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K-gat 열풍, 조선의 갓 다시 등장하다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K-gat 열풍, 조선의 갓 다시 등장하다

최정민 미술평론가

  • 승인 2026-03-10 16:55
  • 신문게재 2026-03-12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5121001000936400039011
최정민 미술평론가
할로윈데이를 맞은 미국의 거리와 SNS에 낯선 모자가 등장했다. 둥근 챙에 검은 망사를 두른 조선시대의 갓이다. 사람들은 이를 'K-gat'이라 불렀고, 사진과 영상은 빠르게 퍼졌다. 2025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 속 캐릭터인 '사자보이즈'가 주목받으면서, 이들이 착용한 갓 역시 함께 화제가 됐다.

조선시대의 갓은 신분제를 떠받치는 복식의 한 요소였다. 갓은 단독으로 의미를 갖는 물건이 아니었다. 도포와 저고리, 관모와 예법, 착용 방식과 함께 쓰이며 의미를 갖는 복식이었다.

『경국대전』 예서(禮書)는 신분과 관직에 따라 관모와 복식을 구분한 규정을 담고 있다. 갓은 관모 체계와 관습 속에서 사용된 관모 가운데 하나였다. 그중 양반 남성이 착용한 흑립은 말총과 대나무 등을 엮어 만든 관모로, 햇볕과 비를 가리는 쓰개에서 출발해 점차 의관의 일부로 사용됐다. 조선 사회에서는 외출이나 의례 시 의관을 갖추는 관습이 강했고, 모자는 그 차림의 일부였다. 갓은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물건이라기보다, 머리 위에 형태를 더하는 쓰임에 가까웠다.

조선시대에서 갓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쓰인 복식은 아니었다. 관직 수행이나 공식 의례에서는 관모가 우선되었고, 일상적인 외출이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갓이 사용됐다. 이러한 구분은 세부 규정보다는 관습과 관례 속에서 유지됐다. 실제로 조선 후기의 문헌과 회화 자료를 보면, 관청이나 의례 공간에서는 관모가 강조되고, 거리나 사적인 모임을 다룬 장면에서는 갓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갓이 제도적 규범보다는 일상적 관습에 가까운 위치에서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갓은 법전에 의해 엄격히 통제된 관모라기보다, 신분과 생활 방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된 복식이었다.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양반과 관료의 모습은 일정한 형식을 따른다. 얼굴의 개성보다 관모와 복식이 먼저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초상이 특정 인물을 묘사하기보다, 신분과 역할에 맞는 모습을 기록하는 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반면 풍속화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느슨해진다. 길거리나 장터를 그린 화면에서는 갓의 유무(有無)가 인물들의 사회적 위치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조선시대에서 갓이 사용되던 맥락은 오늘날과 다르다. 그 차이는 오늘날 관광 공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의 경복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복을 대여해 궁궐을 거닌다. 대여 공간에는 갓이 전시돼 있고, 실제로 'K-gat'이라는 표기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갓은 저승사자의 형상이 아니라, 조선 전통 복식 가운데 하나로 안내된다.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등장하는 갓과 한복은 다른 의미로 등장한다. 이 조합은 조선의 일상적 복식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검은 갓과 긴 도포는 민속 신앙과 대중문화 속에서 반복돼 온 저승사자 형상에 가깝다. 이 콘텐츠는 조선 사회의 신분 구분을 불러오기보다, 이미 익숙해진 사후 세계의 모습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성한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이후 갓이라는 복식이 새로운 맥락에서 소개되며, 이를 따라 만들어보거나 출처를 찾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일부 관객은 그 관심을 조선시대와 한국의 과거 역사로 확장했다.

갓은 이제 박물관에만 머무는 물건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쓰임을 그대로 전하지는 않지만 오늘날 한국을 설명하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K팝과 드라마, 영화가 한국의 문화와 장소에 대한 관심을 넓혀온 것처럼, 갓 역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조선의 복식을 정확히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역사와 장소에 대한 관심이 관광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정민 미술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독]단양수중보 3억6000만원 소송…관리책임 갈등 다시 법정으로
  2. 괴산고추축제에 32만2천명 찾아···건고추 완판 12억 원 판매
  3. 외딴섬 '집현동'이 뜨겁다… 9월엔 세종 '공동캠퍼스' 축제로
  4. 목요경마 신설, 평일 온라인 수요 키웠나…마권 매출로 성과 검증
  5. 대전 선도지구 구역들, 주민대표단 신청 분주한데 승인 지연돼 '발 동동'
  1. 지역경제계 2차 공공기관 대전·충남 우선배치 요구 힘받나
  2. [중도초대석]복수경 충남대병원장 "사람중심 의료혁신, 새병원 건립·AI전환 착수"
  3. [제일학원] 9월 모평 가채점 충남대 의예 281점·심리 229점 지원 가능
  4. 한밭대 총장 후보 3인, ‘100년 대학’ 미래전략 놓고 열띤 공방
  5. 대전교육청 결산자료 '부실' 지적…조직 효율성·예산 집행도 도마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이 추진 무산위기에 놓인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에 대해 사업자 측에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편 무산 시 대응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허 시장은 8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시민들에게 이런(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 무산 위기) 흐름이 알려진 건 최근이지만, 이미 시장 취임 전부터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무산될 위기라는 점을 감지했다"면서 "시가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한화컨소시엄 측에도 명확히 시 입장과 시민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업이 책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태안군의 미래 발전과 체질 개선을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8일 태안군을 방문해 민선 9기 시·군 방문 브랜드인 '충남통(通)행' 두 번째 일정을 소화하며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가로림만 해상교량 재도전, 안면도 관광지 개발 연내 결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박 지사는 이날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행사를 통해 태안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의 위기를 넘어 '서해안 대전환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성숙 국무총리는 8일 최근 발표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관련 부처는 대상기관 확정 등 연내에 발표할 추진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39회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한 총리는 "물론 이전 대상 기관에는 결코 쉽지 않은 변화일 것"이라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고 함께해 주실 거라 굳게 믿는다. 정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