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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요즘 농촌과 어촌, 산촌에 가면 자주 떠오르는 문장이다.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며 쏟아지는 공모사업은 화려하다.
농산어촌뉴딜, 우리동네살리기, 중심지활성화 등, 이름도 길고 목적도 선하니 반대할 명분조차 없다.
하지만 그 현장을 걷다 보면 실소가 먼저 터진다.
그럴싸한 건물 옆엔 아무도 없다.
문이 굳게 닫힌 채, 도색도 채 마르지 않은 회관 옆엔 인기척조차 없다.
사람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혈세를 아끼지 않는다.
수천억이 투입되고, 기자회견과 홍보자료는 넘쳐난다.
그러나 정작 그 공간에 있어야 할 주민들은 고령화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국 면 지역 빈집률은 이미 40%를 넘어섰고, 출산율은 지표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줄어들고 있다.
고령화는 KTX급 속도인데, 정책은 걸음마다.
한 번 되묻고 싶다.
사람이 없는 공간이 왜 필요한가?
사람이 살아야 집도, 길도, 회관도 의미가 있다.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마을에 수십억을 들여 만든 센터가 어떤 생명을 품을 수 있을까.
이 모든 건 지방선거를 앞둔 생색내기에 더 가까워 보인다.
지금 필요한 건 공간 정비가 아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부대끼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돌봄, 금융, 주거, 출산, 여가, 문화, 이 모든 것이 사람 중심으로 짜여야 한다.
"정주여건 개선"은 사람이 모인 뒤의 문제다.
지금은 그 순서가 뒤집혀 있다.
우리는 물길을 바꾸는 데는 능하지만, 흐름을 읽는 데는 둔감하다.
흐름은 명백하다.
지방은 소멸되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기억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살아갈 사람'을 붙잡는 일이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진짜 대책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지금이 바로, 순서를 되돌릴 마지막 기회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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