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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복섭 교수 |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를 꼽을 때 빼놓지 않는 곳이 프랑스 파리이다. 그런데 파리의 예술과 문화를 이끈 사람 중에 외국 출신들이 유난히 많았던 사실은 잘 모른다. 인상파 화가 고흐는 네덜란드 출신이었고 작곡가 리스트는 헝가리 사람이었으며 상업미술의 문을 연 알폰스 무하는 체코사람이었다. 이들은 모두 외국 사람이었으나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라기보다는 파리에서 활동한 예술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품어준 도시 파리의 사회적 풍토이다. 외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생각이 부딪혀 혁신이 일어나고 지식의 용광로로 이어져 멋진 문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과 1914년 호남선이 개통하고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이전해오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도시이다. 오랜 역사도시가 아니다 보니 지역색이 강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경기도 출신이 고루 섞여 있고 토박이가 많지 않아 텃세도 없다. 이러한 특성은 예술과 문화도시로 성장하는데 좋은 기반이 된다. 여러 특성이 섞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융합의 정신을 꽃피우기 좋은 터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굳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고집한 필요도 없고 선후배로 얽힌 권위주의적 질서도 따를 필요가 없다. 그저 새롭고 즐거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기만 하면 된다. 대전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한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도 결국 팥빵에 소보로를 올리고 다시 한번 기름에 튀겨낸 융합의 산물이지 않은가?
그동안 대전의 자랑으로 내세울 도시 정체성에 관해 일치된 인식이 부족했다. 오죽하면 '노잼도시'라는 오명을 얻었을까? 대전은 '근대도시'라는 역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 '과학도시' 강점에 더해, 이제는 '문화도시'를 꿈꿔 볼 때가 되었다. 성심당이 만들어낸 빵 문화가 외지로부터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1993년 엑스포로 탄생한 꿈돌이는 30년이 지나 가정을 이뤄 '꿈씨패밀리'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새로운 굿즈 문화를 생산한다. 국운은 이미 'K-철쳐'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고,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쫓아 국경을 넘나드는 세상이 되었다. 대전이 가진 포용과 혁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문화도시'로의 도약과 발전을 시도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과 공공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문화라 하더라도 시민이 찾아 소비해주지 않으면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공공이 마중물로써 문화가 꽃피울 자리를 깔아주지 않는다면 만들어지는 시간이 더디 흐르고 예술가들은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쉽사리 얻지 못할 것이다. 현재, 옛 충남도지사 관사촌인 테미오래에서 열리고 있는 '살롱 드 테미오래'는 대전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반추하고 근대도시가 남긴 흔적을 찾아 살펴보며 근현대 대전의 생활상을 엿보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사랑방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행사인데도 많은 신청자가 몰린 것은 문화도시로 나아가도 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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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