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결정 당시 우리가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비판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합헌과 위헌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처럼 행정수도 이전이 합헌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에 헌재 판례 변경이나 헌법 개정 없이는 어렵다는 주장 역시 만만찮다. 대표적인 견해를 가진 이석연 변호사는 당시 경실련 사무총장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서울이 수도라는 규정은 헌법적으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는 청구서의 취지는 결국 받아들여졌다. 약간 물렁물렁해진 듯 보이는 관습헌법 아성은 한동안 단단했다.
사정은 달라졌고 그 편향된 논리대로면 '수도 분할'은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다.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시각도 국무총리가 세종에 있는 것조차 위헌 시비가 붙던 당시와는 다르다. 국회 발의된 특별법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구현에 도움이 되는 법이다. 다만 허허벌판이었다가 상전벽해같이 달라진 지금도 포장만 바뀐 해괴한 관습헌법의 옷을 또 입고 나올 수는 있다. 절차적 정당성이나 입법 근거까지 확실할수록 좋은 이유다.
행정수도특별법이 행정수도로 건너가는 유효한 수단인 것은 맞다. 신행정수도 '원안'을 찾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한편에서 꿈틀거리는 건 '헌법 관습법'의 악몽이다. 행정수도 외형을 꽤 갖추고도 헌재 판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세종을 외면한 수도 조항이 관습헌법 부활이란 말은 8년 전 문재인 정부 때 개헌 추진 국면에서도 불거졌다. '수도성(性)'의 상징 가치를 부여하는 명문 규정 필요성에 대한 일종의 암시다. 난제인 '사회적 합의'에도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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