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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 신탄진고등학교 행정실장 |
작가가 인도 바라나시에 오랜 시간 머물 때, 자주 만났던 인도인 남자가 있었다. 이 인도인은 상당히 낙천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을 가진 모양이었다. 둘이 삶의 애환이 있는 얘기를 대화하다 보면 그 사람이 흔히 하는 말 셋이 있었다.
"노 프라블럼(문제 없어), 그 사람의 업보야, 걱정할 일이 아니니까 신이 도와줄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이 사람이 아침 일찍 작가의 숙소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자기 아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부딪혀서 다리뼈가 두 군데나 부려졌는데 큰 병원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그를 방으로 데려와서 꿀물 한잔을 타 먹인 후 진정을 시켰다. 그런 후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 평소 그가 애용했던 앞의 세 가지를 말했단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그 사람은 평소의 편안했던 얼굴은 사라지고 무신론자의 얼굴처럼 변했다. 류 작가가 어느 정도 병원비 낼 돈이 있어서 도와주었더니 그제야 그는 '신의 은총'이라며 감사해 했고 인자한 얼굴이 되었다고 하더라나.
사람만큼 자기감정에 충실하지 않은 동물은 없는 듯하다. 특히 그 감정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작은 것도 크게 다가오기 마련인 반면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이라면 조금 담백하고 무디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우리 속담에 '내 손톱 밑 가시가 제일 아프다'라는 말이 이를 잘 표현한 것이리라. 다른 사람이 날카로운 칼에 손가락을 베여도 그리 크게 아프지 않게 느껴지지만 내 손톱 및 작은 가시는 왜 이리 아프단 말인가.
앞의 류 작가 경험처럼 인간은 누구나 내 작은 불행이나 고통에는 그보다 더 크게 슬픔을 느끼지만 남의 더 큰 아픔이나 걱정거리에는 다소 담담하게 느끼며 말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평범함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하는 분들도 있다. 존경받는 성직자들이나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선량한 분들 말이다.
필자는 대전 지역 고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학교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고 교육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해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자다. 그러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교장실에서 주요 보직자들과 회의하는데, 일주일의 학교 계획과 교직원들의 요구 사안에 대한 처리 방법을 협의하고 결정한다. 회의하면서 교장선생님이 자주 강조하는 말씀이 있는데 "우리의 입장보다는 교직원 중심의 생각을 해보자.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게 결정하자"다. 그 말속에 학교 교육 정책을 결정하려는 정답이 있고, 올바른 방향도 나오기 마련이다.
작은 학교 조직을 떠나 더 넓혀서 사회를 한번 보자. 한국은 사회 갈등이 심각한 곳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갈등 지수가 3위(2016년 기준)라고 한다. 202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사회 갈등 지수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201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한 사회 경제 비용이 연 80조에 달하고 있어 당장 치유가 필요한 국가적 문제이기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후보자 시절에 사회 분열 통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아니었던가.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 지면서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내 손톱 밑 가시를 더 아프게 생각하는 세상이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그것은 우리 곁에는 다른 사람과 공감하면서 서로를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어른 김장하' 같은 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춘풍추상(春風秋霜)처럼 '나보다는 너, 너보다는 우리'를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사회 갈등은 점점 완화되어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백장현 신탄진고등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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