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만필] 내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 만필] 내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

백장현 신탄진고 행정실장

  • 승인 2025-06-26 15:42
  • 신문게재 2025-06-2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623095852
백장현 신탄진고등학교 행정실장
필자가 좋아하는 작가로 류시화 씨가 있다. 류 작가는 처음에는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오히려 해외여행(특히, 인도나 히말라야 쪽)을 하면서 개인적인 경험과 영적 체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하는 분으로 유명하다. 그중의 하나가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2023)인데, 공감이 가는 내용이 하나 있기에 여기에 전하고자 한다.

작가가 인도 바라나시에 오랜 시간 머물 때, 자주 만났던 인도인 남자가 있었다. 이 인도인은 상당히 낙천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을 가진 모양이었다. 둘이 삶의 애환이 있는 얘기를 대화하다 보면 그 사람이 흔히 하는 말 셋이 있었다.

"노 프라블럼(문제 없어), 그 사람의 업보야, 걱정할 일이 아니니까 신이 도와줄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이 사람이 아침 일찍 작가의 숙소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자기 아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부딪혀서 다리뼈가 두 군데나 부려졌는데 큰 병원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그를 방으로 데려와서 꿀물 한잔을 타 먹인 후 진정을 시켰다. 그런 후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 평소 그가 애용했던 앞의 세 가지를 말했단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그 사람은 평소의 편안했던 얼굴은 사라지고 무신론자의 얼굴처럼 변했다. 류 작가가 어느 정도 병원비 낼 돈이 있어서 도와주었더니 그제야 그는 '신의 은총'이라며 감사해 했고 인자한 얼굴이 되었다고 하더라나.

사람만큼 자기감정에 충실하지 않은 동물은 없는 듯하다. 특히 그 감정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작은 것도 크게 다가오기 마련인 반면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이라면 조금 담백하고 무디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우리 속담에 '내 손톱 밑 가시가 제일 아프다'라는 말이 이를 잘 표현한 것이리라. 다른 사람이 날카로운 칼에 손가락을 베여도 그리 크게 아프지 않게 느껴지지만 내 손톱 및 작은 가시는 왜 이리 아프단 말인가.



앞의 류 작가 경험처럼 인간은 누구나 내 작은 불행이나 고통에는 그보다 더 크게 슬픔을 느끼지만 남의 더 큰 아픔이나 걱정거리에는 다소 담담하게 느끼며 말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평범함을 넘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하는 분들도 있다. 존경받는 성직자들이나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선량한 분들 말이다.

필자는 대전 지역 고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학교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고 교육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해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자다. 그러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교장실에서 주요 보직자들과 회의하는데, 일주일의 학교 계획과 교직원들의 요구 사안에 대한 처리 방법을 협의하고 결정한다. 회의하면서 교장선생님이 자주 강조하는 말씀이 있는데 "우리의 입장보다는 교직원 중심의 생각을 해보자.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게 결정하자"다. 그 말속에 학교 교육 정책을 결정하려는 정답이 있고, 올바른 방향도 나오기 마련이다.

작은 학교 조직을 떠나 더 넓혀서 사회를 한번 보자. 한국은 사회 갈등이 심각한 곳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갈등 지수가 3위(2016년 기준)라고 한다. 202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사회 갈등 지수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201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한 사회 경제 비용이 연 80조에 달하고 있어 당장 치유가 필요한 국가적 문제이기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후보자 시절에 사회 분열 통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아니었던가.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 지면서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내 손톱 밑 가시를 더 아프게 생각하는 세상이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그것은 우리 곁에는 다른 사람과 공감하면서 서로를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어른 김장하' 같은 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춘풍추상(春風秋霜)처럼 '나보다는 너, 너보다는 우리'를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사회 갈등은 점점 완화되어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백장현 신탄진고등학교 행정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고속버스터미널, 천안-속초 직통 버스노선 신규 개통
  2. 대전 식약단체, 역 앞에서 불법마약 퇴치 캠페인
  3. 대전에 생긴 ‘오상욱 거리’
  4.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 71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대전시지부 최우수지부상 수상
  5. 野대표 "해수부 이전 졸속추진…강력대응" 대여투쟁 예고
  1. 6·25전쟁 기념식 대전에서 처음 개최…영웅들의 헌신에 감사 표현
  2. 대전교육청 "긴급 정밀안전진단 최종보고서 나오기 전 결과 공지"
  3. 권이균 지질자원연 신임 원장 "국민 안전 기여하는 연구를"
  4. 진실화해위원장 대전 골령골 방문에 유족들 반발…"이틀 뒤 합동위령제 안 오고 생색내기"
  5. [우난순의 식탐] 뉴욕의 김환기에게 고향의 맛은 무엇이었을까

헤드라인 뉴스


`소상공인 지원 늘리고, 가계대출 줄이고`…정부 기조에 발 맞추는 은행권

'소상공인 지원 늘리고, 가계대출 줄이고'…정부 기조에 발 맞추는 은행권

은행권이 다음 달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앞두고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자체 관리에 나섰다. 다만,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은 대폭 확대하는 모습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대출 모집법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부여했다.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를 목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와 연중 안정적인 금융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도 현재 대출모집인을 통한 7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점수를 한도 소진으로 중단한 상태다. SC제..

김상환 헌재소장, 오영준 헌법재판관,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 모두 ‘충청’
김상환 헌재소장, 오영준 헌법재판관,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 모두 ‘충청’

김상환(66년생) 헌법재판소장 겸 헌법재판관 후보, 오영준(69년생) 헌법재판관 후보, 임광현(69년생) 국세청장 후보 모두 충청 출신이 지명됐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6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3명에 대한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대전에서 태어나 보문고(29회)와 서울대를 졸업한 김상환 후보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0기) 합격 후 1994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해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과 연구부장, 제주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제1 민사 수석부장,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등 지냈다...

대한제강, 당진에 5400억 투입 국내최대 스마트팜단지 만든다
대한제강, 당진에 5400억 투입 국내최대 스마트팜단지 만든다

충남도가 대한제강, 당진시와 손잡고 대한민국 최대 스마트팜단지 조성에 나선다. 이 스마트팜단지는 특히 인근 제철소 폐열을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 입주 농업인들이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감하며 탄소중립까지 실현한다. 김태흠 지사는 26일 도청 상황실에서 오치훈 대한제강 회장, 오성환 당진시장과 '에코-그리드(Eco-Grid) 당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투자양해각서에 따르면, 대한제강은 2028년까지 당진 석문간척지(석문명 통정리 일원) 내에 119만㎡ 규모 스마트팜단지(이하 석문 스마트팜단지)를 조성한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대전시당,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궐기대회 개최 국민의힘 대전시당,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궐기대회 개최

  • 도심 속 접시꽃 ‘눈길’ 도심 속 접시꽃 ‘눈길’

  • 대전에 생긴 ‘오상욱 거리’ 대전에 생긴 ‘오상욱 거리’

  • 가수 김연자, 김소연 대전경찰청 홍보대사 위촉 가수 김연자, 김소연 대전경찰청 홍보대사 위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