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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형사1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A(59)씨 사건의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024년 5월 21일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지시를 받고 전북 김제에서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권 수표 2장을 받는 등 피해자 7명에게서 3억 3100만 원 상당을 받아 사기 조직에 전달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지시대로 기차역 물품보관함에 넣거나 또 다른 전달책에게 넘겼고, 자신의 수당을 피해자에게 받은 현금에서 직접 빼서 챙겼다. 사기 조직에게 업무 지시를 받을 때 텔레그램을 사용했고, 피해자들에게 위조문서를 직접 전달했다. 검찰은 A씨가 자기의 현금 전달행위로 인해 범죄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또 다른 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 5명에게서 1억5000만 원을 받아 전달한 현금 전달책 B(49)씨 역시 1심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항소심에서 파기되고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증거만으로 B씨가 범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현금 전달책에 잇달아 무죄가 선고된 두 사건에서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정상적인 업체처럼 철저하게 위장했다. 서류를 전달하는 서비스 업체처럼 상호명과 대표자 이름을 등록해 지정된 장소에서 서류를 전달할 직원을 뽑는 것처럼 온라인 채용사이트에서 버젓이 채용했다. 범죄 조직이면서 정상 업체처럼 인터넷 사이트도 만들어 회사를 소개하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다. 특히, 문서전달에 수당 6만 원, 교통비는 1㎞당 200원, 식비 8000~1만6000원으로 책정하고, 심지어 지정된 장소에서 서류 대신 현금을 받는 일을 지시할 때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과정"이라며 합법적 업무로 포장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수법을 고도화해 현금 수거책도 자신의 일이 범죄에 연루된 것을 알지 못할 수 있는데, 형법에서도 고의가 인정돼야 처벌할 수 있다"라며 "현금을 받아 입금하는 행위가 평범한 정상 업무가 아닌 범죄일 수 있다는 공익 홍보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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