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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마련한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서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면서 보수 진영의 단일화가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국힘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는 8일 오전 여의도 대선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일정을 중단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 우선권을 발동한 후 "후보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는 불참하겠다. 그리고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주일간 선거운동과 14일 방송토론회,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김 후보 지지단체들은 이날 지도부를 사기·배임·횡령·직무유기죄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고, 전날에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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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단일화하라는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한심한 모습”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 후보도 이날 일정 중에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국가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민생을 걱정하는 분께 큰 실례와 결례, 또는 정말 못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후보와 지도부(쌍권), 한 후보가 첨예하게 마찰을 빚는 건 시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5월 11일 공식 후보 등록을 마감하면 후보의 소속 정당과 기호가 확정된다. 지도부와 한 후보 측이 토론과 여론조사를 거쳐 11일 이전 단일화를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혹여 이후에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절차 절차를 통해 한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기호 2번이 무소속 기호를 써야 한다.
다시 말해 15∼16일에 단일화하자는 김 후보의 제안은 지도부와 한 후보를 동시에 압박해 국민의힘 공식 후보 지위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한 후보는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본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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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
한 후보를 향해선 "단일화가 돼서 본인에게 '꽃가마'를 태워주면 입당하겠다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입당도, 후보 등록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분이 동네 국회의원 선거라도 해보셨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분이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이긴다는 보장이 있다면 제가 업고라도 모셔 오겠다"고 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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