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분석] 취득세 4년 만에 3조원 감소…법정지출에 묶인 경기도, 자체사업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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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분석] 취득세 4년 만에 3조원 감소…법정지출에 묶인 경기도, 자체사업 손질

2027년 예산 전면 재검토…도비 보조 축소 시 31개 시·군 부담도 쟁점
경기도 재정위기, '돈이 없는 것'보다 '줄일 돈이 적은 것'이 문제

  • 승인 2026-09-04 14:08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경기도청 전경 (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청 전경 (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2027년도 예산을 대폭 손질한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재정위기를 단순히 '세수가 부족하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다.

핵심은 세입은 줄었지만 경기도가 임의로 줄일 수 있는 지출 역시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도는 31개 시·군 부단체장과 예산편성 관련 영상회의를 열고 내년도 본예산의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방침을 공유했다.

이번 예산편성의 방향은 법정의무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사실상 모두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유사하거나 기능이 겹치는 사업은 정리하고, 예산을 편성하고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다음 연도 예산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출발점은 세입 감소다.

■ 취득세 11조원에서 8조원…재정의 출발점부터 흔들

경기도가 제시한 가장 뚜렷한 숫자는 취득세다.

2022년 약 11조원이었던 취득세가 2026년에는 8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4년 사이 약 3조원이 빠진 것으로, 감소율은 25.9%에 달한다.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지방세다. 거래가 위축되면 세수가 줄고, 그만큼 지방정부가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감소한다.

문제는 세입 감소가 지출 감소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사업과 각종 법정경비는 세수가 줄었다고 해서 같은 폭으로 삭감하기 어렵다.

결국 재정이 악화될수록 오히려 정책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의 공간이 좁아지는 구조가 나타난다.

■ 경기도는 왜 '줄일 수 있는 돈'이 적나

경기도의 재정 구조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법정지출이다.

조정교부금 등 법정경비 부담이 크고,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라는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지방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기도 어렵다.

경기도 설명대로라면 이런 고정적·의무적 지출을 제외하고 도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자체사업 재원은 전체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대상은 전체 경기도 예산이 아니다.

경기도가 손댈 수 있는 작은 영역에 상대적으로 큰 조정 압력이 집중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2027년 예산안에서 단순히 총 삭감액만 확인해서는 재정 구조조정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얼마를 줄였느냐보다 어떤 사업을 줄였고, 그 사업을 왜 줄였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 '원점 재검토'의 기준부터 공개돼야

경기도는 법정의무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사·중복 사업은 일몰하고,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편성하지 않으며, 신규 또는 확대되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해서도 도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방향 자체는 재정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비효율 사업으로 판단할 것인가'다.

예산 집행률이 낮더라도 사업 준비기간이 긴 인프라 사업일 수 있고, 당장의 경제성이 낮더라도 재난·안전이나 미래산업처럼 장기적인 효과를 목표로 하는 사업도 있다.

반대로 집행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계속사업을 유지할 경우 실질적인 정책성과가 낮은 사업까지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경기도가 내놓을 2027년 예산안에서는 사업별 집행률뿐 아니라 사업 목적, 수혜 규모, 중복성, 성과지표, 향후 재정부담을 함께 공개해야 구조조정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다.

■ 구조조정의 또 다른 변수는 31개 시·군

이번 예산편성에서 경기도 내부 사업보다 더 민감하게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도비 보조사업의 재편이다.

도는 도비 지원 비율이 30%를 넘는 시·군 보조사업에 기준보조율 30%를 적용하고, 법적 의무가 없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도비 지원도 단계적으로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지만 시·군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도비가 줄어든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면 부족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메워야 한다.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지자체라면 사업 축소나 중단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경기도의 지출 구조조정이 시·군의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지가 새로운 검증 대상이 된다.

특히 31개 시·군은 재정 여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보조율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체감하는 재정부담은 지역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 '민생 집중'은 예산서에서 증명해야

도는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을 재난·재해 대응, 생활안전, 민생경제, 일자리, 복지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광역교통과 환경, 산업 인프라 등 경기도가 직접 책임져야 할 광역사무에도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방향만 놓고 보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정정책의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돈의 이동으로 확인된다.

예산을 줄인 사업에서 얼마를 절감했는지, 그 재원을 어떤 분야에 얼마나 재배분했는지를 비교해야 한다.

특히 '민생'이라는 이름 아래 기존 사업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인지, 실제 주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로 재원을 이동시키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2027년 예산, 핵심은 '삭감'이 아니라 '책임의 이동'

경기도의 재정위기는 당분간 단순한 세수 부족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세입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정지출을 제외한 자체사업 재원이 계속 압박받는다면 경기도는 매년 사업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도비 지원을 받던 사업의 부담이 시·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2027년 본예산 심사는 세 가지 질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세입 감소에 비해 법정지출과 고정적 재정부담은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둘째, 경기도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사업들은 실제로 성과와 효율성이 낮은 사업인가.

셋째, 도비 축소로 발생하는 비용을 최종적으로 경기도가 부담하는가, 아니면 31개 시·군과 주민에게 이전하는가.

결국 이번 예산 구조조정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깎았느냐가 아니라, 줄어든 재정에서 누가 부담하고 누가 혜택을 받는지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도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원점 재검토'를 선언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원칙이 아니다.

2027년 예산서에 실제로 어떤 사업의 예산이 사라지고, 어떤 사업이 살아남으며, 그 과정에서 시·군의 부담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공개하는 일이다.

이것이 경기도가 말하는 재정 정상화가 실제 구조개혁인지, 단순한 지출 이전인지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이다. 경기=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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