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당한마루 회원들의 회원전이 있다기에 창단멤버였던 설천 박순동 회원의 안내를 받아 관람하게 되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묵향과 인향이 어울어져 대단한 열기를 느끼게 했다.
제목부터가 '옥당한마루 회원전'이다.
'옥당'은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진현 교수의 호라한다.
'옥당(玉堂)'은 조선시대 궁중의 경서와 사적을 관리하고 왕의 자문에 응했던 관청인 홍문관을 부르는 별칭이다. '옥처럼 귀한 인재들이 모여 일하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출세가 보장된 중요한 관직을 일컫기도 했다.
거기에 '한마루'라는 보통 명사가 붙었다.
'한마루'는 '한'과 '마루'의 합성어로, '마루'가 '가장 높은 자리'나 '최고'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뛰어나거나', '가장 높은 곳'을 뜻하기에, '한마루'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곳이나 단체는 이와 같은 의미를 담아 '남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꿈이나 이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대전 둔산동의 한마루 아파트가 보기 좋은 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옥당한마루 회원들은 지성미가 있어 보였고, 필자를 안내하는 설천 박순동 회원을 비롯해 다른 회원들마다 손님을 안내하는 모습도 '교양' 그 자체였던 것이다.
옥당한마루회 정영미 회장은 인사말에서 "미간에서 생긴 잠시의 고통으로 가끔 홀로 지쳐있을 때, 옥당 선생님의 묵향과 한마루의 먹빛은 아무말 없이 지친 어깨를 감싸주며 진정한 울림의 소리로 가슴 뜨겁게 다독여 주었다"며 "그림 선율에 허기진 자의 몸부림, 마음 닫힌 자의 깨치고자 하는 울부짖음이려니 하고 부족하나마 작품마다에 진심을 고스란히 담아 화선지에 내뿜어 보았다"고 하였다.
옥당한마루회는 제19회로 회원들 30여 명이 참여해 11월 6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는데 2002년 창립전을 시작으로 매년 정기전을 펼치는 문인화 그룹으로, 옥당한마루문인화 연구회에서 옥당 박진현 선생으로부터 사사하는 제자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필자의 눈을 끈 작품들을 몇 편 소개하고자 한다.
서정목 교수의 '홍매'가 눈길을 끌었다. 서 작가는 홍매를 보면서 "통도사 경내 어깨 넘어 고운 한복 차려입고 하늘 향해 웃으라"고 하였다.
홍매의 매력은 고운 색감과 짙은 향기, 그리고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는 기품에 있는 것이다. 특히 붉은 빛의 화려한 색과 매화 특유의 은은한 향이 조화를 이루어 봄의 정취를 더하고, 때로는 고고한 기와집이나 현대적인 빌딩과 어우러져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홍매가 서정목 작가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그 붓놀림이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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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화가의 홍매 |
누렇게 변해가고 있는 갈대숲 위에 벼메뚜기 한마리를 그렸다. 갈대는 버티는 힘이 약하다. 그리고 '갈대의 순정'이라는 노래 가사말처럼 마음이 여리다. 벼메뚜기도 가을이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래서 박 교수는 이런 약한 것들을 소재로 삼아 떠나야하는 한스러움을 속삭이게 하였을 것이다. 어떻소 박 교수님. 제가 잘못 느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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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현 교수의 '가을 소식' |
푸른 대처럼 곧고 맑게 살려고 이 그림을 그렸다 했다.
전라도 땅 담양에 가면 대나무 숲이 있다. 대는 곧다. 그리고 속은 텅 비어 있어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늘 푸른 데다가 군집을 이루고 있어 여타의 생물들이 근접을 못하게 한다. 이게 정영미 회장이 숭앙하는 대의 겉 모습인 것이다.
그렇다면 화가 정영미 작가의 눈에 띄지않은 대의 뿌리는 어떠할까?
