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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계 유체에서 액체와 유사한 상태로 분리돼 존재하는 나노 클러스터(빨간색) 및 중성자 빔 산란 신호에 대한 모식도. |
포스텍 연구팀이 초임계 유체 내부에서 나노미터 크기의 '액체 덩어리'가 최대 한 시간 동안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측해 초임계 유체에서의 비평형 상 분리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 대학 첨단원자력공학부·물리학과 윤건수 교수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장종대 박사팀, 경희대 하민영 교수,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도창우 박사팀과 함께 지금까지 단일상으로 여겨졌던 초임계 유체에서 액체와 유사한 상태로 분리돼 존재하는 나노 클러스터들의 실체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이 실험은 우리나라의 중성자 연구 시설인 '하나로(HANARO)'의 '중성자 소각 산란' 장치를 활용했다.
온도 및 압력을 임계점 이상으로 높였을 때 나타나는 특수한 상태인 초임계 유체는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사라져 상 분리가 발생하지 않는 하나의 균일한 상태라고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최근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초임계 유체가 평형 상태, 즉 온도·압력·농도 등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기체에 가까운 상'과 '액체에 가까운 상'으로 구분되는 세부 영역이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초임계 유체는 대부분 압력과 온도가 변화하는 비평형 상태에서 사용된다. 이러한 조건에서의 상 분리 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크립톤 기체를 고압력으로 압축해 초임계 유체를 만들고 시간에 따른 중성자 산란 신호의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초임계 유체 내부에 액체상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평균 1.3 나노미터 크기의 클러스터가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이는 크립톤 원자 약 30개가 뭉쳐진 크기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클러스터들이 약 1시간 이상의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연구팀은 초임계 유체가 단상으로만 존재한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고 동적 환경에서는 상 분리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이 입증한 비평형 상 분리 현상을 진단하고 제어한다면 초임계 유체를 활용하는 공정을 더욱 정밀하게 설계하고 제어할 수 있다.
실제 산업에 쓰이는 초임계 유체는 대부분 비평형 흐름 상태이다. 이때 나타나는 미세 액체 클러스터는 세정력, 용해력, 열전달 효율 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는 반도체 세정 공정, 제약 공정과 식품 가공, 발전소 열유체 시스템, 로켓 엔진 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 초임계 유체 상태로 존재하는 금성의 대기나 지구 지각 내부의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비슷한 유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건수 교수는 "중성자 산란을 이용해 초임계 유체의 비평형 상 분리 현상을 실험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산업 공정뿐 아니라 행성 대기, 지각 내부 유체 등 자연계의 극한 환경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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