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달 서비스 업무? 보이스피싱 수거책 잇단 무죄…"현금전달 범죄 가능성 적극 알려야"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서류전달 서비스 업무? 보이스피싱 수거책 잇단 무죄…"현금전달 범죄 가능성 적극 알려야"

대전고법과 지법서 현금전달책 무죄 잇달아
홈페이지 만들고 수당 정해 정상업체로 위장
"현금수거 전달 정상업무 아닐 가능성 홍보를"

  • 승인 2025-05-19 17:27
  • 신문게재 2025-05-20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3242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이 정상 업체처럼 교묘하게 위장하는 바람에 수억 원의 피해를 초래한 현금 수거책을 검거해도 재판 과정에서 잇달아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이들 현금 수거책 역시 사기 조직에 속았다는 것으로, 전화금융사기를 적발하고도 피해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대전고법 형사1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A(59)씨 사건의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024년 5월 21일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지시를 받고 전북 김제에서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권 수표 2장을 받는 등 피해자 7명에게서 3억 3100만 원 상당을 받아 사기 조직에 전달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지시대로 기차역 물품보관함에 넣거나 또 다른 전달책에게 넘겼고, 자신의 수당을 피해자에게 받은 현금에서 직접 빼서 챙겼다. 사기 조직에게 업무 지시를 받을 때 텔레그램을 사용했고, 피해자들에게 위조문서를 직접 전달했다. 검찰은 A씨가 자기의 현금 전달행위로 인해 범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다른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 5명에게서 1억5000만 원을 받아 전달한 현금 전달책 B(49)씨 역시 1심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항소심에서 파기되고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증거만으로 B씨가 범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현금 전달책에 잇달아 무죄가 선고된 두 사건에서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정상적인 업체처럼 철저하게 위장했다. 서류를 전달하는 서비스 업체처럼 상호명과 대표자 이름을 등록해 지정된 장소에서 서류를 전달할 직원을 뽑는 것처럼 온라인 채용사이트에서 버젓이 채용했다. 범죄 조직이면서 정상 업체처럼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어 회사를 소개하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다. 특히, 문서전달에 수당 6만 원, 교통비는 1㎞당 200원, 식비 8000~1만6000원으로 책정하고, 심지어 지정된 장소에서 서류 대신 현금을 받는 일을 지시할 때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과정"이라며 합법적 업무로 포장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수법을 고도화해 현금 수거책도 자신의 일이 범죄에 연루된 것을 알지 못할 수 있는데, 형법에서도 고의가 인정돼야 처벌할 수 있다"라며 "현금을 받아 입금하는 행위가 평범한 정상 업무가 아닌 범죄일 수 있다는 공익 홍보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3년간 대전서 송치된 뇌물죄 공무원만 8명…계약 비리는 관행?
  2. 농촌공간 정비사업 '금산군' 선정
  3. 천안검찰, 수의계약 허점 이용 100억원 편취한 혐의 등 일당 8명 기소
  4. 도민 화합의 축제 제 77회 '충남도민체육대회' 개막
  5. 김태흠 지사, 민선8기 4년차 시군 방문 돌입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지' 잠재력 확인...남겨진 숙제는
  2. ‘고향에 선물 보내요’
  3. 대전권대학 '드론캠프·농구 교류전' 대전보건대서 열려
  4.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
  5. ‘선생님 저 충치 없죠?’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경제단체장·재벌총수들, 경제 위기 극복 ‘한목소리’

이 대통령·경제단체장·재벌총수들, 경제 위기 극복 ‘한목소리’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단체장, 재벌총수들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 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다. 간담회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안덕근 산자부 장관과 이형일 기재부..

내란특검 조은석·김건희특검 민중기·채상병특검 이명현 지명
내란특검 조은석·김건희특검 민중기·채상병특검 이명현 지명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로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은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지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한 지 8시간이 안 된 12일 오후 11시 9분 전후에 지명을 완료하면서 3대 특검팀 출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은석 특검과 민중기 특검은 민주당이, 이명현 특검은 혁신당이 추천했다. 전남 장성 출생으로 광덕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조은석(65년생·사법연수원 19기) 특검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청주지검장, 문..

코스닥 상승 견인하는 대전 상장기업…시총 63조 원 돌파
코스닥 상승 견인하는 대전 상장기업…시총 63조 원 돌파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대전의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3년간 지역의 상장기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총 규모도 63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충청권 상장기업 전체 시총의 절반에 육박한다. 대전에 본사를 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신약개발 기업 인투셀이 지난달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지역 상장기업 수는 66개로 늘었다. 2015년 설립한 인투셀은 리가켐바이오 공동 창업자 박태교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창업 10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인투셀은 상장 첫날 공모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

  •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 대전에서 잡(JOB)는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