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12월보다 먼저 찾아오는 따뜻함, 필리핀 크리스마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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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12월보다 먼저 찾아오는 따뜻함, 필리핀 크리스마스 이야기

  • 승인 2025-12-10 09:45
  • 신문게재 2025-12-11 9면
  • 황미란 기자황미란 기자
5-1
출처: Chat GPT 생성
필리핀에서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마치 오랜만에 그리워하던 친구가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크리스마스는 달력이 12월을 채 지나기도 전에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교회 종소리, 지프니의 경적, 사리사리 가게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마을 곳곳은 일찍부터 따뜻한 연말 분위기로 채워진다. 거리에 켜진 밝은 불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필리핀만의 특별한 온기를 느낀다.

필리핀 크리스마스의 중심에는 오랜 전통인 '심방가비(Simbang Gabi)'가 자리한다. 아홉 밤 동안 이어지는 새벽 미사를 위해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 성당으로 향한다. 피곤함이 묻어 있어도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미소가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한다. 신앙과 희망, 그리고 미사 뒤에 맛보는 비방카와 푸토 붐봉은 이 계절만이 주는 독특한 기쁨이다. 심방가비는 마치 "우리는 또 한 해를 잘 견뎌냈습니다. 이제 새로운 빛을 함께 맞이합시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거리뿐 아니라 집집마다 걸린 별 모양의 파롤(Parol) 역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완성한다. 꼭 완벽한 모양일 필요는 없다. 그 아래서 이웃들이 나누는 따뜻한 인사와 작은 정이야말로 파롤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빛이다. 이 순간들은 공동체를 한층 더 단단하게 이어 준다.

가정 안으로 들어가면 그 온기는 더욱 깊어진다. 크리스마스이브 밤, 식탁에는 노체 부에나(Noche Buena)가 차려진다. 햄, 케소 데 볼라, 스파게티, 과일 샐러드 등 화려하지 않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만큼 따뜻한 순간은 없다. 가족들은 한 해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감사하며,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소중히 여긴다.



필리핀의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말한다.화려함만이 빛이 아니라고.때로는 은은한 빛이 더 오래 마음을 비춘다고.

골목길에 걸린 파롤의 부드러운 조명처럼, 식탁 앞에서 마주 보는 가족의 웃음처럼, 밤하늘 아래 캐롤을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처럼 말이다.

그리고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이 계절은 다시 한번 속삭인다."당신은 집에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따뜻한 빛은 오래도록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김유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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