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놀라웠던 사건 중 하나는, 올해 10월 군마현의 한 슈퍼마켓에 곰이 침입해 손님 두 명이 다치는 사고였다. 곰이 매장 안까지 들어와 사람에게 덮치는 모습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외에도 미야기현, 아키타현 등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곰에 의한 사망 사고와 실종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곰이 사람의 생활권까지 내려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는 먹이 부족이다. 일본의 산림에서는 곰이 먹는 도토리나 밤 같은 열매가 해마다 풍작과 흉작을 반복하는데, 올해는 특히 흉작이 심해 곰들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둘째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곰이 겨울잠을 제대로 자지 않고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곰은 사람의 쓰레기나 농작물에서 먹이를 찾는 법을 학습해, 겨울에도 마을에 출몰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는 고령화에 따른 경작 포기지(耕作放棄地)의 증가이다. 일본의 농촌에서는 고령화로 인해 농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그 결과 관리되지 않는 밭과 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작 포기지는 곰에게는 숲과 마을 사이의 완충지 역할을 하며, 사람의 활동이 적은 공간으로 인식되어 곰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경로가 넓어지고, 사람과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츠키노와구마(반달가슴곰)'를 보호종으로 지정해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생태계 보존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사람과의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진 '사토구마(里グマ)'라 불리는 곰들이 마을에 자주 나타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5년부터 곰 출몰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고, 시급한 경우에는 도시 지역에서도 총기를 사용한 포획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또한, 지역별로 곰 출몰 통계를 관리하고, 산림 관리와 농촌 재생을 통해 곰의 서식지를 안정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곰에 의한 피해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종으로, 주로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보호되고 있으며, 사람과의 접촉은 극히 드물다. 일본과는 달리 곰이 마을에 내려오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생태계와 인간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유지되고 있다.
일본에서 곰은 오랜 세월 동안 산의 상징이자 자연의 일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균형 있는 대책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아사오까리에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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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