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분석] 1조3천억 경기 포천~강원 철원 고속도로, '교통복지'만으로 예타 넘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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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분석] 1조3천억 경기 포천~강원 철원 고속도로, '교통복지'만으로 예타 넘을 수 있나?

접경지역 균형발전 명분...경제성·재정투입 효과가 핵심 변수
24㎞ 구간 1조3,305억원 투입…“50분→15분” 단축효과, 실제 수요 뒷받침될까?

  • 승인 2026-09-04 14:32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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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강원도·포천·철원, 예타 통과 공동전선 맞손 (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놓고 경기도와 강원특별자치도, 포천시, 철원군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총 사업비 1조3,305억 원, 연장 24㎞에 이르는 대형 SOC 사업인 만큼 이번 사업의 향방은 단순한 도로 건설 여부를 넘어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접경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4일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 백영현 포천시장, 김동일 철원군수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포천~철원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4개 기관은 공동건의문을 통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정부에 요구하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이를 전달하기로 했다.

사업의 핵심 논리는 오랜 기간 국가안보를 위해 각종 규제와 개발 제약을 감수해온 접경지역에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생활권을 연결하고 지역경제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적 필요성이 실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 24㎞ 도로 사업 1조3천억…핵심은 '왜 지금 필요한가'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포천시 신북IC에서 철원군 신철원 일대를 연결하는 왕복 4차로 사업이다.

구리~포천 고속도로와 연계해 수도권에서 경기북부를 거쳐 강원 철원까지 고속도로망을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이 현실화되면 수도권과 철원의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지자체는 현재 약 50분 걸리는 이동시간이 15분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예타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동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만으로 1조3천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했을 때 얼마나 많은 교통수요가 발생하는지, 지역경제에 어떤 편익이 생기는지, 기존 도로망과 비교해 추가 투자의 필요성이 얼마나 큰지가 핵심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특히 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접경지역을 통과하는 도로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권 간선도로와 동일한 방식으로 경제성을 평가할 경우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업의 관건은 '교통량이 충분한 도로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시장 논리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국가적 편익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이 경제성 부족을 보완할 수 있나

추미애 지사는 이날 포천~철원 고속도로를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수십 년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토지이용과 개발 과정에서 각종 제약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통 인프라 확충을 단순한 경제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도로가 연결되면 포천과 철원 사이의 생활권 확대뿐 아니라 수도권과 강원북부권의 접근성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명분이 곧바로 사업 타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정책적 당위성과 함께 도로 건설로 발생하는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편익을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접경지역의 특수성을 평가에 반영할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 세종~포천 연결되면 '북부 교통축'의 성격 달라진다

포천~철원 고속도로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기존 고속도로 사업과의 연계성이다.

현재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포천~철원 구간까지 연결되면 세종에서 경기북부를 거쳐 철원까지 이어지는 광역 교통축이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포천과 철원을 연결하는 지방도로 사업과는 성격이 달라진다.

수도권과 충청권, 경기북부, 강원 북부를 연결하는 장거리 물류·관광·생활권 이동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기대효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실제 물류 이동량과 관광수요, 산업단지 및 배후지역 개발 가능성, 기존 도로의 교통량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 이후 주변 지역에 기업과 인구가 실제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도로만 건설하고 산업·정주·관광 기반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막대한 사업비에 비해 지역경제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건설 이후'까지 포함한 사업계획 이어야

이번 협약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4개 기관이 사업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는 사실보다 고속도로 건설 이후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후속 전략이다.

도로는 목적지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한 기반시설이다. 포천~철원 고속도로가 실제로 접경지역의 경제구조를 바꾸려면 산업단지, 관광자원, 물류시설, 정주환경 개선 등이 교통망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특히 철원 등 강원북부 지역은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고속도로가 개통되더라도 단순히 지역 주민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기 편해지는 데 그친다면 오히려 지역 소비와 인구의 외부 유출을 촉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접근성 개선'뿐 아니라 교통망 확충이 지역 내 생산과 소비, 일자리, 관광, 기업 유치로 연결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 예타 통과 이후가 더 중요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10월 중 예타 평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와 강원도, 포천시, 철원군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사업 추진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예타 통과 자체가 사업의 최종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에 총 사업비 증가 가능성, 공사기간, 재원 부담, 예상 교통량, 주변 개발계획, 개통 이후 유지관리 비용까지 따져야 한다.

특히 1조3천억 원이 넘는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접경지역이 필요로 하는 도로'와 '국가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 도로'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포천~철원 고속도로가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을 넘어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명분을 넘어 실제 교통·산업·인구·관광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번 예타는 1조3천억 원을 투입해 24㎞의 도로를 놓는 것이 접경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투자인가, 아니면 교통 접근성 개선에 머무는 SOC 사업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느냐에 있다. 경기=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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