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글 라이팅? 행복한 글쓰기] 8. 매일 훈련하는 한 줄 글쓰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행글 라이팅? 행복한 글쓰기] 8. 매일 훈련하는 한 줄 글쓰기

  • 승인 2018-03-25 09:2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별
게티 이미지 뱅크
글쓰기는 훈련입니다. 금메달리스트 선수들이 끊임없는 연습과 고된 훈련으로 멋진 성과를 얻어 내듯이 글도 꾸준한 습작이 있어야 합니다. 자꾸 쓰다보면 글 쓰는 근육이 붙게 됩니다. 근육이 붙고 단련되면 어떤 글감을 만나도 잘 대처해서 쓸 수 있겠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잘 쓸 수는 없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42.195라는 긴 여정을 위해 조금씩 거리를 늘려 뛰면서 몸을 만들 듯이 멋진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 문장 한 문장 공을 들여 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 이후에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말 하듯 편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누구나 쉽게 글쓰기를 훈련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 줄 글쓰기를 추천합니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쉬운 글감으로 한 줄부터 시작해 조금씩 길이를 늘려 보세요.



1. 날씨 표현

날씨는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찾아보게 됩니다. 뉴스나 기사에 올라온 '오늘의 날씨'난을 보면서 그날의 날씨를 한 줄로 표현해 보세요. '날은 갰지만 미세먼지가 숨 막히게 뒤덮은 세상', '구름이 잔뜩 끼어서 마음까지 가라앉는 날', '만지면 내 손에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하늘'. 날씨를 체크할 때마다 한 줄씩 나만의 날씨를 기록해 놓는다면 아주 좋은 글쓰기 훈련이 됩니다. 어느 정도 더 쓸 것이 생기면 조금 더 길게 이어서 써 가면 되겠지요,



<아침에 햇빛이 쨍쨍 하면서 덥더니 지금은 바람이 살살 분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게 종이가 흔들리는 것 같다. 나뭇잎모양은 크고 단풍잎 모양이다. 바람이 점점 세게 불어온다. 나뭇잎이 춤을 추는 것 같다. 이러다가 태풍이 오거나 장마가 오나보다. 작은 나뭇잎은 살살 움직인다.

또 곧 비가 올 것 같고 바람은 시원하기는커녕 더운 바람만 분다. 그래도 햇볕이 내리쬘 때 보다는 낫다. 바닥을 보니 비가 왔나보다. 바닥이 젖어 있다.>

- 유하연 (초4), 날씨 표현



2. 거울 속의 내 모습을 표현

하루에 몇 번은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럴 때 마다 많은 것들이 떠오르는데, 그때의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글로 남겨 보세요. 다만 한 줄의 짧은 글이라도 남겨 놓게 되면, 내 얼굴을 표현한 기록이기도 하면서 글 쓰는 힘도 기르는 좋은 훈련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어젯밤에 먹은 라면 때문에 얼굴이 많이 부어 눈이 더 작아졌다.', '앞머리를 잘랐는데 너무 짧고 촌스러워 보여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핀을 꽂아 넘겼다.', '코 옆에 난 여드름 같이 것이 나서 좀 우스워 보였다. 얼른 없어졌으면 좋겠다', '화장품을 바꾸었더니 피부가 반짝반짝 윤이 나고 매끄러워서 더 예뻐 보인다.' 거울을 보면서 했던 생각들을 글로 쓰다보면 점점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조금씩 쓸 거리도 많아지고 표현력도 늘게 됩니다.

<얼굴은 동그란 편이고 안경을 썼다. 눈동자가 크고 까맣고 눈썹은 진하고 속눈썹이 길고 많다. 코는 조금 작다. 입술은 아래는 두껍고 빨간색이고 위에는 얇고 조금 갈색이고 앞니가 크고 이가 다 안 자란데도 있고 이가 7개 빠졌다. 볼은 조금 탱탱하고 턱은 조금 나와 있고 머리카락은 검정색이고 잔머리가 있다. 귀가 크고 귓불이 떨어진 편이다.>

- 이소정 (초3), 내 얼굴 표현



3. 풍경 표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그럴 때 내 앞에 있는 풍경이나 배경들을 글로 나타내 보세요. 계절마다 변하는 꽃밭의 모습이나 집 주변의 모습도 좋습니다. 처음 눈으로 본 것부터 시작해서 한 줄씩 간단하게 쓰고, 이 후 조금씩 길이를 늘리면서 자신의 느낌을 덧붙여 보세요.

'주방 창밖으로 꽃밭의 나무들이 초록 물이 든 것이 보인다. 봄이 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보인다. 친구를 만나서 재잘대며 가는 모습에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좀 활기있게 지내야겠다', '새벽에 일찍 잠이 깨서 커튼을 여니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붉은 그 기운을 보니 괜히 가슴이 설레었다. 매일 이런 일들이 있었을텐데 그냥 모르고 지나간 일출이 아쉽다'.

하루를 보내면서 우리는 많은 풍경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하나라도 잡아서 글로 옮기는 연습을 꾸준히 해 보세요.

<뒤늦게 봄눈이 내렸다. 밤 새 내린 눈으로 아파트 주차장의 차 위로 눈이 덮혀 있었고, 길은 군데군데 녹은 곳도 있었다. 눈을 들어 먼 산을 보니 제법 많이 내린 듯 온 산이 다 하얗게 눈으로 덮혀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손님을 맞은 것처럼 눈은 반갑기만 했다. 추운 것은 그 반가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침 산책길에 노란 산수유를 보았다. 하얀 모자처럼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지를 흔들어 눈을 털어냈다. 작은 꽃들이 얼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먼 산은 겨울왕국이었지만 꽃밭에는 봄 잔치가 시작되고 있었다.>

- 박미선 (대전시민대학 행복한글쓰기 수강생), 봄 눈 온 풍경.



