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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이진형(사진 가운데) 스탠퍼드대 교수의 대전 방문에 맞춰 환자 진료에서 뇌파를 적극 활용하는 윤제필(사진 오른쪽) 필한방병원장과 김준호 휴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 세미나를 가졌다. (사진=임병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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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교수와 김준호 전문의가 윤제필 원장의 진료실에서 환자 진료경험과 뇌파 검사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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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
▲윤제필 필한방병원 원장(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우리는 고령화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로 나아가고 있어요. 국내 치매 환자는 올해 약 97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웃돌 거예요. 정부 차원에서도 지금 뇌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여겨지는데, 기존에는 뇌에 대해서 우리가 접근하거나 상태를 파악할 의료적 수단이 많지 않았어요. 고연령층이 늘어나면서 뇌질환에 대해 예방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한데 다행히 이제 나오기 시작했고요.
▲김준호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우리의 뇌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 행동뿐만 아니라 신체 조절 기능을 모두 관장한다고 여겨집니다. 스트레스에서 뇌에 무리가 가고 고장나면 정신과적인 문제도 발생하지만, 신체적 문제에 따른 증상도 발현되거든요. 반복적인 소화불량이나 위장 장애 그리고 이러한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소식하게 되는 분들이 여러 진료과목에서도 개선되지 않아 결국 정신의학과에서 뇌 건강을 살펴서야 나아지는 사례를 보면서 뇌에 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뇌질환 용어가 낯설 정도로 그동안 우리는 왜 뇌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이진형=우리가 심장에서 발생한 질환을 심장병이라고 하는데 정신 질환을 뇌 질환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뇌에 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뇌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이고, 지금의 정신의학과나 신경과 모두 뇌에 대한 진료와 연구과목인데 의료 기술 발전이 하나의 원인이 되어 분과 되었듯이 뇌 질환이라고 접근하지 않았던 이유는 보이지 않고 기술 차원의 원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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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뇌파 검사를 통해 뇌 활동을 시각화하는 기술이 한방과 양방에서 어떻게 적용되나요?
▲윤제필=우울증과 공황장애, 수면장애 환자들 보면서 진료 시작 전과 진료가 이뤄진 후 환자에게서 측정하는 뇌파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요. 두통과 어지럼증 이러한 환자에게서 뇌파를 확인하고 한 달 뒤에 다시 측정했을 때 대부분 이 뇌파의 정량적인 수치가 평균적으로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요. 그런 걸 통해서 이제는 정신과 육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결국에 신체적 문제가 뇌 기능에 이상을 주는구나 알게 되었죠.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30명에게서 뇌파기기를 활용한 정밀 검사를 시행해 장기간 추적조사를 시행하고 있어요. 침과 약침, 뜸, 부항에서도 치료 전과 후에 환자 뇌 건강에 변화를 확인하고 있고요.
▲김준호=환자가 처음에 내원했을 때 그리고 치료한 이후에 뇌파 변화를 관측하면 분명히 달라져 있어요. 치료를 했을 때 예를 들어, 수면을 잘 하고 마음 편안하게 하고 이렇게 일주일만 해도 효과 보는 사람이 있거든요. 보통 뇌파 중에서 세타파는 잠잘 때 나오는 것인데 낮에 생각하고 집중할 때도 조금은 나오고 있지만, 비율이 적다는 거죠. 그런데 이제 우울하고 불안하고 이런 사람들이라든지 치매 환자 아니면 교통사고 뇌 손상 환자 뭐 이런 사람들은 세타파가 증가돼 있어요. 그러니까 기능을 방해하는 뇌파가 나온다는 것은 뇌의 상태를 반영하는 건데 그 뇌파는 뇌 상태가 안 좋다는 얘기죠. 우리가 심장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심전도에서도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것처럼요. 우리가 어떤 증상에 적절한 처방을 했을 때 환자가 개선되었는지를 환자의 설명에서도 파악할 수 있지만, 이러한 뇌파 측정을 통해서 저도 파악하게 되고 환자도 이해하게 되는 거죠.
-지금도 뇌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해 MRI와 CT 등의 기기가 활용되고 있는데 뇌파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이진형=뇌를 구성하는 조직의 모양을 보거나 혈관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뇌건강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어요. 자동차도 부속품 어딘가 찌그러지거나 부러져서 고장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모양에 변화는 없으나 엔진에서 보이지 않는 문제로 멈춰서는 경우도 있죠. 치매환자가 MRI로 뇌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려면 신경세포가 많이 죽어서 중증으로 진행되었거나 뇌가 수축했을 때 가능하고 초기 증상에서는 관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뇌파는 구조가 망가지기 전에 미리 기능의 이상을 검사해서 예방할 수 있고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고요.
▲김준호= MRI와 CT는 하드웨어 차원의 문제를 확인할 때 활용할 수 있다면, 이제 정신과적인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ADHD), 불면증은 소프트웨어 차원의 문제인데, 뇌파 검사를 통해 그러한 증상이나 정도에 대해 객관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죠. 뇌파를 통해서 주의력결핍과 수면장애 그리고 감정 조절 상태, 우울 등 이러한 증상을 객관화해서 환자와 소통하고 있는데 의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질환 개선의 효과가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뇌파에서도 개인 간의 차이가 크고, 워낙 복잡해서 판독하기 어려운 분야 아닌가요?
▲이진형=사람마다 기억력은 다르지만, 정상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구분하는 범위가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뇌파에서도 통용되는 하한선과 상한선의 범위가 있어요. 공통적인 범위 안에서 진단은 이뤄질 수 있고, 각 개인을 연속 측정해서 변화를 비교하면 훨씬 빨리 질환을 찾아낼 수가 있어요. 뇌파에서는 결과에 대한 판독이 어렵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는데 지금은 최근 기술 개발로 이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면서 뇌파를 아주 쉽고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마찬가지 이유에서 뇌 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개선된 기술이 뇌파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표출해 시각화한다면 가까운 병원에서도 나의 뇌를 제대로 알고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김준호=뇌 질환에서 비롯된 증상에 대해 우리 사회는 환자에게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느니, 참으면 된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요. 전통적인 문화에서도 네가 참아야 하고 극복해야 하고 거기에 군대 문화까지 있어서 더욱 심하죠. 그런데 이러한 뇌파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객관화하고 시각화되면 그 정신 질환이 마음먹기에 의한 것들이 아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 또는 손상(데미지)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죠. 낙인현상(스티그마)에서 벗어나는 데에도 분명히 도움이 되고요.
-의료분야 신기술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개선할 내용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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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필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
▲이진형=치료가 보물을 찾는 거라고 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한 기술과 이를 시각화하는 것은 보물찾기 지도를 만드는 거예요. 지도가 만들어지면 보물 그러니까 우리 뇌 안에서 질환과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은 되게 쉬울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지도를 만드는 일보다 직접적인 치료방법을 찾는데 몰두하다 보니 시행착오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죠. 뇌파를 검사하는 기술과 그러한 데이터의 시각화는 뇌 질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면서 적절한 치료가 활용되었느냐 판별하는 수단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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