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죽순, 비 온 뒤 성장한 생명의 나눔

  • 다문화신문
  • 공주

[공주다문화] 죽순, 비 온 뒤 성장한 생명의 나눔

독성 있는 식물을 법제한 K-나물 각광
한국에서 소비 적은 죽순, 비만과 고혈압에 권장

  • 승인 2025-06-01 14:37
  • 신문게재 2024-11-24 12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6-6]박진희님_죽순
세계로 뻗어가는 K-문화의 현주소를 살피니, K-나물에 관심 두는 외국인이 많아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서양의 경우 조금의 독성이라도 있으면 아예 건들지조차 않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인들은 산야초를 일상적으로 섭취해 왔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원추리, 토란 줄기, 옻 순, 두릅, 아주까리잎 등은 독성이 있는 식물이다. 잘못 먹으면 두통, 설사, 근육 경련, 피부 발진 등을 동반한다. 아주까리의 종자에는 청산가리의 1,000배, 코브라 독의 2배가 넘는 라이신(Lysine)이라는 독성 알부민 성분이 존재한다. 한국인은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식물로 기네스북에 올라와 있는 아주까리씨를 기름을 짜서 사용했다. 심지어 해로운 것을 먹은 이에게 아주까리 종자유를 먹여 설사를 유도하여 독성을 배출하는 데 이용하기까지 했다. 이런 한국인들의 밥상에서 예상외로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도 있다. 죽순은 그중 하나이다. 800년 전부터 확실히 검증된 식재료인데도 말이다.

[6-6-2]박진희님_죽순2
죽순(竹筍)은 대나무의 뿌리가 구근화하여 지상으로 돋아난 어리고 연한 싹을 말한다. 죽태(竹胎)라고도 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은 비 온 뒤에 여기저기 솟는 죽순을 뜻하는데, 어떤 일이 한때에 많이 생겨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볏과 식물인 죽순에 함유된 단백질의 약 70%는 아미노산과 베타인, 콜린 등이어서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죽순의 아린 맛은 아미노산인 타이로신(Tyrosine)이 산화한 옥살산(蓚酸)과 청산배당체 때문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성분은 열에 약해서 익히면 사라진다.

죽순은 아삭한 식감과 양념을 잘 받는 성질 때문에 중화요리인 팔보채나 짬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찌고, 조리고, 볶은 일본 가정식 요리나 일본식 라면에도 빈번히 사용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죽순의 소비량이 가장 적다. 아삭한 식감 외에는 무미(無味)에 가까운 죽순의 미각적인 면에서 꺼려지는지 모른다. 그보다는 한반도의 지형과 기후에서 더욱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나무 재배 가능 지역이 북상 중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나무가 나는 지역이 주로 남도에 한정돼 있어서 채취와 유통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죽순은 생장 중인 어린 식물이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아미노산과 당류의 소비가 진행돼 맛이 떨어진다. 저장이 어려워 보통은 통조림 형태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가끔 통조림에 보이는 흰 앙금은 부패한 것이 아니다. 죽순에 들어있는 수산염, 키시란, 전분, 아미노산 등이 타이로신과 결합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죽순을 삶아 물에 잘 헹구거나 메틸셀룰로스를 소량 첨가하면 방지할 수 있다.

삶은 죽순은 가늘게 썰어 죽순밥을 짓거나, 잘게 썰어 달걀에 버무려 끓인 죽순탕으로 끓이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섞어 양념하여 볶은 죽순채는 영양적 균형이 뛰어난 나물 요리다. 정과는 별미 중의 별미다. 저칼로리 식품인 죽순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비타민 B6가 함유돼 있다. 중풍 예방, 노화 방지 및 비만증이나 고혈압에 좋다고 하니, 제철(4월~6월)에 한국인의 밥상에서 자주 보길 바란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상장기업 다수 부침 거듭...어떤 기업 포진해 있나
  2. '고 김하늘 양 사건' 교육부 조사 끝 "학교장 중징계, 교감 경징계"
  3. 통합과 혁신 나선 지역 국립대… 체질 개선 '안간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이성진 한국건설시험연구소(주)대표이사
  5. [주말 사건사고] 대전 사회복지관서 음식물 탄화로 불…천안 부품 공장 화재
  1. 대전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지 넣어 선거 조작?…오인 신고
  2. 의대 정원 축소에도… 충청권 지역인재 전형 확대
  3. [기고] 정성 들인 한 표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
  4. 음주측정 거부 의원직 상실위기 충남도의원, 내달 항소심 선고
  5. (사)한국다문화연구원, 다문화가정 이주민과 자녀 대상 ‘전통한복 예절교육’

헤드라인 뉴스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대전·충청은 물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할 21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궐위 선거로, 4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동시에 열린 초단기 대선 레이스가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60일의 짧은 기간 동안 각 정당과 후보들은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전통적 캐스팅보터 지역이자, 역대 선거마다 승패를 결정지은 금강벨트 표심을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충청의 숙원인 행정수도 완성을 비롯한 첨단산업벨트 구축과 주요 공공기관 이전,..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충청 발전을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후보들은 물론 국민 대통합과 국가균형발전,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은 물론 충청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도 쏟아냈다. 유권자들은 연설이나 퍼포먼스를 잘하는 후보도 좋지만, 공약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충청에 도움이 된다. 중도일보는 충청인들의 선택을 돕고자 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제시한 충청권 4개 시도 주요 공약을 분석했다. <편집자..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오른 데는 식품기업과 외식업계 등의 가격 인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급격한 물가 상승에 당분간 서민들의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기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가격 인상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 이후 부쩍 늘었고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인 전날 국내 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1대 대선 D-1…대통령은 누구? 제21대 대선 D-1…대통령은 누구?

  •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 ‘미리 참배왔어요’ ‘미리 참배왔어요’

  •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