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대전 무대에 서다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춘하추동]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대전 무대에 서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 승인 2019-10-22 17:18
  • 신문게재 2019-10-23 22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오지희 음악평론가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거장 푸치니(G. Puccini, 1858~1924)는 베르디 이후 가장 성공한 오페라 작곡가다. 이탈리아 명문 음악가문의 후손인 푸치니가 전문 오페라 작곡가로 선회한 것은 선배 작곡가 베르디의 영향이 컸다. 한창 감정이 풍부한 18세 때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본 푸치니는 그 장대한 규모와 흥미진진한 선율에 크게 감동 받아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처음부터 명성을 손에 쥘 수는 없었다. 베르디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고 가난과도 씨름해야 했다. 그러한 가운데 19세기 낭만주의 시기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의 끈을 놓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양식을 작품에 담으려 시도했다. 진정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작품은 세 번째 오페라 마농 레스코였다. 이때부터 푸치니는 스타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다.



푸치니는 베르디 오페라 성악선율이 내뿜는 강렬한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표현력있는 성악선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특유의 끊어질 듯 섬세하게 이어지는 흐름을 현대적 감각의 오케스트라에 맞춰 성공적으로 드라마틱한 선율을 이끌어냈다. 모든 음악적 요소는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라 보엠에서 미미가 부르는 가련하면서도 호소력있는 선율이나 토스카의 심금을 울리는 강렬한 선율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푸치니만의 특별한 음악이었다. 나아가 푸치니는 오페라 구성에서 서로 대조적인 인물을 병치해 극적 긴장감을 발휘했다. 이국적인 요소를 삽입해 기존 오페라와도 차별화를 꾀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꽃을 피운 말년의 작품이 바로 투란도트이다.

투란도트(Turandot)는 투란 왕국의 딸이란 뜻이다. 서방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방의 투란도트 공주가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페르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동방 여러 나라 이미지가 혼재된 미지의 왕국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서구 음악계가 관심을 가진 이국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국주의는 신비주의를 내포한다. 푸치니는 하얀 자스민 꽃이 펼쳐진 꽃밭을 떠올리게 하는 중국 민요 모리화 선율을 각색해 주요 장면마다 이곳이 머나 먼 신비의 동방세계임을 오페라를 보는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알린다.



한편 주인공 투란도트는 구중궁궐에 숨어있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공주다. 그러나 자신에게 청혼하는 왕자들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가차없이 목숨을 빼앗는 잔인한 여성이기도 하다. 냉혹하지만 매혹적인 공주를 보고 망국의 왕자 칼라프 역시 첫 눈에 반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수수께끼를 못 풀 경우 허망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지만, 만약 문제를 푼다면 그 때는 공주와 결혼할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이 놓여있다.

도박과 같이 극도로 위험한 게임은 보는 이의 긴장감을 극대화 한다. 칼라프 왕자가 공주가 낸 세 번째 수수께끼를 풀고 사랑을 목전에 둔 마지막 순간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아리아는 이 노래를 듣기 위해 투란도트 오페라를 보러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그 표현력이 폭발적하다. 사랑을 쟁취하고 마침내 나는 승리한다는 한 남성의 포효를 드러내는 절정의 순간인 것이다. 이렇듯 오페라 투란도트는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지극히 화려하고 낭만적인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스펙터클한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노래를 들으며 환상의 왕국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이와 같이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투란도트는 작품 특성상 그 도전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만만치 않은 오페라다. 대전예술의전당이 오페라 투란도트를 자체제작해 10월 23일에서 26일, 나흘간 선보인다. 19세기 푸치니가 상상했던 그 동방의 세계를 21세기 이곳 대전 무대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올릴지 참으로 궁금하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거산공원…동남생활권 '10분 공세권' 이끈다
  2. 이중호 "한밭대전, 대전의 고유 e스포츠 축제로 키워야"
  3. [2026 수능] 국어·수학 변별력 있게 출제 예상… 수험생 증가·사탐런·의대정원 조정 등 '변수'
  4. 충청 4개 시도 수험생 5만 5281명 응시… 수능 한파 없어
  5. 서해안 해양치유산업 핵심거점 '태안 해양치유센터' 개관
  1. "시민 빠진 문화행정"…대전시, 수치만 채운 예술정책 도마에
  2. ‘선배님들 수능 대박’
  3. 김영삼 "대덕특구 순환버스 중단 우려"… 산건위 市 교통국 행정사무감사
  4.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5. 이장우 시장 "지방재정 부담 사전협의 및 예타제도 개선 필요"

헤드라인 뉴스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국어 '독서'·수학 '공통·선택' 어려워… 영어도 상위권 변별력 확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는 독서가 어렵게, 수학은 공통·선택 모두 까다로운 문항이 배치되면서 수험생 체감 난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지만 일부 고난도 문항이 포함돼 상위권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13일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고 9월 모평보다는 부담이 덜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독서는 지문 난도가 높았던 반면 문학과 선택과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성됐다. 법 해석·담보 기능을 다룬 사회 지문은 개념 추론 과정이 복잡했고,..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축구특별시 대전에서 2년 6개월만에 A매치 열린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14일 오후 8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볼리비아의 친선경기가 개최된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준비 과정에서 열리는 중요한 평가전으로,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를 상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무대다. 대전시는 이번 경기를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명성을 전국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 A매치가 열리는 것은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전에 3만9823명이 입장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노잼도시’의 오명을 벗고 ‘꿀잼대전’으로

한때 '노잼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각종 조사에서 대전의 관광·여행 만족도와 소비지표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도시의 정체성에 문화, 관광, 휴식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대전은 지금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5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9위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