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대전에 대한 단상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대전에 대한 단상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 승인 2019-08-27 14:24
  • 신문게재 2019-08-28 22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원영미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중학생이었던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렸을 때 단체관람을 오면서 처음 대전에 왔었다. 그리고 3년 후 대학입학 원서를 내기 위해 온 것이 두 번째였다. 어느덧 스무 해가 넘도록 살고 있으니, 내게 대전은 고향보다 더 친숙한 도시다.

대학생 때는 '대전이 참 살기 좋다'고 생각했다. 학교 앞이든 은행동, 대흥동 시내 어디를 가든 내가 살아왔던 곳에 비하면 정말 물가도 저렴했고 사건·사고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방학이 되어 부모님 집에서 지내게 되면 밖에서 사 먹는 밥이 너무 비싸게 느껴져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사람들은 오늘의 대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 설문조사에선 '보고 즐길 것 없는 도시'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여행객 10명 중 3명(29.6%)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없는 '노잼 도시'라서 오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차 타고 가다 잠시 내려 유명하다는 빵 사 가지고 가는 곳이라는 표현도 있을 정도다. '대전방문의 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또 '공무원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시각도 있다. 얼마 전 시청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한 기자는 대전이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대놓고 '팩트 폭격'하기도 했다.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몇 년 전 대전시 공무원들과 함께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는 어느 지역대 교수의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다. 그는 "어떤 프로젝트를 새롭게 진행하려고 했더니, 한 공무원이 와서는 '이렇게 저질러 놓으면 나중에 다 책임질 거냐. 제발 일 벌이지 말라'고 하더라"는 경험담을 들려주며 씁쓸해했다.

대전에 진출한 외지 건설사들이 지역 업체를 대놓고 홀대해도 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텃새'는 조금쯤 부려줘도 좋을 텐데 말이다. "지역업체 대놓고 챙기다 특혜 시비 붙으면 어쩌냐고 하더라는 공무원도 봤다"는 국회의원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퍽퍽한 고구마를 먹다가 목에 걸린 느낌이다. 툭툭 가슴을 쳐보지만 내려가진 않는다.

지역의 주요 현안들에 답답함은 더해진다. 수년 동안 추진해 오던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대부분 부결돼 예산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평촌산단 LNG 발전소는 3개월 만에 중단, 야구장 건립 문제는 자치구끼리 의미 없이 싸움만 하다 끝났다. 사업비만 1조원에 육박하는 유성복합터미널사업도 각종 의혹을 안은 채 진행 중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저 꿈같은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과학도시 대전에 와서 최첨단 과학 문명을 즐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다 갔으면 좋겠고, 불매운동으로 이제는 일본 온천여행도 안 가니 유성온천에서 '굳이 비행기 타고 일본 갈 것 없네' 등의 소리도 나왔으면 좋겠다.

젊은 나이에 부를 이루고 책까지 펴낸 영국인 사업가 롭 무어는 '꾸물거릴 시간에 일단 저지르라'고 조언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얘기다. 세상에 완벽한 시작은 없다.
원영미 경제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2. 서산 사과농업 '스마트 전환' 본격화, 48억 투입해 미래형 과수원 만든다
  3.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4. 음성군, '2026 음성청결고추 직거래장터' 12일 개장
  5. 반복되는 대전 산업현장 추락사...현장 안전관리 '경고등'
  1. 대전중수청 이전 이제부터가 관건… 내년 ‘신청사 예산’ 확보해야
  2. 교실 밖에서도 수능시계는 간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D-100
  3. KAIST 배충식 신임총장 "과학기술 심장에서 국가 균형 성장의 핵심 역할"
  4. 생명공학연구원, 질병저항성 유전자변형 고교생 토론대회 성료
  5. 충청권 응급환자 대전·천안 중심으로 이송체계 정립중…8월중 확립

헤드라인 뉴스


[기획]"지역 무대 서는 건 꿈도 못꿔" 원정공연 떠나는 예술 꿈나무들

[기획]"지역 무대 서는 건 꿈도 못꿔" 원정공연 떠나는 예술 꿈나무들

'문화예술 도시 세종'을 향한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역 예술 꿈나무들은 설 무대를 찾지 못해 인근 타 도시로 향하고, 시민들은 문화공연을 즐길 시설이 부족해 문화 향유에 목말라 있다. 여기에 재정난으로 주요 문화시설 건립까지 지연되면서, 세종의 문화예술 인프라가 도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은 언제쯤 행정수도를 넘어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예술가가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세종 문화예술 인프라의 현주소와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가 11일 민선 8기 시절 신교통수단으로 검토됐으나 수입대행사 납품 문제에 발목 잡힌 3칸 굴절버스 도입을 백지화 했다. 허태정 시장이 이날 시청에서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업체 계약 해지를 절차를 밟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결정한 이유는 시범사업을 위해 업체에 선급금 72억이 지급 됐지만, 계약한 3대 중 2대가 기한 내 납품이 이뤄지지 못한 데다 1대 역시 차량 소유권 이전 문제에 운행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허 시장은 "계약 해지와 예산 손실 규모,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 철저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라"..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어린 아이부터 성인 그리고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인사들까지 모두가 인서울(In-Seoul)을 바라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권 공화국의 철옹성은 이재명 정부 들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인가. 빛바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지방분권 가치가 새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모토 아래 새로이 발현될 수 있을까. 2029년 8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과 청와대를 벗어난 집무 약속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된다. 그간의 과정과 흐름, 대통령 발언들을 놓고 보면, 새로운 시대의 도래란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