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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이러한 기술과 사회 수용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기술적 도전을 넘어, 근본적인 사회문화적 변화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한국지능정보원(NIA)이 발표한 '디지털 포용 관점에서 살펴본 생성형 AI 경험률 및 인식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AI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질문에 AI 전문가는 69%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일반인은 21%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AI 활용 증가는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질문에도 전문가의 76%가 동의했으나, 일반인은 24%에 그쳤다. 심지어 일반인의 43%는 AI가 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인의 경우 AI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인식 격차의 경향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에 따라, AI의 유용성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AI 리터러시(AI Literacy)'의 문제다. AI 리터러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은 더 쉽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을 획득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정보사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AI 발전의 속도는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인식 차이를 낳는다. AI 연구자나 기술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연속적 진보의 축적으로 본다. AI는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으로부터 시작된 개념이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연구와 개념의 확장으로 이어져 온 기술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AI의 발전을 모델 구조, 연산 효율, 데이터 처리 방식, 알고리즘의 정교화 등 '내부 기술적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즉, 인공지능의 발전은 한순간의 도약이 아니라 장기간의 세밀한 개선의 결과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기술 자체보다 생활 속 체감 변화를 중심으로 발전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2022년 ChatGPT의 등장 이후 불과 1~2년 만에 AI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는 모습을 보며 "순식간의 변화"라고 느낀다. 이러한 급격한 체감 변화는 사회 구성원에게 상대적 뒤처짐을 느끼게 하며,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부작용과 위험이 함께 증대하는 '위험사회(Risk Society)'로의 진입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춘기 시절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과 반항, 이유 없는 웃음과 울음, 혹은 이전에는 조용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모험을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몸속에서 벌어지는 생리학적 혁명 때문이다. 감정과 보상을 담당하는 변연계(특히 편도체, 측좌핵)는 빠르게 활성화되는 반면, 사고와 계획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 천천히 성숙한다. 다시 말해, '감정 엔진'은 이미 최고속도로 돌아가는데, '브레이크(자제력)'는 아직 완전히 장착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AI 상황이 바로 이와 같다. AI 기술은 변연계처럼 급격히 활성화해 새로운 가능성(보상, 생산성, 효율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AI의 빠른 발전은 사회에 새로운 자극과 보상을 주지만, 동시에 통제와 판단 체계의 미비로 인해 불평등, 두려움,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사춘기의 뇌가 결국 성숙하듯, AI 시대의 사회도 조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술은 멈출 수 없지만, 인간은 그것을 이해하고 제어할 '전전두엽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 AI 리터러시, 윤리적 규범, 공정한 접근성의 보장이 바로 그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이러한 장치가 뒷받침될 때, 우리는 기술의 속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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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