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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RI 엑소브레인 로고. ETRI 제공 |
지난 2016년 역사적 대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 기술의 힘을 지구촌이 재확인한 날이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정확하고 빠르게 명령을 수행하는 착한 수행원이자 동반자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이러한 AI 관련 연구에 푹 빠져 있다. 많은 분야에 융합이 가능한 만큼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여러 기술이 개발 중이다. 그 중심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통과 안전, 교육 등 인간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서 변화를 이끄는 최신 개발 성과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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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제주에서 열린 ETRI 'AI vs 사람' 열악한 차량번호판 식별 챌린지에서 참가자들이 문제를 확인하고 있다. ETRI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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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토론하며 문제 풀이를 하고 있다. |
CCTV 속 피의자가 타고 간 차량 번호판이 흐릿해 잘 안 보이는 장면은 영화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는 순간이다. 저화질 CCTV에 찍힌 보이지 않는 뭉개진 글씨를 맞추기 위해 미간을 찌푸리는 일은 이제 과거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국내 연구진이 흐릿하게 찍힌 사진 속 분간하기 힘든 차량번호를 뚜렷하게 복원해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서다. 범죄 예방은 물론 주차 관리 등 스마트 치안과 생활 안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ETRI는 이 같은 인공지능 차량번호 복원 솔루션 '차량번호판 복원기술'(NPDR)을 개발해 지난 7일 제주시 첨단과학기술국가산업단지에서 '인공지능(AI) vs 사람 : 열악한 차량번호판 식별 챌린지'를 펼쳐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제주도에서 펼쳐진 대결에는 사람 대표로 공무원, 학생, 연구원 등 30명이 참가해 ETRI가 개발한 AI와 사람의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차량 번호판의 숫자를 맞추는 이색 대결을 펼쳤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실제 CCTV에 촬영된 차량번호판을 활용해 문제 15개를 출제했다. 참가자는 노트북에 설치된 이미지 툴을 이용해 정답을 유추한 후 제출했다. 대결은 한 문제씩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이 답안을 모두 제출하면 AI가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무대 앞 화면을 통해 AI가 정답을 유추하는 대략적인 과정과 결과를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100분가량 진행된 대결의 승자는 NPDR이다. 100점 만점 중 82점을 기록해 사람 최고 점수보다 21점 앞서며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결에 참가한 제주 영주고 장현서(18) 군은 "인간의 감각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사진도 AI는 높은 정확도로 판별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며 "영화에서 희미한 번호판을 자동으로 선명하게 만드는 마법이 나오던 것처럼 ETRI 기술이 실생활에 빠르게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인공지능 모델 간 경쟁하는 방식을 통해 구현됐다. 데이터를 학습해 거짓 데이터를 생성하는 모델과 이를 감별하는 모델이 서로 경쟁하면서 학습을 통해 점점 더 실제에 가까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연구진은 미리 다양한 각도에서 찍힌 흐릿하거나 깨진 사진을 학습시켜 명확한 숫자를 도출해냈다. 덕분에 사람이 보기에는 알기 힘든 사진에서도 인공지능은 확률이 높은 숫자를 빠르게 분석해 알려 준다.