4.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

날씨나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이젠 동적인 것에 도전해 보세요. 집에서 식구들의 움직임을 써도 좋고, TV를 보면서 화면 안에 담긴 움직이는 모습을 써도 좋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기에 정적인 것을 표현 할 때와 달리 좀 더 집중력 있게 보고 빠르게 적어야 합니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손에 붕대를 감아 준다. 아픈 부분을 보며 머뭇거리고 있자 남자가 자기가 하겠다며 붕대를 뺏다가 둘의 손이 스친다', '쇼파에서 자고 있다. 한 손에 리모콘을 들고 있는데 무슨 보물처럼 꼭 껴안고 있다', '재활용을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플라스틱을 정리하다가 그 안에 들어있는 쥬스가 흘러나오자 짜증을 내며 손을 씻으러 씽크대로 간다.' 처음에 한 두 줄 정도로 시작했다가 조금씩 길이를 늘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5분이나 10분 등으로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 동안의 모습을 부지런히 적어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안경을 썼고 빨간색과 흰색이 섞여있는 줄무늬티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걸어온다. 바지는 검정색과 회색으로 됐고 빨간색과 까만 줄이 있는 신발을 신고 있다. 갑자기 의자에 앉으면서 연두색 휴대폰을 보고 있다. 휴대폰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움직이지 않고 한참 휴대폰을 본다. 꼭 돌처럼 굳어져 있는 것 같다. 그 다음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넘기고 있다. 계속 계속 넘기면서 본다. 허리가 구부러지면서 의자에서 일어나 걸어간다. 몇 발자국 걸어 가다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손을 머리 위에다 두고 하품을 한다.>

- 김선우 (초5), 5분 동안 움직이는 모습 지켜보기



글은 많이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늘어납니다. 한 줄 두 줄 꾸준하게 내가 만난 순간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겪은 나만의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들을 멋지게 글로 표현할 날이 오겠지요? 그것을 믿고 실천해 보세요. 나탈리 골드버그가 말하는 비료중의 하나가 바로 한 줄 글쓰기일지도 모르니까요.

<우리는 계속 비료가 될 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발효시키고, 비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비료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글을 쓰는데 필요한 우리의 근육이 되어 준다면 우리는 위대한 우주의 조류를 타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다.>

-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대전시민대학 글쓰기강사

한소민인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일과 중 가방 메고 나간 아이들, 대전 유치원서 아동학대 의혹
  2. 1기 신도시 재건축 '판 깔렸지만'…못 웃는 지방 노후계획도시
  3.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4. 밀알복지관 가족힐링캠프 '함께라서 행보캠'
  5. 축산업의 미래, 가축분뇨 문제 해결에 달렸다
  1. 대전행복나눔무지개푸드마켓 1호점 공식 카카오톡 채널 개설
  2. 교정시설에서 동료 수형자 폭행 '실형'…기절시켜 깨우는 행위 반복
  3. 1년치 단순통계 탓에 400여개 환자병상 사라질판…"현저한 의료격차 만들어"
  4. 농산 부산물, 부가가치 창출...환경과 경제 살리는 동력
  5. 어촌서 재충전, '쉬어(漁)가요'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정청래 국회연설 "내란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정청래 국회연설 "내란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9일 “남북이 다시 손잡는 핵심은 경제협력이고, 우리는 경제통일에 민생통일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통일부가 2026년 남북협력기금으로 1조 25억원을 편성했다. 주목할 것은 경제협력사업 예산으로, 606억원에서 1789억원으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 사업의 재개를 위해 필요한 도로와 폐수 시설 같은 복구와 구축 사업 예산”이라며 “남북이 힘을 합치면 경제 규모도 커지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동..

국내 증시 조정에도…충청권 상장사는 `선방`
국내 증시 조정에도…충청권 상장사는 '선방'

새 정부 출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국내 증시가 최근 조정 국면을 맞고 있지만, 충청권 상장사들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전체적인 시장의 침체 분위기 속 8월 한 달 간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 합계는 전월 대비 0.3%(4074억 원) 증가한 152조 3402억 원에 도달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9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8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52조 3402억 원으로 전월(151조 9328억 원) 대비 0.3% 증가했다. 8월 한 달 동안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시총은 근..

대전 공기업 임원 교체 `바람` 불까…대전관광공사 임원 교체 가닥
대전 공기업 임원 교체 '바람' 불까…대전관광공사 임원 교체 가닥

민선 8기 대전시 출범 이후 임명된 시 산하 공기업 임원이 속속 임기를 마치면서 연임과 교체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장우 시장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물갈이를 통한 조직 변화를 꾀할지, 연장으로 막바지 조직 안정화를 선택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9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 출자·출연 기관장은 시장과 임기를 같이 하기로 조례로 정했지만, 시 산하 공기업은 지방공기업법을 적용받아 이와 무관하다. 이에 민선 8기 출범 이후 임명된 시 산하 공기업 임원들의 3년 임기가 순차적으로 끝나고 있다. 대전관광공사는 임원 교체 분위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 물에 잠긴 도로 달리는 차량들 물에 잠긴 도로 달리는 차량들

  • 맨발로 느끼는 힐링 오감 축제…‘해변을 맨발로 걸어요’ 맨발로 느끼는 힐링 오감 축제…‘해변을 맨발로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