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문화도시 대전을 꿈꾸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문화도시 대전을 꿈꾸며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5-12-01 11:12
  • 수정 2025-12-01 14:00
  • 신문게재 2025-12-02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20401000190300005941
송복섭 교수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글에서 문화강국의 염원을 빌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이 글을 쓴 때가 1947년이니 그토록 원했던 '대한민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이룬 다음이었기에 독립한 나라가 바라보고 정진해야 할 목표를 제시함과 함께 후세에게 이르는 당부의 말씀이었을 것이다. 해방 직후의 나라 형편이 변변치 못했을 것이고 백성의 살림살이 또한 빈궁했을 터인데도 당시의 상황에서 막연한 꿈같은 희망을 칠십이 넘은 나이에 왜 그렇게 힘찬 어조로 당부했을까? 차라리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매년 얼마씩 잘살게 될 것이라는 구호가 당시로써는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선생은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라면서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를 꼽을 때 빼놓지 않는 곳이 프랑스 파리이다. 그런데 파리의 예술과 문화를 이끈 사람 중에 외국 출신들이 유난히 많았던 사실은 잘 모른다. 인상파 화가 고흐는 네덜란드 출신이었고 작곡가 리스트는 헝가리 사람이었으며 상업미술의 문을 연 알폰스 무하는 체코사람이었다. 이들은 모두 외국 사람이었으나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라기보다는 파리에서 활동한 예술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품어준 도시 파리의 사회적 풍토이다. 외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생각이 부딪혀 혁신이 일어나고 지식의 용광로로 이어져 멋진 문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과 1914년 호남선이 개통하고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이전해오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도시이다. 오랜 역사 도시가 아니다 보니 지역색이 강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출신이 고루 섞여 있고 토박이가 많지 않아 텃세도 없다. 이러한 특성은 예술과 문화도시로 성장하는데 좋은 기반이 된다. 여러 특성이 섞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융합의 정신을 꽃피우기 좋은 터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굳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고집한 필요도 없고 선후배로 얽힌 권위주의적 질서도 따를 필요가 없다. 그저 새롭고 즐거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기만 하면 된다. 대전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한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도 결국 팥빵에 소보로를 올리고 다시 한번 기름에 튀겨낸 융합의 산물이지 않은가?

그동안 대전의 자랑으로 내세울 도시 정체성에 관해 일치된 인식이 부족했다. 오죽하면 '노잼도시'라는 오명을 얻었을까? 대전은 '근대도시'라는 역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 '과학도시' 강점에 더해, 이제는 '문화도시'를 꿈꿔 볼 때가 되었다. 성심당이 만들어낸 빵 문화가 외지로부터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1993년 엑스포로 탄생한 꿈돌이는 30년이 지나 가정을 이뤄 '꿈씨패밀리'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새로운 굿즈 문화를 생산한다. 국운은 이미 'K-컬쳐'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고,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쫓아 국경을 넘나드는 세상이 되었다. 대전이 가진 포용과 혁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문화도시'로의 도약과 발전을 시도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과 공공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문화라 하더라도 시민이 찾아 소비해주지 않으면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공공이 마중물로써 문화가 꽃피울 자리를 깔아주지 않는다면 만들어지는 시간이 더디 흐르고 예술가들은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쉽사리 얻지 못할 것이다. 현재, 옛 충남도지사 관사촌인 테미오래에서 열리고 있는 '살롱 드 테미오래'는 대전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추하고 근대도시가 남긴 흔적을 찾아 살펴보며 근현대 대전의 생활상을 엿보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사랑방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행사인데도 많은 신청자가 몰린 것은 문화도시로 나아가도 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재건축 입안제안… 유성구 '최종 수용 결정' 통보
  2.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3. 충청권 광역의원 최대 5석 늘어난다…인구감소 서천·금산·옥천 유지
  4. 아산시사회복지사협,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 정책제안서 전달
  5. 송자고택 품은 소제중앙문화공원 준공
  1. 글로벌 우수 과학기술 인재 양성,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연구소대학 UST
  2.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3.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4. [월요논단] '신 수도권 광역계획위원회(CAMPO)' 설립을 제안한다
  5. 'AI와 인간의 공존' 시대, 제11회 세계과학문화포럼 열렸다

헤드라인 뉴스


라이즈→앵커 개편에 지역 사업 전환 속도…바뀐 명칭에 현장 혼란도

라이즈→앵커 개편에 지역 사업 전환 속도…바뀐 명칭에 현장 혼란도

이달 발표한 교육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재구조화 방침에 따라 대전시와 지역 라이즈센터, 13개 수행 대학이 사업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사업 계획에 '청년 지역 정주' 비중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내 자체 평가와 예산 배분 역시 '온정주의'가 아닌 엄중하고 공정히 집행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갑작스럽게 사업명을 '앵커'로 변경하고 권역별 초광역 공동과제의 수행 시점 역시 뚜렷이 밝히지 않아 현장의 혼란도 존재한다. 19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4월 2일 교육부가 기존 고등교육 사업인 '..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北 참가 여부 촉각…"다각도로 노력"

2027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가 4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 선수단의 참가 여부가 주요 화두로 급부상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단이 참여 유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전방위적 활동을 예고했는데, 우리나라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충청 세계하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와 연맹은 20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레온즈 에더(Leonz Eder) 회장, 마티아스 레문트(Matthias Remund) 사무총장 등 FISU 회장단과 이창섭 조직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

국회세종의사당 설계 국제공모 경쟁률 15대 1
국회세종의사당 설계 국제공모 경쟁률 15대 1

'국회세종의사당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경쟁률이 15대 1을 기록했다. 국회사무처는 올해 1월 27일 공고 후 작품 접수를 마감한 결과, 국내외 유수의 건축·도시·조경설계 업체 등으로 구성된 15개 팀이 15개의 공모작품을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국제공모는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것으로, 향후 개별 건축 설계 공모와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종합적인 공간계획의 기준과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접수한 작품들은 '국민주권과 정의·평화·자유·번영'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국민의 자긍심과 화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 늑구 탈출 관련해 사과하는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늑구 탈출 관련해 사과하는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 브리핑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 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