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동상 그만 보고싶다" 배재대 이승만 기념동상 논란

  • 사회/교육
  • 교육/시험

"독재자 동상 그만 보고싶다" 배재대 이승만 기념동상 논란

수십년동안 철거 요청에도 학교 측 수수방관
타대학 독립기념비와 대조... 역사의식 고취해야

  • 승인 2019-04-16 08:09
  • 신문게재 2019-04-16 6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KakaoTalk_20190415_150054029
배재대 우남관 앞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 동상이 있다.
15일 찾은 배재대 우남관 앞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리는 동상이 제막돼 있다. 동상 밑 석조 구조물에는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상'이라고 적혀있다. 1987년 2월 제3회 졸업생 일동이 기증해 세워진 이 동상 뒤로는 주시경, 김소월, 서재필, 아펜젤러, 하워드 등 배재대를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어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은 해마다 논란의 철거와 존립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존립 여부에 대한 첨예한 대립은 피해 갈 수 없는 모양새다. 지난 4·3민주항쟁을 기념하며 시민단체는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상은 후대에서 기릴 만 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거나 해당 단체 발전에 기여 한 인물을 모티브로 제작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대전의 타 대학들은 대부분 설립자의 흉상을 교내에 설치했고 종교적인 이유로 동상을 설치하지 않은 학교들도 있다.

충남대의 경우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앞에는 '김밥 할머니'로 알려진 고 정심화 이복순 여사의 동상이 있다. 학군단 인근에는 호국인물인 권영주 중위의 동상을 세우는 등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인물을 동상으로 제막해 기념하고 있다.

한밭대는 개교 91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6월 '독립기념비'로 일제강점기 학생 독립운동의 역사를 되새겼다.

이와 비교해 볼 때 배재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은 타 대학과 분명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 전 대통령은 소극적인 친일파 청산, 장기 집권 등으로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다. 물론 배재학당 출신으로 초대 대통령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지성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이승만 동상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승만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과거에 두 차례 옮겨진 적도 있다. 동상이 세워진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면서 한 차례 철거됐고, 수 년 뒤 자리를 되찾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철거 시위를 벌이자 1997년 학교 측에서는 다시 한 번 철거를 시행했으나 지난 2008년 다시 돌아왔다.

이승만 대통령 동상에 대한 반감이 거센 것을 학교 측도 충분히 숙지하고는 있다. 하지만 동상 철거나 존립과 관련해서는 뒷짐을 진 상태다.

대학 관계자는 "매년 4월이면 관련 문의가 들어온다.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동상을 기증했던 3회 졸업생들의 동의가 있어야 철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동창회 관계자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우리도 충분히 알고 있고 업적에 대한 평가는 후대에서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은 "우남관 이름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호를 차용한 것으로 안다. 학교에서 어떤 이유로 동상 존립을 고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함이라면 우남관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독재자의 동상은 그만 보고 싶다. 학교 측에서 하루빨리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사진
한밭대에 설치된 개교 91주년 기념 '독립기념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예산 순위도 밀린 대전… 세종 임시청사 장기화 우려
  2.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③ 혁신도시의 완성을 향한 공공기관 및 산단 유치
  3. 방학 중 돌봄 공백 커지나…대전 교육공무직노조 총파업 예고
  4. 충남대병원 보수공사 기간 제1주차장 폐쇄…가뜩이나 혼잡한데 환자 불편예상
  5. 특허법원, 한남대·충북대와 지식재산 재판 현안 논의
  1. "토큰부터 무선충전 전기버스까지" 특구1번 오창수 기사 본 '창밖'
  2. 농어촌 기본소득, 청양군에 불어온 활력의 바람
  3. 대전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둔산 2곳·송촌 1곳 '낙점'
  4. [춘하추동] 기후위기 시대, 폭염 대응의 새로운 기준
  5. 민주노총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촉구

헤드라인 뉴스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도시의 기억은 결국 사람과 장소에 남는다. 대전에도 지역 문학사의 흐름을 이어온 문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자취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채 멀어지고 있다. 묘역은 찾기 어렵고, 생가는 사라졌으며,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기리려는 노력은 행정의 체계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기획을 통해 대전 문학유산 보존의 현주소와 지역 문화 행정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르포] 산길 끝 김호연재 묘역, 문학관 논의도 길 잃었다 ② 주차장이 된..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선정 결과에 신청 구역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일부 구역은 결과를 수용하고 2차 공모 준비에 나섰지만, 자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예상했던 구역은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검토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선도지구 공모에는 둔산지구 9곳과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신청했다. 1차 선도지구 공모 결과 총 3개 구역이 선정됐다. 둔산지구에서는 13구역(크로바·목련)·14구역(한가람·공작)이, 송촌지구는 6구역(보람·삼익소월)이 이름을 올렸다. 반..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열리는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다양한 우대 정책과 지원 방안들이 쏟아졌다. 재정경제부는 재정과 금융·세제·규제·기술·인재·인프라 등 7대 패키지를, 국세청은 지역기업 세무조사 유예 등을, 조달청은 비수도권 기업의 수주기회 확대와 판로 지원, 관세청은 권역별 첨단산업 집중 지원 등을 내놨다. 국가데이터처는 지역 관련 정보통계를 확충하고, 금융위원회는 지방금융 격차 해소에 나선다. 이 대통령 주재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 첫날, 재경부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국가데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