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세상을 이끄는 힘, '교육' 그리고 '가족'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 세상을 이끄는 힘, '교육' 그리고 '가족'

박윤옥 전 국회의원

  • 승인 2018-01-14 06:04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552E5807-- (2)
박윤옥 전 국회의원
전라북도 진안군 동향면 능금리에는 조선 중기(영조 48년)에 세워진 ‘지선당’이라는 재각이 있다.

수백년의 시간을 누구와라도 나누겠다는 듯 담장도 없이 마을 뒷산 명덕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잡은 지선당. 지선당은 조선 중기에 박지영(호: 덕은당)이 지은 학당이다.

임진왜란을 피해 금산에서 진안으로 내려와 살던 박지영은 그가 살던 마을에 교육을 위한 학당을 지었다. 전쟁 중, 가장 나라가 피폐했을 그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던 그 시절에 박지영은 교육기관을 세운 것이다. 오직 교육만이 나라의 위태로움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전란중 학당을 짓고 후진 양성에 힘쓴 박지영. 나라가 위태로울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이 교육이라는 것을 실천한 그 학당에서는 후대 다섯 명의 진사가 배출되었다.

위기의 시대, 교육의 가치를 피력한 대표적 인물은 바로 정약용이다.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긴 걸어다니는 출판사, 한국의 다빈치, 조선 최고의 지식인 등 대한민국 사람으로 정약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정약용은 우리 역사를 대표하는 지식인이다.

정약용의 기록. 그 천재적 저작들 가운데서 가장 내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은 '하피첩'이다.

625전쟁때 분실되었다가 2004년, 수원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에서 발견돼 그때부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보관했다는 정약용의 저서 하피첩. 강진으로 유배간지 7년이 되던 해에 다산은 그 부인 홍혜완으로부터 시집올 때 입었던 다홍치마 다섯 폭을 전해 받는다. 다산은 그 치마를 네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안에 써내려갔고, 짙은 다홍빛이 세월에 바래 노을빛이 되었다고 해서 '노을 하(霞)' 자를 붙여 하피첩이라 했다.

“병든 처가 낡은 치마를 보내/ 천리 밖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부쳤는데/오랜 세월에 홍색이 이미 바랜 것 보니/서글피 노쇠하였다는 생각이 드네/잘라서 작은 서첩을 만들어/ 그나마 아들들을 타이르는 글귀를 쓰니/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여/ 평생 가슴속에 새기기를 기대하노라.”

이런 서문으로 시작된 하피첩에는 폐족의 자식이지만 어머니를 공경하며 화목하게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친척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친구는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 근검한 생활과 꾸준한 공부에 대한 당부가 들어있다. 자식이 바른길을 살아가길 바라며 어머니의 치마에 아버지가 써내려간 간절함은 다산의 그 어떤 천재적 작품보다 따뜻한 인간미를 담고 있으니, 그 이유는 그 안에 ‘가족’이 있어서일 것이다 .

멀리 유배지에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수많은 교육서를 쏟아내는 동안, 그 외로움과 고단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선의 천재, 정약용, 그를 만들어낸 것은 아마도 멀리서도 자신을 바라보며 따르고 응원하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산은 우리 역사상 최고의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실학을 통해 나라의 힘을 키우고자 했던 학자, 유배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후대 백성들과 관리들을 교육할 수 있는 지침서를 남기는 것 뿐이었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500권의 저서들은 그 당시 정세속에서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정약용 역시 죄인 신분으로서 본인의 저서들이 당대에 쓰임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으로쳐도 웬만한 소규모 출판사에 버금가는 책을 남겼다. 아마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후대에서 그의 책이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백성을 평안하게 만드는 지침이 되길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즉, 나라의 위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라는 것을 유배지에서 보여준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의미와 함께 말이다.

박지영과 정약용이 남긴 교육과 가족의 의미가 새삼 엄중하게 다가온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에 가족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는 수많은 뉴스들을 통해 실감해왔다. 경제적 성장을 목표로 달려오는 동안 사회적 시스템과 교육에서 ‘진정한 가족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는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며 빛바래져갔고,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는 "낳고 키우는 일이 즐겁지 않은, 오히려 부담이 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국가적 위기인 저출산 문제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간과했었던 가족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다. 즉 가족친화적 가치관을 확산하기 위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2.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3. 판사 낭독 착오로 ‘징역 8년→8개월’… 144억 전세사기범 항소심서 다시 징역 8년
  4.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5. 6·3 지방선거 기간 대전·세종 장애인 투표 과정서 혼선
  1. 대전시 ‘시장임기 일치조례’ 첫 적용 임박 논란 증폭
  2. aT-한국수출입은행, K-푸드 수출 확대 공조
  3. 1조2천억 필수의료 특별회계 곧 시행…"우선순위 논의 시민협의체 필요"
  4. 생활고 이유 대전서 초등생 딸 살해하려 한 부부… 검찰 징역 12년 구형
  5. 아산시 어의정로 교차점 광장 준공

헤드라인 뉴스


[다시 온통대전 성공조건은] 골목경제 구세주 vs 포퓰리즘

[다시 온통대전 성공조건은] 골목경제 구세주 vs 포퓰리즘

벼랑 끝에 몰린 골목경제를 구하기 위한 특효약인가. 아니면 현금성 지원에 의존한 포퓰리즘(populism)인가.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1호 공약 온통대전 2.0을 두고서 나오는 말이다. 민선 7기를 이끌었던 그는 당시 트레이드마크인 온통대전을 4년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코로나19 시기 지역 소비를 견인했던 지역화폐로 대전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온통대전이 지역 내 소비 확대와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지역 경제 선순환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수백억 원 혈세..

민선9기 대전시 인수위 "파산 위기 대전시, 강력한 긴축재정 불가피"
민선9기 대전시 인수위 "파산 위기 대전시, 강력한 긴축재정 불가피"

박정현 민선 9기 대전광역시장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22일 "대전시 재정이 사실상 '파산'위기에 직면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옛 충남도청사에 마련된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 8기 시정에 대한 업무보고 검토 결과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인수위는 대전시 재정을 사실상 '부도' 및 '파산'으로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세입이 감소하는 악조건에서도 무리한 사업들을 강행해 지방채를 급증시켰고, 2022년 말 약 1조원이었던 채무는 2025년 말 1조 58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면서 "계획..

7월 충청권 2700여 세대 집들이…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 1754세대
7월 충청권 2700여 세대 집들이…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 1754세대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충청권에서는 2700여 세대가 집들이에 나설 전망이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4106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만3505세대) 대비 4.5% 증가한 규모로, 올해 월평균 입주 물량(1만 4913세대)과 유사한 수준이다. 충청권에선 2705세대가 입주한다. 이는 전국 입주 물량 중 19.1%에 해당한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1754세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성구 용계동 '도안 우미린 트리쉐이드'가 입주를 시작하는데, 이는 지방 입주 물량 중 가장 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