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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일 대전문화재단 예술진흥실장 |
그는 특히 건물을 짓고 난 이후의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영을 위한 콘텐츠 투자가 더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다면 “비싼 돈주고 BMW를 사주고, 기름값을 안줘 차를 타지 못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지난 2013년 대전시는 무려 160여억원을 들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 '스카이로드'를 지었다. 길이 214m, 폭 13.3m, 높이 20m의 캐노피 형태로 LED스크린을 설치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상권회복에 제격이라는 것이 당시 대전시 수장의 주장이었다. 많은 반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럴듯한 논리를 폈다. 언뜻 생각나는 주장은 광고수입만으로도 운영비를 빼고도 수억원의 흑자가 날것이라고 했다. 대전발전연구원의 용역결과라는 것이다.
이럴진대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없었다. 스카이로드의 건설을 거역하는 사람은 원도심활성화를 싫어하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대전발전연구원의 용역 결과가 몇 년안에 '흑자'인데 감히 어느 누가 이를 대놓고 반대 했을까 싶다.
당시 시 도심활성화 기획단장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대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빠른 시일 안에 킬러콘텐츠는 물론 다양한 체험을 제공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스카이로드에 LED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한편 축제와 문화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2년여가 훨씬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하드웨어만 만들어놨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1000만원에 달하는 전기료를 감당 못해 운영시간을 줄였다. 광고 대행사는 담아낼 콘텐츠가 없어서 손 놓고 있다.
'스카이로드'의 건설은 당초부터 어거지와 짜맞추기 논리로 시민을 기만한 반증이다. 과거 1970~1980년대 건설행정이 21세기에도 자행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지금 없다.
반면 으능정이 원도심 활성화는 이 지역 문화예술로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오래전부터 대흥동을 중심으로 화랑과 필방, 소극장으로 이어지는 이곳은 대전 '문화의 거리'로 불린다. 중교로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는 이곳 갤러리는 약 10여곳에 이른다.
다양한 전시회를 찾아 '문화의 거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160억원이 들어간 스카이로드보다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가꿔온 이곳 문화의 거리가 오히려 대전의 자랑이 됐다. 최근엔 대전의 문화의 거리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대전창작센터-갤러리 이안-우연갤러리-이공갤러리-카페봄갤러리-대전갤러리-정명희미술관-쌍리갤러리-문화공간 주차-대전현대갤러리-대전프랑스문화원 대흥분원-갤러리 마고-대전중구문화원 전시실-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등 이곳이 바로 원도심 문화의 거리를 대표하고 있다. 점차 대전시민의 '사랑'이 되어가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는 자신을 대표하는 '축제'와 '문화와 예술' 행사를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왔다. 여기에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인다. 그럼에도 성공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어거지가 만들어 낸 결과다.
오히려 작은 행사, 작은 축제가 전국적으로 커가는 경우도 많다. 대전의 '뿌리 공원'이 전국적 유명세를 탈 줄 알았던 이는 몇 명이나 될까. '뿌리공원'으로부터 시작된 '뿌리 축제'가 대전의 대표축제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대흥동 문화의 거리를 보면서 '문화가 대세'라는 말이 실감난다. 반면 인위적인 것은 실패한다는 교훈을 '스카이로드'에서 배운다.
강일 대전문화재단 예술진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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