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은 이미 1990년 이후 집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1995년 위헌 결정으로 완전한 제도적 폐지에 이르렀다. 사형제는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케이프 식민지에 도입한 뒤 살인, 강간, 방화 등 중범죄에 적용되었지만, 아파르헤이트 시기에는 정치적 억압의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특히 비백인과 반정부 인사에게 불균형적으로 선고·집행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큰 인권 논란이 일었다. 1987년 한 해에만 164명이 처형되었고, 넬슨 만델라 또한 사형 위기에 몰렸던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남아공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결국 민주화 과정에서 "응보 외에는 정당성이 없다"는 사회적 합의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지만, 제도 자체는 여전히 존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그간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려왔으나, 생명권과 범죄 억지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흉악범죄가 잇따르며 '사형제 부활' 여론이 힘을 얻는 반면, 국제인권 규범과 오판 가능성을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럽연합과 유엔도 지속적으로 한국에 제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으며, 국제적 고립을 피하려면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한국에서 사형제의 존폐 여부는 향후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국민적 합의에 달려 있으며, 인권과 정의, 안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브레트 포드 (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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