ETRI 김건우 실장은 "이번 AI 기술을 통해 수동적이고 직관에 의존했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신속하고 정확하게 범죄 용의차량을 검거할 수 있도록 검색 범위를 좁히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기술은 실제 경찰청 보안감시 분야와 주차관리 업체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경찰청 소속 전문가들이 일주일간 사진 편집, 영상 응용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알아내기 어려운 변호판 정보를 NPDR이 10분 만에 분석해 알아내기도 할 정도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기술은 수사 과정에서 판단을 보조하고 차량을 식별하는 등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활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권태형 연구관도 "ETRI가 개발한 AI 기술은 차량번호판 분석 시간을 크게 줄이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경찰 수사와 추후 스마트 치안 실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연구진은 조금만 어둡거나 변형, 얼룩이 있어도 인식에 실패하는 현재 차량번호판 인식 기술을 보완하고 일반 CCTV 영상에서도 희미한 차량번호판을 감지, 식별하는 과정을 모두 자동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실제 환경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기술은 과기정통부 정보보호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 '클라우드 기반 지능형 영상보안 인큐베이팅 플랫폼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연구와 관련해 SCI급 3편을 포함한 논문 9편을 비롯 'CCTV 영상 스마트 감시 시스템 및 방법' 등 13건의 특허 출원, ㈜에이투텍 등 기술 이전 4건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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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RI 배용진 연구진이 '엑소브레인'을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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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RI가 개발한 엑소브레인 기술이 장학퀴즈 왕중왕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는 검색어는 대부분 키워드 중심이다. 사람 이름 또는 장소 등을 짧은 어절 단위로 검색하는 게 일상적인 검색의 방식인데 문장으로 입력해도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ETRI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서술형 질의응답이 가능한 '엑소브레인'을 개발·상용화 했다. 최첨단 언어 AI 기술 상용화를 통해 AI 비서, 자연어 질의응답, 지능형 검색, 빅데이터 분석 등 한국어를 활용한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추진하는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인 엑소브레인 사업은 자연어로 기술된 키워드·질문을 입력받아 정확한 정답을 찾아주는 자연어 심층질의응답 기술이다. 단순히 문서를 찾아주는 웹 검색 기능이나 단답형으로 응답을 하는 수준을 넘어 고난이도 서술형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일반상식 심층 질의응답 기술과 법령지식 심층 질의응답 기술 서비스를 개발한 결과 성공적인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일반상식 심층 질의응답 기술은 위키백과를 분석해 관련된 정답을 찾아 준다. 기계가 문제 유형을 판별한 뒤 유형별로 최적화된 해법을 적용하여 정답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 기술에는 ▲한국어 질문분석 기술 ▲시맨틱 지식추출 기술 ▲위키피디아 기반 단답형·서술형 질의응답 기술 ▲질의응답 분산처리 플랫폼 기술 등이 적용됐다.
엑소브레인 기술은 ㈜한글과컴퓨터가 지난 9월 공개한 최신 '한컴오피스 2020'에 지식검색 기능으로 탑재되기도 했다. 사용자는 '오피스톡'에 회원가입 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본 기능 사용이 가능하다. 한글의 도구 기능에서 오피스톡을 선택, 우물정(#) 키를 입력 후 질문을 하면 별도로 포털을 이용해 검색할 필요 없이 즉각 답변을 화면 우측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사는 "일반상식 분야 문제를 대상으로 엑소브레인을 구글 지식그래프 검색과 비교한 결과, 엑소브레인이 최대 10%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답형 답변뿐 아니라 서술형 답변이 가능한 심층질의응답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전문용어와 한자어가 많은 법률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타인의 물건을 동의 없이 절취할 경우 성립되는 절도죄의 형벌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엑소브레인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라고 답변한다.
이 같은 법률 질의응답의 경우 법령문서에 기술된 전문용어와 문장 내 어순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법령문서를 대상으로 특화된 딥러닝 언어모델을 구축했고 단답형 문제와 서술형 문제 유형별로 최적화된 문제풀이가 가능한 기계 독해 기술을 적용했다.
엑소브레인은 국회도서관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도 우수성을 인정받아 내년부터 두 기관의 AI 기반 법무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로 활용될 예정이다. NST는 현재 변호사를 고용해 이뤄지는 서비스를 엑소브레인을 통해 간단한 법령 질문에 응대하고 전문가의 검색·답변 과정을 보조할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TRI 엑소브레인 총괄 연구책임자인 언어지능연구실 김현기 박사는 "빅데이터라는 모래밭에서 바늘과 같은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엑소브레인 심층 질의응답 기술이 개발돼 국내 인공지능이 본격 상용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소브레인 사업단은 지난 2016년 EBS 장학퀴즈에서 우승한 이후 2017년부터 61건의 기술이전·사업화로 94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로써 국내에 구글·IBM 등과 같은 외산 인공지능 솔루션의 시장 잠식을 막는 데 기여하고 있다.
향후 연구진은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을 통해서도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사용자와 더욱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AI 지식 아바타'(가칭) 관련 기술 등을 연구개발할 예정이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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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