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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 |
최근 미국 하버드 벨퍼센터에 의하면 우리나라 첨단기술 종합순위가 5위, 특히 첨단바이오 산업은 세계 10월 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첨단기술 분야별 역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AI 9위, 바이오 10위, 반도체 5위, 우주 13위, 양자 12위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 확대가 이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국가바이오위원회를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발시켜 신약개발 가속화, 대형펀드 조성, 생산능력 확충 등에 노력 중이고 2025년 AI, 바이오, 반도체에 약 6조 8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은 경쟁력 확대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문제는 지역별로 특화된 육성 전략이다. 지역 바이오산업 육성정책을 보면 수도권 홍릉·상계 일대를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육성하고, 인천·시흥·송도는 글로벌 바이오 생산·연구 거점으로 확대한다. 대구·경북은 한국형 백신 및 바이오 클러스터, 충청권 'K-바이오 스퀘어', 강원도 AI·디지털 기반 첨단의료복합산업 중심지로 만들 예정이다. 전남·전북은 백신, 항암, 면역 산업 중심 바이오 거점 구축, 국립의대가 신설된다. 제주는 관광·공공의료·치유 기능이 결합된 '제주형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하지만 글로벌 신약개발 생태계 육성이라는 공약과 지난해 '국가첨단전략산업 대전 바이오 혁신신약 특화단지' 지정이 무색하게 대전 바이오클러스터가 빠졌다.
대전 바이오클러스터는 대한민국 1호 바이오벤처(바이오니아)가 탄생한 곳이며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인 알테오젠을 비롯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펩트론 등 바이오 상장사 28개가 포진해 있다. 이들 상장사의 시총 총합만 31조 원이 넘는다. 대전 바이오클러스터에는 정부주도의 바이오클러스터와 달리 2000년도를 기점으로 민간 바이오벤처들이 대거 창업되고 20년이 넘도록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들이 조단위 해외기술이전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곳이다. 2025년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해외 기술이전 계약액은 총 10조2941억 원으로 집계되고 이는 작년 전체 실적(7조 5386억 원)을 넘어선 수치인데, 절반이 알테오젠과 같은 대전 바이오기업의 성과이다. 타 지역이 바이오시밀러와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혁신신약 개발과 첨단기술 측면에서 대전을 앞서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가 대전 바이오클러스터를 빼놓고 국가 바이오산업 육성을 하겠다면 어불성설이다. 대전은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R&D와 글로벌수준의 혁신신약 바이오벤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된 곳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의 대상에서 빠진 것은 유감이다. 대전의 혁신신약 바이오벤처들은 반도체 파운드리(제조·생산) 산업에서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과 비교된다. 파운드리 산업에서 반도체 설계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기업(대만의 TSMC社 등)에 위탁해 생산한다. 설계 및 기술 개발은 팹리스 기업이 담당하고, TSMC는 생산에 집중한다. 대전에는 이러한 팹리스 기업에 해당하는 바이오벤처 300여 개가 성장 중이다. 새 정부는 이들 바이오벤처를 지원할 수 있는 육성정책을 포함하여 팹리스 기업-파운드리 기업으로 이어지는 국가 바이오산업 육성 가치사슬을 완성해야 한다. 이들은 블록버스터급 혁신신약 설계와 개발이 가능한 바이오 팹리스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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