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열등감과 우월감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열등감과 우월감

  • 승인 2019-09-03 13:09
  • 신문게재 2019-09-04 22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소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공부를 못했다. 초등 6학년 때 한 IQ 검사 수치가 전교 두 번째로 높았으니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공부에는 재능이 없었다. 게다가 음대에 진학하려고 학창시절 내내 피아노에 시간을 다 바치는 바람에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러다 집 사정이 기울어 악기전공은 중단됐고, 내신관리가 안 된 상태에서 엇박자 난 대학진학은 당연한 결과였다.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생긴 시점이다. 학습 면에서 오빠와의 큰 차이도 한몫했다. 입학 후 총학생회 일을 겸하며 활발하게 학교생활은 했지만,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란 생각에 졸업식도 가지 않았다. 나중에 편입해 학사를 이수하기는 했지만, 잘못 끼워진 단추로 매무새는 이미 흐트러져버렸다. 다만, 편입공부를 하며 큰 아이 업어 재우며 리포트 쓰고, 김밥 한 줄로 끼니 때우며 학습모임을 병행했던 시간이 때때로 정신을 다잡는 동기부여 모체로 작용한다.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다.

열등감이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남보다 못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느낌'이라고 사전에서는 열등감을 정의했다. '살면서 모체로부터 받은 내면의 꼴과 외부 조건이 오묘하게 섞이면서 만들어진 불리한 감정'이라고 스스로 정의해본다. 모든 인간은 98%가 열등감, 즉 콤플렉스를 느낀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나머지 2%도 정도의 차이일 뿐 아예 못 느끼는 게 아니란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지난해 '직장인이 콤플렉스를 느끼는 이유'를 조사했다. 총 5개 항목 중 68.1%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응답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서'였다. 18.6%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인 '나만 갖추지 않은 것 같아서'의 항목이 1위와 같은 맥락으로 특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콤플렉스를 느끼는 대상에 관한 통계도 있는데, 연봉 48%와 외국어 35.5%에 이어 '학벌'이라는 응답이 28.8%를 차지했다. 직장인 3명 중 1명꼴로 학벌 콤플렉스를 느낀다는 결론이다.



직장인을 비롯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열등감. 언뜻 그 반대 의미로 '우월감'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사실 두 단어는 뿌리를 같이 한다. 열등감이 과열돼 '공격적 행동' 형식으로 우월감이 나타나게 된다. 열등감이든 우월감이든 '감정상태'일 뿐이다. 그래서 실체가 없다. 스펙트럼이 사람마다 제각각인 허상에 불과하다. 얼마 전 방송인 김제동은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이슈를 두고 온갖 비판을 일삼는 지식인들을 향해 "전문대 나온 나도 헌법 책을 썼는데, 대학도 좋은데 나온 너희는 남 욕이나 하면서 뭘 했느냐?"라며 일침을 날렸다. 순간 부끄러웠다. 인간의 감정은 그 특성이 지극히 상대적이라 마음 안에서 짓고 부수는 존재는 결국 자신인 것을… 그러면서 나를 괴롭혔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됐다. 열등감, 다시는 어리석게 굴지 말고 개나 줘버리고 말자.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3. 세종시, 2025년 '규제혁신+투자유치' 우수 지자체 영예
  4. 대전인자위, 지역 인력수급 변화·일자리 정책 방향 모색
  5. 제2회 국민통합포럼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조건과 국정리더십의 과제
  1. 보이스피싱에 속아 빼앗긴 3900만원 대전경찰이 되찾아줘
  2. '스포츠세종 포럼' 2025년 피날레...관광·MICE 미래 찾기
  3. 국립세종수목원, 지속 가능 경영...피나클 어워드 은상
  4. 가짜뉴스의 폐해와 대책 심포지엄
  5. 조상호 국정기획위원, 내란 척결 촉구....세 가지 대안 제시

헤드라인 뉴스


트램 1900억 세종의사당 956억…충청 성장판 놨다

트램 1900억 세종의사당 956억…충청 성장판 놨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에 대전 트램 1900억원,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원, 대통령 세종집무실 240억원 등 충청 현안 추진을 위한 국비가 각각 확보됐다. 또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 547억원, 청주공항 민간활주로 5억원, 세종지방법원 10억원도 반영됐다. 충청권 각 시도와 여야 지역 의원들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728조원 규모의 2026년 정부예산안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충청권 현안 사업이 포함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예산 국회 속 충청권이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대한민국 호(號) 신성장 엔진 도약..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르포] 일본의 가락시장 도요스, 유통 시스템은 정반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