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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중 학생들이 교사에게 전한 편지. |
제자의 이 한마디는 그 어떤 화려한 말보다 깊은 감동을 준다. 하늘과 같다는 스승의 은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처럼 느껴지지만, 여전히 교사의 진심 어린 가르침은 제자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고 있다. 제44회 스승의 날을 앞둔 대전의 교실엔 사제 간의 온기가 피어오르고, 교단의 카네이션은 아직 생그럽다.
14일 대전 신일중에서는 스승의 날 '빨간 사랑의 우체통' 행사를 통해 사제 간 따뜻한 정을 나눴다. 학생들이 선생님께 감사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고 인증 사진을 찍는 이번 챌린지는 학생자치부와 협력해 진행된 감사 캠페인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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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중 학생이 사랑의 우체통에 감사 편지를 넣고 있는 모습. |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학생회장인 3학년 이서율 학생은 "평소 선생님들께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는데, 직접 편지를 써 마음을 전하고 보답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좋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계속 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학생과의 특별한 일화도 소개했다. 김 교사는 "지난해 졸업한 학생이 학교에 캔커피를 사 들고 찾아와 자신의 꿈이 교사라며, 좋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라. 일전에 장난스럽게 했던 '캔커피 약속'을 지킨 학생이 기특하게 느껴졌고 교직 생활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제간의 정이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하지만, 그는 "우리 학교는 다르다"고 웃는다. 김 교사는 "졸업생들이 5월이 되면 찾아와서 교사들이 바빠서 일하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이런 만남이 교육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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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영 구봉고 교사가 받은 제자의 편지. |
제자는 교사에게 "꼭 식사 대접을 하고 싶었다"며 소고기 선물과 함께 수줍게 편지를 전했다고 한다. 편지엔 "선생님께서 미용 공부를 권하지 않으셨더라면 지금 제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싶다"며 "항상 건강하시고 밝은 모습으로 계셔달라. 정말 그립고 보고 싶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제자는 끝내 미용사의 꿈을 이뤘고, 10여년 뒤 금의환향하듯 은사를 찾아온 것이다.
문 교사는 자신은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교사가 건네는 작은 한마디가 학생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감정을 나눈다는 건 정말 큰 에너지를 쏟는 일인데, 요즘엔 일에 치여 도통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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