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37. 문명사회는 전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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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37. 문명사회는 전복되는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9-25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많은 학자들과 사상가들은 '문명의 대전환'을 주장합니다. 지금 인류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와 변화의 지평을 포착하면서 제기하는 주장들입니다. 그중에서 세계적인 미디어 이론가인 더글러스 러시코프 뉴욕대 교수의 주장이 돋보입니다. 러시코프는 현대는 '문명의 전복' 또는 '급격한 전환'의 기로에 섰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첫째, '테크 엘리트들'의 탈출입니다. 그는 실리콘밸리나 초부유층이 환경적 붕괴를 예상하고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해서 시스티즈(seasteads: 바다 위, 또는 외딴섬 등지) 또는 우주 이주와 같은 탈출 옵션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은 붕괴를 막기보다는 자신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마련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요.

둘째는 자본주의적 성장의 논리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들입니다. 성장 위주의 경제 시스템과 기술 중심의 해결책이 사회적·환경적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탈출 욕망만 키운다는 지적이지요. 셋째는 격차의 증대와 응집력의 약화입니다. 부유층과 여타 사회 간의 격차가 커지고, 부유층은 자신들은 피해를 덜 받거나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지만 나머지는 더 취약한 상태로 남겨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응집, 공동체, 상호 의존의 지반이 약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위기입니다.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등이 심화하고, 이는 기술이나 부의 축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합니다.

러시코프는 이와 같이 문명 붕괴 원인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문명 전환에 대응할 대안을 제시하지요. 첫째는 사람들과 지역 공동체, 이웃 간의 상호부조를 회복하는 공동체 중심의 강화입니다. 두 번째는 지방화와 자급적 회복력입니다. 지역의 자원, 식량 생산, 네트워크 등을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탈중앙 구조를 통해 취약성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기업의 권한 제한, 독점 금지법 강화, 시장 집중 완화 등과 공정한 세제 구조를 확립하여 성장 중심 모델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성장만이 미덕이라는 논리를 비판하고, 물질적 생태적 한계를 고려한 사회의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러시코프의 이러한 주장에도 한계와 비판이 제기됩니다. 그의 제안들이 도덕적 설득력은 있지만 현실의 정치 경제 권력 구조와 이해관계가 매우 견고하여 실행이 쉽지 않다는 비판입니다. 그리고 러시코프가 탈출 계획을 얘기했는데 이것은 일부 부유층이나 기술 엘리트에게는 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부분 인류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것이지요. 이러한 차별적 현실이 오히려 사회의 불의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정한 경제 개혁, 공유 경제, 공동체 강화 등이 기존 권력 구조나 글로벌 자본주의와 충돌할 경우 강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명 붕괴 담론은 실상보다 과장되거나 특정 집단에 의해 제기된다는 우려가 있으나 이들이 제기하는 교육 개혁,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윤리적·문화적 전환의 필요성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지요. 그리고 기술의 변화와 발전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으므로 복지, 노동, 소득 분배, 법 제도 등이 수정되고 조정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상존합니다. 지금 한국 정부의 개혁 과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문명 전환에 대한 과장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아 소홀히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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