하느라 분주했다. 하나하나 처음 해보는 일들이었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다. 학교라는 공간이 어떤 시스템 속에서 유지되고 운영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실수도 많고,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나는 지금 나의 첫 공직생활을 살아가고 있다. 고작 한 달을 보냈을 뿐인데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배움을 안게 되었으니, 앞으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앞으로의 공직생활은 아마 수많은 배움의 연속일 것이다. 처음엔 어렵고 낯설지라도, 그 과정을 지나며 나 자신이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나는 지금 이곳, 중학교 행정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나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이 첫걸음이 훗날 내게 소중한 기억이 되어줄 것임을 확신한다.

나의 바람은 하나다. 내가 속한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맡은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동료 선생님들과 협력하며, 행정실 선배들과 함께 서로 응원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공무원으로서 이루고 싶은 가장 작지만 단단한 꿈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명무실한 대전시·교육청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치유 조례
  2. GM세종물류 노동자들 다시 일상으로...남은 숙제는
  3. “정부 행정통합 의지 있나”… 사무·재정 담은 강력한 특별법 필요
  4. 성장세 멈춘 세종 싱싱장터 "도약 위한 대안 필요"
  5. 한국효문화진흥원 설 명절 맞이 다양한 이벤트 개최
  1. 충남대병원 박재호 물리치료사, 뇌졸중 환자 로봇재활 논문 국제학술지 게재
  2. [사설] 김태흠 지사 발언권 안 준 '국회 공청회'
  3. 지역대 정시 탈락자 급증…입시업계 "올해 수능 N수생 몰릴 것"
  4. 으뜸운수 근로자 일동, 지역 어르신 위한 따뜻한 나눔
  5. 무면허에 다른 이의 번호판 오토바이에 붙이고 사고낸 60대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지방선거 앞 행정통합 블랙홀…대전 충남 등 전국 소용돌이

지방선거 앞 행정통합 블랙홀…대전 충남 등 전국 소용돌이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블랙홀로 떠오른 행정통합 이슈에 대전 충남 등 전국 각 지자체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 등 통합 당사자인 광역자치단체들은 정부의 권한 이양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데 시민단체는 오히려 시민단체는 과도한 권한 이양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 등 행정통합 배제 지역은 역차별론을 들고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 등 3개 권역의 행정통합 특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한 병합 심사에 돌입했다. 이..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호조세와 피지컬 AI 산업 기대감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충청권 상장사의 주가도 함께 뛰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에서의 강세로,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한 달 새 40조 1170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10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2026년 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211조 8379억 원으로 전월(171조 7209억 원)보다 23.4% 증가했다. 이 기간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시총은 14.4%, 충북은..

[독자제보] "폐업 이후가 더 지옥" 위약금에 무너진 자영업자
[독자제보] "폐업 이후가 더 지옥" 위약금에 무너진 자영업자

세종에서 해장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A 씨는 2024년 한 대기업 통신사의 '테이블오더(비대면 자동주문 시스템)'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매장 운영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테이블오더 시스템은 자리 잡지 못했다. A 씨의 매장은 고령 고객 비중이 높은 지역에 있었고 대다수 손님이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다. 주문법을 설명하고 결제 오류를 처리하는 일이 반복되며 직원들은 '기계를 보조하는 역할'을 떠안게 됐다. A 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