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인 에어] 지적이고… 씩씩하고… 사랑앞에서도 당당한 그녀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제인 에어] 지적이고… 씩씩하고… 사랑앞에서도 당당한 그녀

우아하고 도전적이고 매혹적이다 감독:캐리 후쿠나가 출연:미아 와시코우스카, 마이클 파스빈더, 제이미 벨

  • 승인 2011-04-21 14:34
  • 신문게재 2011-04-22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제인 에어가 손필드 저택의 문을 열고 나와 황급히 도망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한겨울 메마른 초원에 드러누워 울먹이는 제인. 목사 리버스에게 구출된 제인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다 지난 일을 회상한다. 그 힘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 제인 에어
▲ 제인 에어
잿빛 드레스와 대비돼 극도로 도드라진 하얀 피부, 무표정한 얼굴에 사랑의 열정이 스치면 발갛게 달아오르는 볼, 사랑스럽다. 게다가 귀족에게 “가난하고 어리석고 평범하다 해서 감정도 영혼도 없는 줄 아느냐”고 따지고, “우리의 영혼은 동등하다”고 말하는 당당함까지. 못 생기고 고집 세다는 제인 에어가 이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었나.

'제인 에어'를 소설이 아닌 영화로 본다는 건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를 만난다는 거다.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유명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낡은 주인공을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으로 재탄생시키는 감독의 시도가 배우를 통해 고스란히 투영된다. 1914년 어빈 커밍스를 시작으로 22차례나 TV시리즈로 영화로 만들어진 동명의 작품들이 감독 이름보다 수잔나 요크, 사만다 모튼, 샬롯 갱스부르 같은 여배우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1996년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제인 에어'에서 샬롯 갱스부르는 꽉 다문 입술로, 아집으로 똘똘 뭉쳐 보는 이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제인을 보여줬었다. 그럼 22번째 제인, 발음하기도 힘든 미아 와시코우스카는?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와시코우스카를 통해 소녀적 감성을 제인에게 불어넣는다. 언어, 미술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한편 가정교사 신분임에도 귀족 로체스터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당찬 소녀로 되살려냈다. 여기에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내면까지 겹쳐 보면, 현대적 '알파걸'의 이미지가 물씬하다.

19살 소녀의 순수한 얼굴에 어른의 눈빛을 가진 와시코우스카는 감성적 소녀와 고뇌어린 여인의 중간에 선 제인을 제 옷을 입은 양 소화해냈다.

와시코우스카의 차기작을 준비 중인 박찬욱 감독은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하고 니콜 키드먼처럼 도전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표정 없음으로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당혹, 끌림, 사랑, 의문, 체념, 기쁨, 슬픔의 그림자를 차례로 띠었다 지우는 와시코우스카의 얼굴은 매혹 그 자체다.

후쿠나가 감독은 제인뿐만 아니라 고딕호러에 가까운 원작의 음울한 분위기를 걷어내고 화사한 봄볕을 화면에 끌어들인다. 제인이 로체스터와 벚꽃 만발한 꽃밭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은 그림엽서처럼 곱다. 여성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겠지만 강직한 브론테 팬들은 오글오글 거북살스러울 것 같다. 여하튼 시대를 충실히 재현한 '눈 비비고 들여다볼 만한' 고전 시대극이 새 봄과 함께 왔다. 훌륭한 재해석,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에 오랜만에 취했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원 늘봄 행정부담 해소 '늘봄지원실' 교원들 "업무배제 원칙과 달라" 반발
  2. [어린이날 연휴 사건사고] 빗길에 6중 추돌…학교 앞 음주운전까지
  3. 공주 구석기축제장 먹거리마당, "물은 별도로 사먹어야해요"...관광객들 분통
  4. "의대 진학준비 혼란" 수험생·학부모 법원 판단에 촉각
  5. [2024 청양 안전골든벨] 박수현 국회의원 당선자 "꽃 봉오리 여러분 더 응원하겠습니다"
  1. [지식재산 날개다는 法] 특허소송 해외 법원으로 '쏠림'… 지식재산 심판자 '경쟁중'
  2. 대전 서구 갈마동 다세대주택서 화재…70대 사망
  3. 연휴 마지막 날 붐비는 고속도로
  4. [2024 청양 안전골든벨] 우승자 가남초 이소윤 학생 "지난 대회 복기해 올해는 왕중왕까지 하겠다"
  5. [2024 청양 안전골든벨] 진기성 청양교육장 "학교에서도 적용하는 안전상식 익히길"

헤드라인 뉴스


`행정절차 마무리`…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 사업 본궤도

'행정절차 마무리'…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 사업 본궤도

대전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이 토지 보상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7일 대전시는 서남부지구 도시개발사업 도시개발구역을 지정 고시하면서 5월 보상 절차에 들어간다. 단지 조성과 체육 시설 건립 등 시행 절차도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게 대전시의 계획이다. 이날 고시는 국토교통부의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개발제한구역 해제'고시의 후속 조치로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을 위한 사전 행정절차가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해졌다.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은 유성구 학하동 100번지 일원 약 76만㎡의 부지에 5853억..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소비자 10명 중 8명 만족... 대전도 탄력받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소비자 10명 중 8명 만족... 대전도 탄력받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지역의 소비자 10명 중 8명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전시에서 추진 중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충북 청주시 소비자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1%가 '만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통'은 17.8%,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2%였다. 만족 이유로는 '주말에 언제든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있어서'가 69.8%로 가장 많았고, '일요일에 여유롭게 장..

충남도-당진시, 외부 전력 사용 대폭 줄이는 탄소중립 건물 만들어
충남도-당진시, 외부 전력 사용 대폭 줄이는 탄소중립 건물 만들어

충남도와 당진시가 외부 전력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탄소중립 공공건물을 만들었다.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통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외부 단열재 등으로 보강한 건물인데,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에너지 자립률이 변동될 수는 있으나 태양광 발전이 많은 경우엔 100% 넘는 에너지 자립률을 보인다. 도와 당진시는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 대한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최근 완료했다고 7일 밝혔다.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은 공공부문 탄소중립 실현과 민간부문 탄소중립 확산을 위해 수립·추진 중인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따라 펼치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 ‘도난은 피했지만 노후화는 못 피하네’ ‘도난은 피했지만 노후화는 못 피하네’

  • 연휴 마지막 날 붐비는 고속도로 연휴 마지막 날 붐비는 고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