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12회) 배재대 겸임 교수로 강단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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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12회) 배재대 겸임 교수로 강단에 서다

김용교 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3-31 14:13
  • 수정 2026-03-31 14:44
  • 신문게재 2026-04-01 10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용교님
김용교 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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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강단에 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1)눈높이,맞춤식 강의에 심혈을 기울이다



내가 상사로 모셨던 정하용 충남도 기획관리실장과는 인연이 깊다. 현안 과제를 작성하여 정 실장께 보고 드리면 "김용교 계장 기획력이 참 대단해", "김 계장 일 참 잘해" 격려해주시면서 고시 출신이셨던 정 실장은 나의 농고 출신과 방통대 학력에 괘념치 않고 무척이나 아껴 주시고 신뢰를 하였다.

정하용 실장은 대전시 행정부시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하고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전직하셨다. 내가 충남대 행정대학원에 다닐 때에는 정하용 교수가 초빙교수로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지방자치론」을 강의하기도 하였다. 강의 내용도 보편적 일반론이 아닌 독창성이 있어 보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대목들이 있다. 지방자치(지방화)의 개념에 있어서도 "지방자치는 그 지방 사람들의 생각과 노력으로 그 지방의 개성있고 독창성 있는 얼굴을 그려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러 학자들의 다양한 개념들에 비하여 가장 마음에 와닿고 있다.

"충청남도 얼굴이 전북, 경북과 같아서는 안 된다"

"지방행정이란 용어는 국가행정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고착화되고 있는데 지방자치 행정으로 용어 변경이 필요하다"

"모든 분권이 선(善)은 아니며 분권이 강화될수록 지역주의가 심화 될 수도 있고 완전한 분권은 존재할 수 없다. 분권과 집권의 조화로 국가 사회의 총체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을 때에는 "기획관리실은 기차에 비유하면 기관차에 해당된다. 그만큼 도정을 선도(先導)해야 하고 이끌고 가는 책임과 역할은 크다.", "개발은 개발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져야 한다." 즉 자연·개발·문화의 조화가 필요하다 등의 평소 지론이 아직도 생생하게 나의 뇌리를 맴돈다.

정하용 실장은 나의 석사학위 취득을 마친 이듬해인 2002년 2월에 전화를 주셨는데 "그동안 체득한 행정 경험의 실체에 대하여 후학을 가르쳐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하였다.

나는 이 같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내가 대학 강단에 설 자격이 있는가? 대학 강단에 선다면 제대로 강의를 할 수 있을까? 놀램과 두려움, 설레임과 기쁨, 기대가 순간순간적으로 교차되었다. 나는 가타부타 답변도 못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배재대 총장으로부터 김용교 정책기획관의 배재대 출강에 따른 도지사의 동의 여부를 묻는 공문이 접수되었다. 이는 출강 시 소속 기관장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었다.

직위는 배재대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부교수였고, 강의는 화, 목 주 2회 오후 7시부터 9시 반까지 야간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방자치행정에 관하여 강의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난처했다.

강의 준비나 강의 내용에 대해서도 부담을 안겨줬지만 도청 정책기획관의 역할이 막중하였기에 과연 야간이라 하더라도 주 2회씩 시간을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우선 보고를 드렸다.

유덕준 행정 부지사께서는 "공직자가 대학 강단에 선다는 것은 보통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워낙 바쁜 자리이다 보니 나도 판단이 안 선다"면서 "지사님께 보고를 드려보자"고 하였다.

심 지사님을 직접 뵙고 보고를 드릴까 하다가 자유스럽게 판단하실 수 있도록 비서실을 통해 서류를 넣어드렸다. 비대면 보고를 드린 것이다. 지사님께서 결재를 하신 후 두 가지 의견을 쓰셨다. 다소 이례적이기도 하였다.

1) 대학 강단에 선다는 것은 본인 계발을 위해 바람직함 2) 충남도정 홍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음

이라고 결재서류표지에 적으셨다. 출강을 흔쾌히 동의 허락하신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였고 그 결재서류 사본을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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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임부교수 임용장을 받고 그 감격으로 나는 엉엉 울었다. 사진=김용교 제공
배재대 사회과학 대학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고 정순훈 총장님과 만찬 대화도 있었다. 첫 강의가 있는 날 정하용 교수님께서 저녁을 사주시며 교수로서의 처신에 대해 이런저런 소중한 말씀을 해 주셨다.

"학력에 구애받지 마라. 기죽지 말고 당당해라. 실력으로 강의하여 교수 권위를 세워라." 이런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행정학과 야간부 학생들은 30명 정도였다. 나는 강의가 있는 날에는 A4용지 4쪽 분량의 「강의 노트」를 작성하여 복사해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강의를 하였다.

