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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산청읍 전경<제공=산청군> |
조용한 것을 넘어 텅 비었다.
불 꺼진 상가, 인기척 없는 거리, 문 닫은 마을회관.
밤이면 불빛이 사라지는 마을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사람이 떠나고, 정주 인구는 줄어든다.
그 사이, 인구감소 대응 릴레이 캠페인은 번지르르한 구호만 남긴다.
손팻말 하나로 지역의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함께 극복하자"는 말로 구조적 문제를 덮을 수 있을까.
SNS에 올라온 사진과 릴레이 형식의 참여만 반복된다.
그 사이에도 지역은 조용히 무너진다.
산청은 교통도 좋고, 교육환경도 나쁘지 않다.
생활 기반 자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저녁이면 읍내는 텅 빈다.
주민이 사라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역에서 살며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조차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관사도 비어 있다.
행정은 남았지만, 정작 사람은 없다.
출퇴근 행정은 정주 환경을 무너뜨린다.
일은 지역에서 하지만, 삶은 외지에서 꾸린다.
지역은 일터일 뿐, 삶터가 되지 못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공허하다.
진짜 필요한 건 릴레이 캠페인이 아니다.
행정 시스템 개편, 지역 거주 기반 확보, 조직 내부의 정주 인센티브 도입. 사진보다 제도, 캠페인보다 구조다.
지금 지방소멸의 그림자는 구호로는 막을 수 없다.
불은 셔터가 아닌, 사람이 켠다.
릴레이는 불을 밝히지 못한다.
산청=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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