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성년의 아이러니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성년의 아이러니

  • 승인 2020-02-23 00:00
  • 신문게재 2020-02-24 22면
  • 김시내 기자김시내 기자
김시내
"유대인은 머리에 악마처럼 뿔이 달려있고…"

영화 '조조래빗(Jojo Rabbit)'은 10살짜리 꼬마 남자아이 조조의 눈으로 '나치'를 담아냈다. 조조는 전투 연습을 위해 주말 소년단 캠프에 입단했다. 그곳에선 날카로운 칼을 쥐여주고 폭탄을 안겨줬다. 어느 날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억제 시키기 위해 살아있는 토끼의 목을 비틀어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마음이 약한 조조가 토끼를 죽이지 못한 채 자리를 뜨자 동료들은 '조조래빗! 조조래빗!'이라 소리치며 조롱을 일삼았다.

조조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캠프훈련 중 몸에 상처를 입고 나오게 됐지만 히틀러를 숭배하는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유대인에 대한 허무맹랑한 루머를 머리에 새기고 마음으론 멸시하면서 말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무지를 노린 사회의 전략이 통해버린 것일까.

어긋난 교육과 사상, 세뇌는 나치즘의 뿌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교육(敎育)'이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며 인격을 기르는 것, '사상(思想)'은 어떠한 사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 '세뇌(洗腦)'란 사람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뇌리에 주입하는 일을 말한다.

교육의 참된 목표는 주체적인 사상을 가질 수 있는 인격체로 육성하는 데에 있으며, 세뇌(주입)는 단순한 능력 향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부차적으로 따라올 뿐이다.

교육의 방향이 '나'의 생각을 통제할 때, 부당함에 맞서지 못하게 만들 때 그리고 나의 의견이 묵살당하고 말았을 때 우리는 돌이켜 봐야만 한다. 과연 이를 따라야만 하는지 말이다.

내가 주체가 된 선택은 맞아도 틀려도 가치가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짊어지는 '성인'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숙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순응 뒤에 오는 후회는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남을 뿐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이 참혹할수록 '내 탓이오'라는 외침만이 가슴을 울린다. 그 후엔 삶의 지침서라도 잃은 듯 갈 길을 잃어버릴지도.

찬바람이 따갑게 얼굴을 스치는 겨울날. 그 길가엔 여전히 청년들이 우두커니 서 있다. 언뜻 눈이 마주쳤다 싶은 찰나 다가와 말을 건다. 그들은 길을 묻거나 설문조사를 나왔다며 핸드폰을 내민다. 짧은 순간 '역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잠시 혼란스럽다. 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어떤 연유로 그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는지… 시선은 짧게 머물렀고 손과 고개를 저어 거부 의사를 전한다. 낯선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청년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내 입은 굳게 닫혀있을 수 밖에.

'진실을 가장한 거짓에 선동되지 말자. 눈 크게 똑바로 뜨고 세상을 보자.'

김시내 편집2국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고추 100%로 속여 판 충북 옥천 식품업체 대표, 벌금 8억 7000만원 선고
  2. '읍면 공동주택' 1.2만 호 무산 여파… 세종시 후속 대책 추진
  3.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4.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5. 대전맹학교, 휠체어 리프트 갖춘 대형 전기버스 도입
  1. “건물 폭파하겠다” 방위사업청서 소란 피운 여성 도주…경찰 추적
  2. 세종 아파트 전세가 대폭 하락
  3. 시민 성금으로 세운 '대전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시 등록문화유산 됐다
  4. 본보 임병안·임효인·이현제 기자 ‘제20회 참글상’ 영예
  5. 대전시가족센터·대전오페라단 업무협약

헤드라인 뉴스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한글비문'에 담긴 광복의 기쁨… 대전 속 잊힌 독립 유산을 아시나요?(영상있음)

1945년 8월 15일 조국 독립의 감격은 대전 도심 곳곳에 깊은 역사적 족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세워진 대전의 대표적 광복 상징물이 마침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시 문화유산으로 결실을 맺었다.대전시는 제8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중구 보문산에 위치한 '대전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가 대전시 문화유산으로 정식 등록됐다고 밝혔다.을유해방기념비는 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을 맞아 대전부민(시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대전역 광장에 세운 약 3m 규모의 비석이다. 다른 지역의 해방기념..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가능할까. 앞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닻을 올린 데 이어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법안 제정을 실현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협력과 전국 시·도지사들의 지지를 발판삼아 본격 법제화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61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전국적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 시장은 "올해는 20여..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통합을 추진중에 있는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대학 밑그림이 구체화 됐다. 통합대학은 '충남대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하되, 대전과 공주에 통합본부를 두고 캠퍼스별 특성에 따라 주요 행정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양 대학은 14일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양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의 통합 추진 경과와 주요 쟁점에 대한 협의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통합대학의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해졌다. 통합본부는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