강의는 4년 동안 이루어졌고, 강의한 과목은 지방자치론, 지방정부론, 한국행정론, 시민참여론 등 네 가지 과목이었다. 학생들의 수강 태도는 차분하면서 조용하였다. 궁금하고 의문이 나는 사항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수시로 당부하였지만 질문은 많지 않았다.

주고 받는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 강의이다 보니 강의실이 활기차 보이지는 않았다. 강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자질과 수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군대 부사관들은 주간복무로 야간부를 택하게 되었는데 수업 태도가 진지해 보이기도 하였고, 수도권에 살지만 수도권 대학에 진학을 못한 학생들이 통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 중간고사를 볼 때 시험 당일 문제를 주었더니 제대로 답안지를 채우는 경우가 몇 명 되지 않았다. 강조하고 강조한 부분에서 출제를 했음에도 우선 답안지 작성 분량이 기대에 미치질 못했다.

배움에 있어 시험이 전부가 아니지만 그래도 지방자치에 대한 주요사항들은 건져가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다음 시험부터는 출제와 시험 방식을 바꾸기로 하였다.

1) 시험에 앞서 그동안 강의 내용 요지를 반복하여 정리해주자 2) 시험문제를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미리 알려주자

3) 오픈북을 허락하자. 강의 때마다 교수가 정리해준 강의노트도 펴놓고 답안을 작성해도 된다고 사전에 공지하였다.



학과사무실에서 "시험감독은 조교들이 하니까 교수님은 그날 쉬셔도 된다"고 하였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내가 직접 시험 감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시험 당일 학교 정문 앞 롯데리아에 햄버거를 미리 주문하여 강의실에 옮겨 놓은 후, 시험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갈 때 햄버거 한 개씩을 직접 손에 쥐어주었다. 햄버거 한 개는 2.800원, 30개에 8만여 원이 지출됐지만 강의 수당을 월 50만 원씩 받고 있어서 부담으로 작용되지는 않았다.

반면에 반응은 좋았다. 그다음 수업 날에 어느 학생은 "엊그제 시험날 교수님께서 나눠주신 햄버거는 꿀맛 같았다"며 "그날의 햄버거 맛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하자, 다른 학생들도 공감을 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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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업무도 차질없이 수행하면서 강의 준비도 충실하게 첑겼다. 사진=김용교 제공
시험날 저녁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고 젊은 나이에 밤 9시 반경에 먹게 되는 햄버거는 색다른 맛을 안겨 주었을 법도 하다. 부자지간, 모녀지간, 형제지간에는 정(情)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친구 사이에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제지간에도 정(情)이 두터워질 때 학업의 성취도도 높아질 것이다.

정은 주고 받고, 오고 갈 때 돈독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직접 시험감독을 하고 햄버거 나눠주기는 겸임 부교수로 봉직하던 4년 내내 계속되었고 사제지간의 정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강의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의 자질과 수업능력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시험을 치를 때 A3 답안지 1매씩 배포하고 뒷면까지 마음껏 기술하라고 하면서 오픈북 등 답안작성의 편의 조건을 모두 내주었음에도 겨우 3~4줄을 채우거나 힘겨웁게 3분의 1 정도를 메꾸는 경우가 다수였다. 해를 거듭하여도 나아지지 않았다. 고교에서 우열반 편성 사례가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어찌한단 말인가? 요즘 세상에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한국 사회의 정서가 아닌가.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고 어떻게든 대학은 졸업시켜야 하는 것이 학부모의 입장이니 말이다.

나는 1992년도에 영국, 프랑스,이탈리아를 10여 일 간 공무출장을 다녀온 일이 있다. 영국에 갔을 때 국가 인력의 효율적 관리 운용에 대해서 나로서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국은 고교진학 때, 3년간 지켜본 중학교 담임선생님께서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소질, 능력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사람, 고교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직업 전선으로 나가야 할 사람을 판단하여 학부모께 인·적성 관찰기록을 보여주며 향후 진로에 대해 권유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욱 놀란 것은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따른다는 것"이다. "내 자식 내가 알아서 교육시킨다"거나 "당신(선생님)이 내 아들 문제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 등의 선생님 의견을 배제한 채 학부모 중심의 진로 결정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행 가이드는 단적인 예로 건물 굴뚝 청소 고등학교 사례도 들려주었다. 이 학교에 진학하여 일반소양과 함께 건물 굴뚝 청소 실습을 3년간 체득한 후 졸업과 동시에 굴뚝 청소부로 취업하게 되는데 자부심은 갖고 있을지언정 부끄러운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용교 (전 충남도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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