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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사진작가의 개인전 '한국의 바위 문화 - 충청남도'가 29일까지 대전 스페이스 테미(Space TEMI)에서 개최된다./사진=스페이스 테미 |
이 전시는 '2025 대전국제사진축제 특별전'의 일환으로 개최되며, 김 작가가 2016년부터 대전·세종·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8년간 현장 조사 및 촬영을 거쳐 완성한 179점의 바위 문화재 사진이 전시된다.
전시작은 모두 '검오일 프린트(Gumoil Print)'라는 대안사진기법으로 인화된 것이며, 작품 크기는 25cm×38cm로 통일돼 있다. 출품된 문화재는 벅수(장승), 마애불, 미륵불, 석불, 짐대 등 민간신앙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대상물들이다.
김주영 작가는 1986년 경희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으며, 2009년부터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2013년 첫 개인전 '사진으로 다시 시작하다'를 개최했으며, 같은 해 앰배서더 호텔 도시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날고 싶은 새는 땅에서 죽는다'(2019, 갤러리 브레송), '한국의 바위 문화 - 전라남도'(2024, 하 갤러리) 등 세 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는 수차례의 그룹전에 초대되었으며, 성남미디어센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이번 대전 전시는 2025년 기준 네 번째 개인전이자, 그의 대표 프로젝트인 '한국 바위 문화' 시리즈 중 충청 지역을 다룬 두 번째 결과물이다. 김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의 민속 신앙 유산을 탐방하며 사진으로 기록해왔으며, 각 전시별로 지역 단위를 묶어 전시 및 전자도록 발간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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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작가가 촬영한 서산 흑석리 벅수./사진=스페이스테미 제공 |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은 지자체 지정문화재, 마을 민속신앙 대상물, 사찰에서 옮겨온 유산까지 포함되며, 전시는 순수 예술 전시라기보다는 문화재 기록 아카이브 성격이 강하다.
김 작가는 모든 작품을 비은염 사진기법인 검오일 프린트 방식으로 인화했다. 이 기법은 중크롬산 나트륨과 아라비아 고무를 자외선에 노광시킨 후, 굳은 고무층 위에 유화 물감을 덧입혀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1989년 미국의 칼 퀘니히에 의해 재정립된 기법으로, 일반적인 수채 검 프린트보다 명암 대비와 질감 표현이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검오일 프린트는 일반 은염 인화와 달리 중크롬산 나트륨과 아라비아 고무를 활용해 자외선 노광을 거친 후 유화 물감을 도포해 이미지를 구현하는 비은염 사진기법이다. 1855년 프랑스에서 유래한 검 프린트(Gum print)를 기반으로 1989년 미국의 칼 퀘니히가 변형하여 개발했다.
김 작가는 "처음에는 수채 검 프린트를 시도했지만 바위의 표면 질감을 충분히 살릴 수 없었다"며 "검오일 프린트는 흑백 대비가 강하고 표면의 거친 느낌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적합해 채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검오일 프린트 작업은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필름의 크기나 해상도에 따라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작가는 모든 사진을 A3 사이즈 이내에서 직접 인화했다. 이 때문에 전시작 전체가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것이다.
특히 검오일 프린트는 국내에 전용 전문자료가 부족해 그는 해외 사이트 자료를 기반으로 전 과정을 독학했다고 전해진다.
김 작가는 전국을 돌며 바위 문화재를 답사하고 촬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충청남도와 세종·대전 일대에서 촬영된 179점이 공개되며, 주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에 촬영됐다. 그는 마을 고갯길, 폐사지, 숲 속, 농로 등 접근성이 낮고 기록이 희박한 장소까지 직접 탐방하며 현장 조사를 병행했다.
전시에 포함된 대상 중 일부는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례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세종시 갈운리 벅수는 도시개발로 자연부락이 소멸된 후, LH공사 후면 부지에 방치된 상태로 발견됐다. 김 작가는 블로그 스케치 사진을 통해 해당 유물을 추적해냈으며, 현재는 해당 유물들이 공식 박물관이 아닌 야외 공간에 임시 보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서산시 흑석리 벅수는 도로 신설로 인해 기존 접근로가 사라지고, 수풀이 뒤덮여 찾는 데만 수일이 소요됐다고 한다. 또 세종시 갈운리 벅수는 도시개발로 인해 자연부락이 사라진 이후 소재가 불분명했으나, 지역 블로거의 사진을 단서로 LH공사 후면 부지에서 방치된 상태로 발견됐다.
서산시 산수리 미륵불은 문화재 브로커에 의해 외부로 반출돼 현재 용인의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김 작가는 해당 문화재가 해미읍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비보하던 4대 미륵 중 하나라며, 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간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거절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전시에서 다루어진 바위 문화재 중 상당수는 마을 주민들의 공동 신앙 대상물이다. 그러나 일부는 개인 소유지에 위치해 있거나 사찰로 이전된 뒤 재반환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컨대 서산시 배미동 미륵은 땅 주인이 사찰에 기증했으나, 마을 주민들이 반환을 요구하며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소송 끝에 마을로 돌아온 사례다.
이 같은 사례들은 바위 문화재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거나, 비지정 문화재로서 공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김 작가는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보존을 위해서이자, 지금이라도 이 유산들을 민간이 먼저라도 정리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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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작가가 이번 전시에 맞춰 발간한 전자도록 '중원 지킴이I'./사진=스페이스테미 제공 |
작가는 "같은 대상을 두고도 '벅수', '장승', '미륵' 등 다양한 명칭이 혼재돼 있어 학술적 분류보다는 지역명 중심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전자도록은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 등 주요 전자책 플랫폼에서 판매 중이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 이후 전국의 바위 문화재를 지역별로 정리한 시리즈를 추가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미 '남도 지킴이'로 전라남도 지역을 정리한 바 있으며, 향후 경상도 및 수도권 작업도 계획 중이다. 그는 "지자체 차원의 바위 문화 기록이 일관되지 않거나 비학술적으로 정리돼 있어 민간 차원에서라도 기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킴이를 지키는 것이 이제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이 작업은 단순한 사진 전시가 아니라 지역문화자산의 실태를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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