대의 땅속 줄기는 땅 위에 보이는 줄기와 달리 속이 알차게 채워져 있으며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열매 맺는 활엽수나 침엽수, 또는 잡풀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고, 그로 인해 짐승들도 이곳에서는 살 수가 없게 만들고 있다. 대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에 가보라. 다른 잡초나 열매 맺는 활엽수들이 어디 있으며, 이곳에 살고 있는 짐승들이 어디 있나. 그래서 그들만의 숲을 이루며 울울창창하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소 정영미 작가님. 대의 속모습은 이렇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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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미 회장의 '목죽' |
역시 매화를 그렸다. 매화의 그윽한 향기에 빠져 이 그림을 그렸다 했다.
여인이 지나칠 때 향기가 나면 뒤돌아 다시 보게된다. 그게 남정네의 본능인 것이다. 그런데 작가 성낙희는 여인의 향내에 빠져들지 않고 매화의 향내에 빠져들었다 한다.
매화향의 매력은 은은하고 섬세하다. 마치 곱게 단장한 우리 여인네 모습인 것이다. 매화향은 벚꽃처럼 강렬하지 않고, 꽃봉오리는 매력넘치는 여인네의 눈웃음 같다. 필자는 매화의 매력에 빠져들진 않았다. 그러나 여인네의 눈웃음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때가 있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 여인이 자주 눈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나는 화가가 아니다. 서정목 작가나 성낙희 작가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그 모습 고이 그려 가슴에 품었을 것이다. 예서 그치자. 지금도 그 여인이 눈에 아른거려 계속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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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낙희 작가의 '그윽한 향기' |
화선지에 수묵 담채화를 그린 작품이다.
수묵 담채화를 그리되 한송이 꽃을 올려 놨던 것이다. 어버이날에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던 그런 심정으로 달아놓았을까? 아니면 한송이를 달아 놓아야 어딘지 어울리는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려놓았을까?
수묵 담채화는 먹으로 그린 후 엷은 채색을 더해 수묵의 짙고 옅음을 바탕으로 은은한 초록색으로 조화를 이루게 하였다.
보라, 이영란 작가가 그린 수묵 담채화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색감과 절제된 미를. 거기에 꽃 한송이를 올려 자신의 고고함을 나타냈던 것이다.
그 고고함 때문에 외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 하필 꽃에 날아드는 벌이나 나비를 그리지 않았을까? 만나서 차담을 하고 싶다. 그 고고함 때문에. 내 심정을 알았는지 안내하는 설천 박순동 회원이 손을 잡아 다른 작품으로 안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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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란 화가의 '꿈' |
한영남 작가는 2023년 눈 내린 겨울날 국립공원 계룡산 서쪽 자락에 위치한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고찰 신원사를 찾았다 한다. 신원사는 수행중심의 전통을 지키는 사찰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사찰이지만 하얀 눈이 쌓이고 바람소리, 풍경소리, 새소리가 경내를 감싸고 있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두 손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사람 데이트코스 힐링여행 찾는 커플들이 부모님 모시고 찾는 가족여행지로 좋을 것 같아 화폭에 담아 오늘 전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불심인 것이다.
이처럼 불심이 깊어지면, '일체처(一切處)'(모든 곳이란 불교용어)에 머물지 않고, 어떤 것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는 무생심(無生心)이라고도 하며, '금강경'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한영남 작가의 얼굴 모습을 보라.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 그대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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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남 작가의 '눈온 날 |
오늘 전시된 옥당한마루회 특유 화풍은 먹의 농도로 간결하게 형상을 그려낸 작품들이 많았다. 여기서 회원들은 이를 자신만의 색깔로 더욱 확장해 강한 붓질로 음영을 표현하거나 입체성을 더하는 등 개성있는 작품을 선보였던 것이다.
아쉬웠다. 모든 회원들의 작품을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내년을 기다릴 밖에.
김용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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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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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