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미소카의 풍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야의 종'이다. 제야의 종은 12월 31일 밤부터 새해 첫날에 걸쳐 절에 있는 큰 종을 108번 치는 것을 말한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중국 송나라 말기(960~1279년)에 도깨비를 쫓는 문화에서 시작된 것이 14세기경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16세기 무렵에는 불교 의식으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오미소카'는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넘어간다는 뜻에서 '제일(除日)'이라고도 하는데, 그날 밤에 울리는 종이라는 의미로 '제야의 종'이란 이름이 붙었다. 종의 정식 명칭은 불교에서 사용하는 '범종'으로, 예로부터 종소리는 시간을 알려주거나 부처님의 목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부처님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망설임과 괴로움을 끊어주는 힘이 있다고 하여, 오오미소카 밤에 종소리를 들으면 한 해 동안의 고민이 잦아들고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일본에서는 제야의 종을 108번 치는데, 이 숫자는 인간이 가진 욕망·분노·슬픔 등 108가지 번뇌를 상징한다. 종을 한 번 칠 때마다 번뇌가 하나씩 사라진다는 의미다. 또 종을 칠 때의 특징이 하나 있는데, 12월 31일 밤에 107번을 먼저 치고, 마지막 한 번은 새해가 시작된 후에 친다. 이는 새해에는 번뇌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전통이다.
제야의 종은 보통 수행한 승려가 치지만, 일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절도 있다. 이때는 종 앞에서 합장해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종을 치는 것이 예절로 여겨진다.
한국의 제야의 종이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찬 타종이라면, 일본의 제야의 종은 지난 한 해의 번뇌를 내려놓고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제야의 종은 일본 연말의 풍물시이자 전통 행사로, 종교적 의미를 넘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소중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시무라에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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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