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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제공=김정식 기자> |
'최우수', '전국 최초', '혁신 대상'… 이쯤 되면 대기실 벽면이 아니라 트로피가 시장·군수실을 점령한 게 아닐까 싶다.
누가 줬냐고? 민간단체다.
누가 심사했냐고? 그건 비공개다.
누가 후원했냐고? 보통은 '유관기관'이란 말 한 줄이 붙는다.
꼭 필요한 건 빠지고, 포장만 잘 된 '공공 마케팅 상품'이 따로 없다.
기자가 보기엔 요즘 이 상장들, 주민 앞에 내민 금박 딱지 붙은 자화상이다.
자기가 만든 제도, 자기가 낸 보고서, 자기끼리 뽑고 자기가 받은 상.
정작 군민은 모른다.
자신이 '우수 군정'의 증인으로 쓰이고 있다는 걸.
웃긴 건 이런 상도 혈세로 치른다는 점이다.
응모비, 홍보비, 출장비.
공약은 안 지켜도 상은 꼭 챙긴다.
서랍 속 보도자료보다 중요한 건 마을 어귀 농로의 풀 한 포기다.
진짜 상은 주민이 준다.
비가 새던 마을회관 지붕이 멀쩡해졌을 때, 버스가 서지 않던 정류장에 노인이 의자 놓고 앉게 됐을 때.
그땐 상장이 없어도 박수가 난다.
카메라 없어도 주민은 알아본다.
정치는 '보도자료 대회'가 아니다.
트로피는 떠들고, 주민은 조용히 웃는다.
진짜는 늘, 반대편에 있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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