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직업병투쟁 30년, '전국 산재노동자 한자리에'

  • 전국
  • 경기

원진직업병투쟁 30년, '전국 산재노동자 한자리에'

원산협 박민호 위원장, "산업안전법 전면개정. 재해노동자 지원법 제정하라"

  • 승인 2018-11-26 17:22
  • 김호영 기자김호영 기자
IMG_20181122_170257
IMG_20181122_183157
IMG_20181122_173312
원진직업병투쟁 30년을 맞아, 전국 산재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산업재해 추방, 안전한 일터를 위한 희망선언'을 발표하고 '산재노동자 예우. 지원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을 요구했다.

지난 22일, 국회의원 회관 대회의실에서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문송면. 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공동주관하고 국회의원(윤호중, 설훈, 주광덕, 서영교, 김한정, 이정미, 남인순, 신창현),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한국산재중앙법인단체연합, 한국산재장애인협회, 중앙진폐재활협회,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대한산재장애인엽합회, 대한진폐재해자보호협회, 한국산업재해장애인협의회, 한국산재장애인복지진흥회, 인천산재장애인복지진흥회가 공동주최한 원진직업병 투쟁 30년 기념식이 열렸다.



대통령 축사, 활동보고, 희망선언 발표 등으로 진행된 1부 행사에서는 영상을 통한 원진 직업병 투쟁역사를 비롯해 원진산업재해자협회 활동보고, 감사패 증정(김은혜, 박석운, 박무영, 김록호), 산업재해 추방, 정부차원의 산업재해추방 범국민운동 추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 다단계 하도급과 장시간 노동정책 즉각 중단, 노동자. 시민의 건강권 보장, 산재노동자의 날 국가기념일로 지정 등 희망선언이 결의됐다.

2부 전국 산재노동자 한마당에서는 문송면. 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만화영상과 추모공연으로 노래극, 임정현. 이소선 합창단,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과제, 추모조형물 건립 등이 소개됐다. 3부에서는 문송면. 원진 산재사망 노동자 묘소 참배 등 추모제가 진행됐다.



원진산업재해자협회 박민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원진직업병투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투쟁에서 군사정권이 종식된 뒤 같은 해 7-9월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으며, 이는 1988년 원진직업병투쟁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투쟁 30주년인 지난 2017년에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주체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8년은 원진직업병투쟁 30년을 마감하고, 앞으로의 산재추방 30년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수많은 노동자가 희생해 이뤄낸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복지예산은 145조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복지관 중 산재 환자를 위한 복지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 년에 2000명이 사망하고, 9만 명이 산재 피해를 입는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 현장에 우리의 아이들이 출근하면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이야기한다. 하루에 6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다치는 대한민국 산업현장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과 산업재해노동자 예우 및 지원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용기 있는 투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고 노동안전보건 향상운동으로 확대됐다"며 "30년이 지났지만 원진 노동자들은 여전히 투병 중이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미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다"고 축사를 대신했다.

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건강과 행복이 최우선"이라며 "1988년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당시 열다섯살의 온도계 공장 노동자 문송면을 기억한다. 오늘의 자리가 산업재해예방, 노동안전 보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1966년 흥한화학섬유로 시작한 인조비단 제조업체 '원진레이온'은 실을 뽑는 과정에서 여러 유독한 화학약품을 사용했다. 그 중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독가스의 원료로 사용한 '이황화탄소'도 포함됐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고, 노동자들을 보호할 보호구나 안전설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돼 전신마비, 언어장해, 팔다리 마비 등의 병을 얻었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래', '담배를 끊어야 해'라며 몸이 아픈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러나 송면이의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도 혹시?'라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원진레이온 노동자들 또한 자신들의 병이 직업병임을 알게 된다. 신문보도로 이들의 비참한 현실이 드러났고 노동자들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업병인정투쟁을 시작한다. 여기서도 노동부와 원진레이온은 직업병을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보다는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1988년 여름 시작된 직업병인정 투쟁은 1993년에야 일단락이 됐지만 이황화탄소 중독직업병 915명 중 현재까지 230명 사망이라는 단일 직업병으로는 최대의 사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가 됐다.
구리=김호영 기자 galimto2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2. [기획] 의정부시, 우리동네 정책로드맵 ‘장암동편’
  3.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4.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5.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1. '세종시=행정수도' 진원지, 국가상징구역...공모작 살펴보니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충남도 청렴 파트너 '제8기 도민감사관' 출범
  4. 헌법파괴 비윤리적 2025 인구주택총조사 국가데이터처 규탄 기자회견
  5.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대전아동기관단체와 협약

헤드라인 뉴스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전지역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와 폐업률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을 위한 금융 리스크 관리와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수는 1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다른 광역시와 달리 대전의 자영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가 차..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속보>=세종시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운영할 '컨트롤타워'가 내년 상반기 내 설립될 예정이다. 국비 지원 중단 등 재정난 속 17개 주민 거점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한 중도일보 보도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도일보 11월 19일자 4면 보도> 세종시는 2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거점시설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는 10년 차 세종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광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5곳이 폐쇄한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