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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 같은 '데이'들에 가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법정기념일이 있다. 바로 "보행자의 날"이다.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 제40조에 따라 지정된 보행자의 날은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한다'하여 매년 11월 11일로 지정되었으며, 단순히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날을 넘어, 도시 교통체계가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뜻깊은 날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러닝과 저녁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는 산책은 우리 일상의 건강한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걷기와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일상의 힐링이 되고 있으며, 걷고 달리는 길은 통행 공간을 넘어 안전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품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소위 말하는 전국의 '핫플레이스'들을 살펴보면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유명한 맛집이나 명소도 있겠지만, 그 저변에는 그 장소들이 걷기 좋고 머물기 편한 거리라는 사실이다. 서울의 명동, 전주의 한옥마을, 대전의 으능정이 거리처럼 사람 중심의 거리가 곧 도시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걷기 좋은 곳에 사람이 많이 모이고, 사람이 많이 모이니 그곳이 '핫플레이스' 가 되어 결국 도시의 경쟁력이 된 것이다.
대전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도시의 공간을 차량에서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보행환경 개선사업과 보행자 우선도로 조성사업이다.
먼저 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둔산동 타임월드 일원에 보도 신설 1.6km, 보도 정비 1.4km 등의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했다.
총 36억 원의 국·시비를 투입한 이 사업으로 타임월드 일대는 보행 친화적 거리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찾는 대전의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국·시비 총 40억 원을 투입하여 법원 앞 일원의 낡은 도로 약 75,000㎡에 보도 확장, 녹지대 철거 후 쉼터 등을 조성하여 사람이 머물고 쉴 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기본 및 실시설계와 공공디자인 심의 등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보행자 우선도로 조성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현재까지 대덕구 중리동로 등 총 9개소의 보행자 우선도로를 조성하였으며, 올해는 중구 계룡로 일대 이면도로 180m 구간을 대상으로 총 1억 6천만 원의 특교세·구비를 투입해 보행자 우선도로로 정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목표는 오
류동 먹자골목과 서대전역 인근 보·차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도로에 보행 친화적 포장, 교통정온화 시설 설치 등으로 안전사고 예방 및 주변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행환경 개선사업과 보행자 우선도로 조성사업은 단순한 도로 정비가 아니다. 사람이 걷는 속도에 맞춰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최근 도시디자인의 방향은 명확하다. 이동 중심의 거리보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거리,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로 슬리퍼와 세권을 합친 신조어 "슬세권"이 생겨날 만큼, 자동차가 시속 50km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거리보다, 사람이 천천히 걸으며 상점에 들르고, 카페에 앉아 쉬며, 이웃과 눈인사를 나눌 수 있는 거리를 가진 도시가 살아 있는 도시, 경쟁력 있는 도시인 것이다.
최근 우리 시는 '2025 아시아 최고 가성비 여행지' 9위, 5개월 연속 도시 브랜드 평판 1위에 이어, 시민 만족도 조사에선 8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걸어서 행복한 도시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오늘 보행자의 날을 맞아 달콤한 간식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울글 불긋 단풍이 물든 가로수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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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