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집중적으로 인상 대열에 합류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재료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 유통 비용 증가 등 일반적 요인들이 대선 시기와 겹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다. 계엄 사태 직전과 비교해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이 72%에 이른다. 당국의 통제가 느슨한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분위기에 편승한 인상에 잘 대처하지 못한 것이 물가 고삐가 풀린 주요 원인이다.
급격한 가격 인상이 대선 끝나면 힘들다고 내다본 기업의 판단도 물가를 부추겼다. 미래에 발생할 추가 비용까지 가격에 앞당겨 반영한 행태는 규제 대상이다. 안 올리고 생산 비용이 더 오르면 손해 볼 수 있다는 위험 관리 전략의 부담은 소비자가 짊어진다. 근거 없이 국정 공백기에 전략적으로 값을 올린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 민생 안정을 국정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가 할 일은 물가안정 '권고'만이 아니다.
대선 직전까지도 가격 인상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도 오르면서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민 다수(60.9%)가 '물가안정'을 제1의 민생 과제로 꼽는다. 라면에 달걀 하나 곁들여 먹기조차 부담스러운 실질적 생활비 부담은 민생 차원에서 진지하게 다룰 사안이다. 물가 흐름은 새 정부 출범 후 2~3개월 내 초기 정책 신호에 좌우됨을 명심해야 한다. '라면값 2000원 실화냐'는 거꾸로 국민이 정부에 묻고 싶은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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