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무용한 것을 좋아하오

  • 정치/행정
  • 세종

[교단만필] 무용한 것을 좋아하오

염성운 쌍류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6-02-26 16:39
  • 신문게재 2026-02-27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세종음악창작교육연구회는 AI로 음악 제작이 쉬워진 시대에도 직접 곡을 만드는 가치를 중시하며, 학생들에게는 창의적인 음악 수업을 제공하고 교사들에게는 예술적 갈증을 해소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연구회원들은 매년 1인 1곡 창작과 정기 공연을 통해 음악적 열정을 실천하고 있으며, 동화책 기반 작곡이나 AI 활용 수업 등 학교 현장에 맞춘 다양한 교육 기법을 연구해왔습니다. 필자는 음악이 상업적 이득을 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교육 공동체와 함께 묵묵히 음악 창작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쌍류초 염성운 선생님
염성운 쌍류초등학교 교사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웃음, 농담, 그런 것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변요한 배우가 연기한 김희성의 대사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실없어 보이는 말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묘한 공감과 위안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저에게 있어서 아름답고 무용한 것, 그럼에도 제가 사랑하는 것은 음악입니다.

인공지능이 말 그대로 세상을 휩쓸고 있는 지금, 창조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조의 영역은 텍스트를 넘어 음악에까지 안착한 지 오래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수준급의 음악을 순식간에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음악이 너무나 쉬워진 세상. 역설적이게도 누군가는 자신의 손으로 한땀한땀 공들여서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필자는 2018년부터 「세종음악창작교육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뜸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석용 교사와 종종 버스킹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만큼의 역량이 될까? 그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그들과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그러다가 '교사만 할 수 있는 음악' 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가 하는 음악을 학교 현장 안으로 가져가 보자는 생각으로 연구회를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연구회를 조직했지만, 시작은 정말 막막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 수업은 또 다른 영역이었고, 음악창작은 더더욱 그랬거든요. 그렇지만 연구회원들과 함께 연구하고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어가면서 어느새 8년차 연구회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회는 학생들의 음악창작 역량을 키우고, 교사의 음악활동에 대한 갈증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교사도 어려워하는 음악창작을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쉬우면서도 의미있게 음악창작을 경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음악창작수업 기법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연구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수업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을 기반으로 노래를 만들어서 독서 교육에 활용하거나, AI와 컴퓨터를 활용한 창작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악보를 만들거나 노래를 만드는 활동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필자 역시 블루스 음계와 구조를 이용하여 음악 창작하기를 주제로 공개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음악은 쉽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연구회이니 만큼, 연구회원들의 음악적 갈증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저희 연구회는 회원 1명이 1년에 1곡을 창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원 각자의 역량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가 매년 꾸준하게 1곡씩을 창작해내고 있습니다. 음악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합니다. 동요를 창작하는 회원도 있었고, 대중음악을 만들어오는 회원도 있었습니다. 또 노래가 없는 연주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세종시내 공원과 카페에서 버스킹을 진행했고, 2023년 11월에는 공연장을 대관하여 저희가 창작한 곡과 기존 곡들을 모아 공연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마음 속의 열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회원들의 반짝이던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가 만드는 음악은 돈이 되지 않습니다. 저의 명성을 올려주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보다 더 무용한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한들 어떻습니까. 저는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음악을 쭉 짝사랑해보려 합니다. 음악마저도 쉬워진 세상에서 저와 저희 연구회는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음악을 사랑해보겠습니다. /염성운 쌍류초등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맥도날드·세종시립박물관' 차례로 오픈… 고운동 정주여건 좋아진다
  2. 경주역 KTX 9월1일부터 증편
  3. 아산시, 골목형상점가 4곳 추가 지정
  4. 정부 국가철도망 계획에 대전시 역량 집중해야
  5. 인공위성 기업 컨텍-AP위성, 루마니아에 지상국 시스템 전수
  1.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2. 한국연구재단, 청양서 일손 돕고 상생동반 친구맺기 봉사활동
  3. 꿈의 무용단 천안, 전국 예술단과 '우리들의 하모니' 선보여
  4. 대전시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 관건은 '주민 수용성'
  5. 한기대 STEP, '스마트직업훈련 패키지 과정 3기' 모집

헤드라인 뉴스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대전 서구의 한 무허가 예식장이 구청으로부터 형사 고발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받았으나,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대전 서구의회가 예비부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전 서구의회 청년의원 일동은 7일 오전 10시 의회 앞에서 적법한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인 서구 월평동의 모 예식장에 대한 소비자 피해 방지와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당 업체는 공연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예식 영업을 했고, 일반음식점 영업 신고 없이 음식을 조리하고 제공 했다. 서구청은..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1만가구를 넘어섰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도 4만건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는 피해주택 매입 절차를 단축하고 계약 전 위험을 점검하는 예방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세사기피해자 등 결정 및 피해주택 매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LH가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1만256가구로 집계됐다. 피해주택 매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4년 90가구에 불과했던 매입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977가구(월평균 163가구), 하반기 3924가구(월..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세종시에서도 '기림절' 의미를 되새기는 사진전과 시민 행사가 차례로 열린다. 사진전은 이 기간 세종시청 1층 로비에서 선보이고, 기림의 날 시민 행사는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세종호수공원 앞 평화의 소녀상 일대에서 진행된다. 세종여성회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평화의 뜻을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하고 있다. 세종여성회(대표 이혜선)가 주최·주관하고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조상호)가 후원하는 '제1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절 기억주간 사진전'은 오는 10일부터 14일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