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칼럼] 과학기술은 동경하지만, 과학기술자는 동경하지 않는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 칼럼] 과학기술은 동경하지만, 과학기술자는 동경하지 않는다

윤선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이사

  • 승인 2019-04-25 15:54
  • 신문게재 2019-04-26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윤선진
윤선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이사
몇 십 년 전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과학자, 판사, 의사 등이었다면 요즘 아이들은 훨씬 '다양하고 구체적인 꿈'을 꾼다. 2018년 12월 13일 한 일간지의 기사에 따르면, 초등생 직업 희망 순위에서 과학자가 10위권 밖으로, 유튜버가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고 한다. 또 컴퓨터공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로게이머 등의 직업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이 직업들을 희망하는 이유도 '내가 좋아해서' 또는 '내가 잘 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상세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고 구체화 된 '성공 모델'들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본인은 주변의 대학원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공기업 취업을 준비할 계획이라는 소식과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들을 직간접적으로 듣게 되었다. 그들이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을 할 때에는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 과학기술자로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을 터인데,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취직이 어렵고 취직이 되더라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 불안했을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공기업에 도전할 것이고, 고졸 이상이기만 하면 학력을 묻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라 대학원 졸업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으리라. 대다수 학생들은 열심히 과학기술의 매력에 빠져 꿈을 키워나가고 있을 것이라 위안해보지만, 평생을 과학기술자로 살아온 본인에게는 참으로 자괴감이 드는 대목이다.



인터넷에서 '과학자'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신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와 같은 초등학생의 귀여운 질문도 있고(참고로, 본인은 평생을 소재를 재미있게 연구하고 있는 평범한 과학자이다), 훌륭한 과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글들도 있었으며, 해외 기술 선진국들의 과학자들이 어떻게 그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글들도 읽을 수 있었다. 요즘과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막연하게 '과학이 쉽고 재미있다'는 것으로 미래 세대들이 '과학기술자'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두뇌를 사용해 평생을 일하지만, '호기심과 재미'가 두뇌의 게으름을 이길 만큼 강해야 한다. 또한 충분하고 안정적인 보상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하고 싶은 연구만을 할 수도 없다. 기업이든 연구소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연구를 지속할 수도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자는 일반 대중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고, 특히,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분야 연구자들의 단절감은 더욱 크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이유로 미래 세대들이 '과학기술'은 동경하지만 '과학기술자'는 동경하지 않는 건 아닐까?

생활 속에 과학기술이 녹아들어 과학기술자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들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사회발전에 유익을 끼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으면 어떨까? 유럽 과학기술 선진국에서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과학 커뮤니티가 사회의 기술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매개체 중의 하나라고 인식된다고 한다. 한국에도 과학기술인 커뮤니티가 있고, 특히 '고경력과학기술인'(연구기관, 대학, 또는 과학기술관련 정부부처에서 연구 활동을 하다 퇴직한 과학자·기술자·관리자)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지식과 경륜을 살려 과학기술 및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네크워크 구축 및 상호 의사소통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커뮤니티 활동이 단지 은퇴과학자들을 활용하기 위한 처방으로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재직 과학기술자들까지 아울러서 사회 속에서 그 가치를 실현해나가고, 그 안에서 미래 세대가 롤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행복한 과학기술자'들과 주민이 또는 작은 기업들이 함께 문제를 풀고 해결해 나가는 장을 만들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 공헌하여 보람을 느끼고, '미래 과학기술자'를 육성할 수 있도록 중앙 및 지방정부, 민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4.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5.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1.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2.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3.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4.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5.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