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톡]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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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톡]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도완석교수의 행복한 영화이야기-44.

  • 승인 2018-02-11 10: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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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시작하는 그 첫 해인 2000년도에 영국의 신예감독이였던 '스티븐 달드리'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빌리 엘리어트>는 20세기 상처를 가슴에 담고 좌절과 폭력에 시달려왔던 청소년들이 새시대를 맞이하여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을 향해 외치는 하나의 절규였다. 이제는 더 이상 주변환경에 억눌려 사는 어리석음과 나태함 그리고 그 내재된 아픔을 벗어던지고 내 안에 억제되어 왔던 꿈과 희망을 되살리면서 인생의 가치를 확립시켜야한다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외침이었던 것이다.

이 외침은 마침내 소설과 뮤지컬과 영화라는 구분된 장르를 가림없이 시대의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전 세계를 향해 질주해 나갔다.



영화 속에 나타나는 시대적 배경은 '태양이 지지않는 나라'라는 영국이 파멸 직전까지 이르렀던 1980년대 초 광산노조에 의해 국가적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던 바로 그 시대였다.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시대적 배경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이자 3회 연속 수상을 연임했던 최장기 집권의 통치자였던 마가렛 대처 수상은 영국의 고질적인 사회문제였던 광산노조들이 벌이는 임금파동에 대한 조치로서 비밀리에 석유와 석탄을 비축해 놓고 광산노조들과 당당히 맞서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영국은 섬나라로서 광산노동자들이 없으면 화력발전소를 운행할 수가 없고 전기를 생산해 낼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광산노동자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집권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수상은 전임 수상들과는 달리 1984년, 산업 합리화를 구실로 20개 탄광 폐쇄와 2만 명의 인력 감축을 골자로한 구조조정을 강행하였고, 이에 맞서 강성 노조지도자 '아서 스카길'의 주도로 20만 명의 탄광 노동자가 1년이 넘게 장기파업에 돌입한 상태에서도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이들 노조활동과 당당히 맞서서 결국 광산노조를 항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대처 수상과 광산노조들 간의 투쟁이 심화되던 그 1년간 어려웠던 장기파업 때부터 전개된다. 죽은 아내가 남긴 유품인 피아노를 뜯어서 땔감으로 난로에 쑤셔 넣을 수 밖에 없는 가난한 파업 노동자 가정의 11살 사내아이는 '권투나 레슬링'이 아닌 '중산층 계집애나 하는 발레'를 꿈꾸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시놉시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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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적인 '광부문화'가 존재하는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일찍이 엄마를 여윈 빌리(제이미 벨 분)는 탄광촌에서 일하는 아버지(게리 루이스 분)와 노조 행동파인 형(제이미 드레이븐 분) 대신에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진 헤이우드 분)를 돌보고 엄마 묘지를 정성껏 돌보는 착한 아이이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요령을 피우거나 보고 싶은 책을 몰래 가져와 보며 성적 호기심도 보이는 평범한 11살 사내아이다.

그런 빌리가 하루는 뜻밖에도 권투장 옆 교실에서 하는 여자얘들의 발레를 엿보게 된다. 그리고 빌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동작들을 따라하며 권투가 아닌 발레에 빠져든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권투장의 코치는 처음에는 권투장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핀잔주더니 하루는 빌리에게 발레 교습반 선생님에게 열쇠를 전해주라는 심부름을 시키며 사각 링 밖의 새로운 세계를 연결해주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한편 빌리는 춤을 좋아하는 자신이 '호모일까' 불안해하면서도 글러브와 신발을 벗고 선생님이 던져준 여자용 발레 슈즈를 신으며 기존 관념과 전혀 다른 삶에 입문하는 소년의 용기와 새로운 인생의 변형적 가치를 엿보게 하는 명장면이다. 이 후 빌리는 혼자서 발레가 아닌 탭댄스를 즐기면서 꿈을 키우다가 아버지 몰래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러한 빌리의 뛰어난 재능을 본 윌킨슨 선생님(줄리 월터스 분)은 빌리를 레슨비없이 가르치면서 로열발레학교의 오디션 까지 준비시킨다.

