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왕족의 도시 샹티이 - 콩데미술관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왕족의 도시 샹티이 - 콩데미술관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 승인 2017-11-13 13:24
  • 수정 2017-11-13 17:52
  • 신문게재 2017-11-14 23면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정경애
정경애(보다아트센터관장)

오랜 세월 왕정 중심의 귀족계급사회였던 프랑스에는 아직도 수많은 고성들이 남아있다. 그 고성들은 문화유산이 되어 지금까지 각국의 여행객들을 불러들이는 관광 명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에서 북쪽으로 4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샹티이 시(Chantilly)에 아름다운 고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샹티이 마을은 10세기, 영주들의 주택이 들어서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16세기에는 당시 국왕에 버금가는 권력자였던 몽모랑시(Montmorency) 원수가 중세의 성터에 르네상스 스타이로 성을 지었는데 현재의 모습은 태양왕 루이 14세의 사촌인 콩데(Conde)경에 의해서였다. 왕의 총애를 받았기에 정원은 베르사이유의 조경 전문가인 르 노트르가 설계했다. 그러다가 19세기에는 오를레앙 가문(Orl?ans family) 출신의 국왕 루이-필립(Louis Philippe I)의 아들 오말공(Duke of Aumale)이 주인이 되면서 프랑스대혁명으로 파손된 성을 대대적으로 재건하여 더욱 아름다운 성으로 변모했다.

오말공작은 아버지가 국왕 루이 필립으로 4세 때에 이미 400여개의 성과 60여개의 성지, 어마어마한 금화를 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실각되면서 추방령이 내려졌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지만 예술품 수집에는 온 열정을 쏟았다. 명문 가문들의 거처였던 만큼 주인들의 취향에 따라 모은 소장품도 엄청났지만 오말 공작은 고서 3만여 점과 필사본 1500여 점을 추가시켰다. 그중에서도 추방 중에 경매를 통해 구입한 [베리공의 매우 호화로운 기도서 Les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은 단연 으뜸이다.

이 아름다운 채색사본은 예술후원자로 명성을 날린 베리공(John, Duke of Berry)이 주문한 총 416 페이지 기도서이다. 그러나 베리공이 세상을 떠나자(1416) 주 작업을 담당했던 랭부르 형제(Limbourg Brothers)도 성을 떠나버려 결국 1489년경에야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기도서의 백미는 12달의 풍경을 달력용 그림으로 각 시기에 필요한 노동의 종류와 사람들의 모습을 귀족으로부터 농부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필사본으로 꼽힌다.

후계자가 없었던 오말 공작은 지금의 전시상태를 유지하고 작품을 외부 유출시키지 않는다는 2가지 원칙을 조건으로 1886년 성과 정원, 성 안의 모든 소장품들을 프랑스 학사원(Institut de France)에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이리하여 푸생, 와토, 라파엘, 앵그르, 보티첼리, 들라크루아 등의 명화를 포함한 1,000여 점의 회화, 2천5백여 점의 데생, 2천5백여 점의 판화로 구성된 샹티이성의 회화 소장품은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프랑스 최고의 고전회화 컬렉션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샹티이 성은 콩데미술관 뿐만 아니라 콩데 가문의 왕실 요리사 바텔(Vatel)이 만들었다는 샹티이 크림(creme Chantilly)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경마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역사와 예술의 보고임에 손색이 없는 소중한 곳임에 틀림없다.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기 조사중지' 벽 넘었다… 3기 진실화해위, 충청 미군 민간인 희생 29명 '진실규명'
  2. 기존 위성영상의 '경제적 재발견'… 컨텍, AI 영상 처리 솔루션 개발
  3. ETRI, 국제 자율탐사 로봇 경진대회 우승… "자율탐사 알고리즘 활용"
  4.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부지에 주거단지…청년주택 200세대 포함
  5. 유성구 직원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국화축제…관람객 호응 '만발'
  1.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 13일 금융경제강좌 3회차 진행
  2. 대전 서구의회, 정책연구·윤리심사 위원회 구성 완료
  3. 대전 중구의회 김석환 의원,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수상
  4. 대덕구의회, 장기 파행 끝 정례회 개최…806억 추경안 심의
  5.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헤드라인 뉴스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기로에 선 행정수도] 한몸이었던 행정수도·혁신도시, 국가적 과업 완성할 때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와 행정의 중추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추진된 세종 행정수도 건설. 그러나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멈춰 섰고, 20여 년이 지나서야 다시금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11일 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의 축조심사가 예정되면서다. 시간은 많지 않다. 향후 예상되는 정치적 여건과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기관 이전 정책 등 상황에 비춰볼 때, 특별법 제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골든타임'을 맞이한 상황이다. 특히 헌법이 정한 정기국회 시한이 불..

345㎸ 송전선, 세종 4개 면 경유 확정… `지중화` 얼마나 가능할까
345㎸ 송전선, 세종 4개 면 경유 확정… '지중화' 얼마나 가능할까

<속보>=345㎸ 초고압 송전선로 경유지에 세종시 금남면 등 4개 면이 포함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026년 9월 18일자 3면 게재> 203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는 신계룡~신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추진 3년 만에 최적 경과지를 도출하면서 구체적인 노선과 경유 지역별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남면과 장군면이 송전선로 지중화 검토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내년 하반기 실시설계에 앞서 지역 여건과 주민 수용성, 한전의 심사 결과 등이 사업 추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한국전력공사와 세종..

[금산다문화] 대전에서 열린 필리핀 피에스타 데이, 전통 의상과 문화로 하나 되다
[금산다문화] 대전에서 열린 필리핀 피에스타 데이, 전통 의상과 문화로 하나 되다

지난 10월 11일, 대전광역시의 한 실내 체육관에서 필리핀 피에스타 데이(Filipino Fiesta Day)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필리핀 커뮤니티 리더들이 주최하고,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한국인들의 협력으로 마련되었다. 참가자들은 필리핀의 전통문화와 공동체의 정을 나누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행사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필리핀 전통 의상이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필리피니아나(Filipiniana), 바롱 앳 사야(Baro't Saya), 키모나(Kimona), 마리아 클라라(Maria Clara) 스타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깊어가는 가을과 낙엽

  •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난방용품 판매 준비 분주

  • 울긋불긋 물든 도심 울긋불긋 물든 도심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