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사과해도 괜찮아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사과해도 괜찮아

서산서남초 교사 허정령

  • 승인 2025-09-12 14:22
  • 신문게재 2025-09-12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20250911_서산서남초 교사 허정령
서산서남초 교사 허정령.
저는 올해로 4년째 교감선생님이 2분 계시는 거대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책임교사로 근무 중입니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현상 하나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학폭 사안이 고학년보다 저학년에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입니다. 사안의 경중에 상관없이 상대학생을 무조건 학급교체나 강제전학을 시켜 달라는 애원 섞인 요구와 함께 말이지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천 명이 훌쩍 넘어가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학교에선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집니다. 책임교사 첫 해 1400여 명의 학생들이 있던 학교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안이 접수되었습니다. 거의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갈등이었지만 상당 수의 보호자들은 교육청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심의위원회까지 열리지 않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사안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가해관련 학생과 보호자가 진심을 담아 사과할 때였습니다. 진심으로 뉘우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며 피해 학생과 보호자의 마음이 누그러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보통 하시는 말씀이 "저도 똑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이니, 이해합니다. 학생들의 앞으로가 중요하니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세요" 학생에게 본보기가 되고, 부모가 사과하면서 숙이는 모습을 보면 학생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며 갈등상황에서 은연중에 성숙하고 올바르게 문제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반면에 학폭신고에 앙심을 품고 예전의 사소한 갈등상황을 굳이 찾아내어 맞학폭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증거 및 목격자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솔직하게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거짓말로 모면하고 부인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학교의 지위나 법적의무는 피해 학생의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 교육 양쪽 모두 신경써서 지도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들과 이를 통해 느낀 감정을 거름삼아 성장, 발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앙심에 의한 맞학폭이나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경우 학교공동체 구성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린 학생들일수록 갈등상황에서 어른들의 문제해결방식을 모방하고 따라하기 때문에 성장기에 고치지 못한다면 대를 이어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계속 미성숙한 문제해결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경우 가해관련 학생 및 보호자의 진심이 담긴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 책임교사도 중간에서 교육적인 해결을 위해 양쪽 학생 및 보호자를 차례대로 직접 만나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결된 사례에서는 동일한 가해학생에 의한 사안 재발도 거의 없게 됩니다. 교육의 목표나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처럼 선도나 교육을 통해 관련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이 일어났기 때문일 겁니다.

모든 보호자분들에게 제언합니다. 범죄에 이르지 않는 일상적인 갈등에서는 마음을 담아 상대학생이 얼마나 괴롭고 아팠을지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하시고 그에 맞도록 사과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사과해도 괜찮다는 것을 자녀들이 믿고 따라할 수 있게 본보기가 되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세종 넘어가는 구즉세종로 교통사고…사고 수습 차량 우회를
  2. 대전교육청 도박 '예방'뿐 아니라 '치유' 지원도… 교육위 조례 개정안 의결
  3. 한국·일본에서 부석사 불상 각각 복제중…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4. [유통소식] 대전 백화점 빅3, 가을 맞이 마케팅으로 '분주'
  5. 전 장관, '해수부 이전' 불가피성 강조...여전한 우려 지점은
  1. 충청권 13일 새벽 폭우·강풍 예고…최고 120㎜ '침수 주의를'
  2. [사이언스칼럼] AI시대에 한의학의 방향
  3. 화재피해 복구 ‘한마음 한뜻으로’
  4.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시청하는 시민들
  5. 목원대 이성순 교수, 한국다문화연구원 원장 선임

헤드라인 뉴스


부석사불상, 한·일서 복제중… 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부석사불상, 한·일서 복제중… 청동불상 기술 견줄 시험대

일본 대마도에 돌려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일본 현지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각각 동일한 모양의 불상을 제작하는 복제에 돌입했다. 일본 측은 대마도박물관에 보관 중인 불상을 관음사로 모셔 신자가 친견할 수 있도록 복제 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에서는 상처 없는 약탈 이전의 온전한 불상을 제작하는 중으로 1330년 고려시대 불상을 원형에 가깝게 누가 만들 수 있느냐 견주는 시험이 시작됐다. 11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5월 일본 관음사에 돌려준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쓰시마(대마도)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도심 온천관광 랜드마크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첫 삽
도심 온천관광 랜드마크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첫 삽

대전 도심 속 온천관광 랜드마크인 '유성온천 문화체험관'이 첫 삽을 뜬다. 11일 유성구에 따르면 유성온천 문화공원 두드림공연장 일원(봉명동 574-5번지)에 '유성온천 문화체험관' 건립 공사를 오는 15일 착공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온천지구 관광 거점 조성 공모 사업'에 선정된 이후 추진됐으며, 온천 관광 활성화와 지역 대표 축제인 '온천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유성온천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험관은 국비 60억 원을 포함한 총 198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

국회 세종의사당 연결하는 `신설 교량` 입지 확정… 2032년 개통
국회 세종의사당 연결하는 '신설 교량' 입지 확정… 2032년 개통

국회 세종의사당과 금강 남측 생활권을 잇는 '금강 횡단 교량'이 2032년 수목원로~국토연구원 앞쪽 도로 방향으로 연결된다. 김효정 행복청 도시계획국장은 9월 11일 오전 10시 e브리핑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강 횡단 교량 추가 신설은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 시점에 맞춰 원활한 교통 소통의 필수 인프라로 꼽혔다. 국책연구단지 앞 햇무리교를 사이에 두고 이응다리 쪽이냐, 반곡·집현동 방향에 두느냐를 놓고 여러 검토가 이뤄졌다. 햇무리교와 금남교는 현재도 출퇴근 시간대 지·정체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행복청은 이날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화재피해 복구 ‘한마음 한뜻으로’ 화재피해 복구 ‘한마음 한뜻으로’

  •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시청하는 시민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시청하는 시민들

  • 옷가게도 가을 준비 완료 옷가게도 가을 준비 완료

  • 사상 최고점 돌파한 코스피…‘장중 3317.77’ 사상 최고점 돌파한 코스피…‘장중 331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