하지만 형이 구치소에 갇히게 되고 아버지의 반대로 발레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빌리, 어느 날 윌킨슨 선생님은 빌리네 집으로 찾아와서 아버지 재키에게 빌리의 발레재능을 이야기 하며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발레는 여자얘들이나 호모가 하는 짓거리라고 반대를 한다. 이에 빌리는 자신도 모르게 반항적으로 아버지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에 아들의 춤을 본 아버지는 빌리의 천재적인 춤 솜씨를 확인하고는 결국 윌킨슨 선생님의 뜻을 좇아 빌리의 오디션을 허락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빌리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노조활동을 중지하고 갱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겠다면서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노조동료들 앞에 무릎을 꿇고 배신자 소릴 들어가며 그 모든 어려운 수모를 참아 낸다. 그리고 빌리의 로얄발레스쿨의 오디션장. 심사위원들이 빌리에게 질문을 한다. "빌리! 왜 발레리노로서의 삶을 원하는거니?" 그러자 빌리는 그가 희망하는 인생의 가치를 요약한 핵심적인 명대사를 들려준다. "모르겠어요. 그냥 춤을 추면 기분이 좋아져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춤을 추면 모든 걸 잊게되고 모두 사라져버려요. 또 마치 내 몸이 전류를 타고 하늘을 나는 새처럼 느껴져요!"

결국 오디션에 합격하여 로얄발레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빌리를 영웅처럼 바라보며 배웅해주는 마을사람들의 따뜻한 시선들. 이렇게 해서 빌리는 가난한 탄광촌을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빌리를 위해 어둡고 매캐한 탄광 갱 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와 형의 모습을 바라보며 관객 모두는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자신들의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 또 가족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 영화는 이처럼 인생의 가치를 놓치기 쉬운 가장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올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이상적인 정석을 제시해 준다. 시간이 흘러 뛰어난 발레리노로 성장한 빌리가 무대 위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더는 환경이라는 삶의 억압된 공간이 그의 인생에 요구되지 않는 듯. 그리고 그의 육체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선, 또한 곡선을 동반한 그의 몸짓 그것에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면서 영화는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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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실제로 영국의 발레리노인 '필립 모슬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뮤지션 '엘튼 존'이 영화 사운드트랙에 참여하여 유명세를 나타내었고 이 후 그의 음악을 토대로 하여 뮤지컬로 제작되는데 이 뮤지컬은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된 후 미국 브로드웨이를 거쳐 지금까지 전 세계를 순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빌리 엘리어트로 열연한 11살의 어린 '제이미 벨'은 당시 각종 영화제에서 당대 최고배우들인 러셀 크로우, 톰 행크스, 마이클 더글러스 등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이 어린 천재 발레리노는 현재 32세의 성인으로서 영화 <판타스틱4> <틴틴> <필드>등의 영화와 봉준호 감독이 만든 <설국열차>에서 에드가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전문 영화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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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를 감독한 '스티븐 달드리'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를 비롯하여 <디 아워스> <트래쉬>등 여러작품을 발표하였는데 2014년 로마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원작자인 '멜빈 버지스'는 《빌리 엘리어트》를 다중일인칭 시점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소설화하여 영국 청소년 문학계에서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킨 격찬을 받는 유명작가가 되었고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각본을 쓴 '리 홀'은 사소한 듯 보이는 개인의 경험을 그 뿌리인 사회적 문제와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작가로 유명하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대본과 노랫말도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상영 후 세계유수의 언론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는데 《USA투데이》에서는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은 미소와 눈물 한 방울을 머금고, 한 소년을 응원하며 서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소년은 어쩌면 당신 자신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영화평론가 "수잔 블로치치냐"의 말을 인용했다. 이처럼 꿈을 잃고 사는 자신의 거짓된 삶을 정당화시키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네 꿈을 펼쳐라"라고 자신있게 권하는 영화가 바로 <빌리 엘리어트>이다.

도완석 영화칼럼니스트/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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