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일상은 한글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부모의 모국어와 국제 공용어인 영어가 함께 존재하면서, 자녀들은 세 가지 언어 속에서 성장한다. 부모는 자녀가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뿌리 언어와 세계 속 소통을 위한 영어를 놓치지 않도록 고민한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이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키우고, 가정에서는 부모의 모국어를 접하며 또 다른 문화적 뿌리를 확인한다. 여기에 영어까지 더해지면서 언어는 아이의 세계를 확장하는 자원이 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한국어 능력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다국어 역량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도 존재한다. 한글날은 한국어의 가치만을 되새기는 자리가 아니라, 언어의 다양성과 다문화 가정이 가진 잠재력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듯,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다국어 능력 또한 한국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한글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이영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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