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달무티, 인생은 불공평합니까?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달무티, 인생은 불공평합니까?

이해미 경제사회부 문화·유통·금융 담당

  • 승인 2020-01-29 08:34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도일보 이해미
이해미 차장
조카가 가져온 카드게임에 온 가족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최소 4명에서 8명까지 즐길 수 있는 이 카드게임은 '달무티(Dalmuti)'다. 달무티에는 12부터 1, 그리고 조커가 들어 있는데, 12는 12장, 1은 1장씩 숫자 크기에 맞는 카드 수가 들어 있다. 조커는 2장이다.

달무티는 생각보다 심오한 카드게임이다. 이 속에는 왕도 있고 상인도 있고 농도도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왕(달무티)은 1이다. 2는 대주교, 3은 시종장, 4는 남작부인, 5는 수녀원장, 6은 기사, 7은 재봉사, 8은 석공, 9는 요리사, 10은 양치기, 11은 광부, 12는 농도로 유럽 중세시대 계급이다.

카드 규칙은 첫 번째는 신분을 정하는 일이다. 계급에 따라 순서대로 자리에 앉고 카드를 섞어 똑같이 배분한다. 이때 왕은 계급이 가장 낮은 농도에게 카드를 섞고 나누는 일을 시킬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카드를 받았다면 게임은 시작된다. 왕부터 농도까지 순서대로 카드를 버려야 한다. 들고 있는 카드를 모두 버린 사람이 승자다. 단 왕이 12카드 4장을 버렸다면 다음 계급은 12보다 작은 수(더 높은 계급) 4장을 버려야 한다. 계급순으로 돌기 때문에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카드를 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참 얄궂다. 높은 계급이 아니면 카드를 버릴 기회도, 우선권을 쥘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게임에는 단 하나 계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일탈'이 존재한다. 만약 농도가 조커 두 장을 쥐게 되면 '대혁명'이 일어난다. 왕이 농도로 전락하는 대역전의 순간이다. 물론 농도가 조커 2장을 쥐는 일은 매우 희박하다.

게임 후 찾아보니 달무티의 메인 카피는 '인생은 불공평합니다'였다. 유튜브에서 게임 영상을 찾아보니 이보다 불공평하고 불편할 수가 없다. 왕은 푹신한 의자에 앉고 농도는 서서 게임을 할 만큼 불공평한 계급을 철저히 따른다. 이것이 이 게임이 지닌 '운명의 맛'인 셈이다.

우리 인생과 달무티는 닮았다. 불공평한 세상을 뒤집어보려는 우리는 언제나 타이밍을 기다린다. 농도가 일으키는 대혁명의 짜릿함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줄곧 꼴찌만 하던 조카(카드를 가져온 장본인)의 카드를 막판에 펼쳐봤다. "에잇! 타이밍을 놓쳤어"라고 말하는 조카의 손에는 때론 애매한 10이 있었고, 때론 높은 계급의 숫자 한두 장이 남았다. 버릴 것과 쥐고 있어야 할 패를 들고 적당한 기회를 얻지 못한 억울한 운명, 지금 내기 아깝다는 집착이 만든 패착이리라.

즐겁게 게임을 하고 나니 새해가 지난 줄도 몰랐다. 새해 첫날 밤 잠들면서 두 가지를 소망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계급은 떼어놓고서라도 버릴 패와 쥐고 있어야 할 패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내 손 안에 들려 있기를. 그리고 한동안 '달무티'에는 손대지 않기로.
이해미 경제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미급식 경로당 대상 '통합돌봄 시범사업' 본격 추진
  2. 도마동 골목길의 LP카페 '지기'… 무한대 음악 세상과 만난다
  3. 아산시, 'KD아람채 보증금 반환, 주거 안정 해법 지원
  4. [현장취재]K-리더십 연구소 개소식
  5. 아산시, '신창 하이패스 나들목(IC)' 신설 사업 본격 추진
  1. 선문대, "디지털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나섰다"
  2. 아산에서 기업 성공 뒷바침하겠습니다"-아산시, 서울서 투자유치 설명회 개최
  3. 충청권 4개 시도,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 공동 대응 나서
  4. 대전시, 2026년 명장 3인 선정… 정한철·라영태·이형덕 명장
  5. 세종시, 3년 연속 '지속가능도시' 1위… 이면의 숙제는

헤드라인 뉴스


충청 초광역특별법 제정 속도내나… 권한·재정 확보 관건

충청 초광역특별법 제정 속도내나… 권한·재정 확보 관건

충청권 초광역 협력의 실행력을 높일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충청권 4개 시·도가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고, 초광역 협력사업의 내실 있는 추진을 위해 특별법 제정에 나서면서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2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조상호 세종시장, 박수현 충청광역연합장, 허태정 대전시장, 신용한 충북도지사, 구형서 충청광역연합의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태안다문화] 일본의 가을은 맛으로 온다…‘식욕의 가을’
[태안다문화] 일본의 가을은 맛으로 온다…‘식욕의 가을’

일본에서는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을 '식욕의 가을(食欲の秋·쇼쿠요쿠노 아키)'이라고 부른다. 햅쌀과 꽁치, 밤, 고구마 등 제철 음식을 즐기며 자연의 풍요로움에 감사하는 일본의 가을 문화를 살펴본다. 일본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음식으로 느끼는 문화가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과 바다에서 다양한 제철 식재료가 나오면서 식탁도 한층 풍성해진다. 일본 음식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말 가운데 하나는 '슌(旬·しゅん)'이다. 음식의 맛이 가장 좋은 제철을 뜻하는 말로, 일본에서는 식재료의 계절감과 가장 맛있는 시..

"서산을 철도교통 거점으로", 서산시, 4개 철도사업에 13조7천억 투입 추진
"서산을 철도교통 거점으로", 서산시, 4개 철도사업에 13조7천억 투입 추진

서산시가 교통망 확충과 산업·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13조7천억 원 규모의 4개 철도사업 추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산시는 내포태안철도, 대산항인입철도, 중부권동서횡단철도, 충청내륙철도 등 4개 사업을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확정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최대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사업 가운데 내포태안철도와 대산항인입철도, 중부권동서횡단철도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추가검토사업에 포함됐으며, 충청내륙철도는 이번 제5차 계획 반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